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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여행

헤르만 헤세와 함께 하는스위스, 남독일, 이탈리아, 아시아 여행




헤르만 헤세.


이미 13세 때 ‘시인 이외의 직업은 갖지 않겠다’는 

방자한 결심을 한 헤세는 전통적인 관습을 강요하는 신학교 기숙사를 탈출하고

한 소녀에 대한 일방적인 갈망으로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결국 어린 나이에 신경과 병원을 전전하며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만 했던 헤세는 시계 공장 견습공과 

서점 점원 생활로 생계를 이어가지만 여전히 우울증으로 마음고생을 한다.


어쩌면 그 자신도 새 알에서 깨어나 

‘아브락사스’의 신으로 가기 위해 고통의 바다를 건넌지도 모른다.


헤세의 이런 경험은 인간의 성장에 대한 통찰을 다룬 ‘데미안’과 가정과 학교의 관습적인 전통을 거부하고 가식적인 권위 의식에 도전했던 ‘수레바퀴 아래서’를 낳게 한 원동력이었다.


헤세의 소설도 위대하지만 무엇보다 작가의 내밀한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는 것은 그가 남긴 에세이인지도 모른다. 특히 그의 나이 24세부터 50세까지 쓴 여행과 소풍에 대한 에세이는 작가의 정신성장 일지와 같다.


자신을 방랑자, 은둔자로 여겼던 헤세는 1901년과 1911년, 1913년의 이탈리아 여행, 1904년의 보덴 호 산책, 1911년의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등지의 아시아 여행, 1919년에서 1924년까지 테신 지역 소풍, 1920년 남쪽 지역으로의 방랑, 1927년의 뉘른베르크 등지의 낭송 여행을 떠났는데 연암서가에서 나온 ‘헤세의 여행’은 이 모든 여정을 담고 있다. 

헤세는 이 책에서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 되어야 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여행을 통해 세상과 인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고자 했던 그는 

이 책에서 자연주의자와 생태주의자, 평등주의자, 인도주의자 등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유럽 중심의 오리엔탈리즘을 극복한 헤세의 아시아관은 대단히 놀라울 정도이다.


이 책에서 헤세는 “아시아의 풍요와 예술이 사방에서 무진장 빛나고 있다”라든가 “동아시아인이 유럽인보다 더 깨끗하고 유럽인의 모든 청결 습관은 인도인과 말레이인한테 배운 것이다”라고 기술한 반면 유럽인들에 대해서는 “유럽의 현저한 몰취미, 시끄러운 대목장 영업, 성급한 조바심, 거칠고도 조악한 향락욕” 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항상 정주와 방랑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했던 헤세는 결국 첫 번째 아내 마리아와 두 번째 부인인 루트 뱅어와도 이혼하게 된다.


영원히 여행하는 은둔자로 살고자 했던 ‘헤세의 여행은’ 인간 헤세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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