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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k Man

-  애나 번스 지음/ 역자 홍한별

가시적인 폭력이 난무하는 세계에서 비가시적 폭력에 홀로 맞선
열여덟살 소녀의 사투




내가 좋아하는 3대 밴드가 있다.

이탈리아 아트 록의 전설 New Trolls.

영국의 하드 록 밴드 Muse.

아일랜드 록 밴드 U2 등이 바로 그들이다. 


나는 밴드 3인방의 라이브 공연을 보는 것이 살아생전, 죽기 전의 소원 중의 소원이었다. 이에 하나님이 아라샤 뉴 트롤즈와 뮤즈는 일산의 아람누리와 잠실 체조 경기장에서 직관했다.

그리고 마지막 밴드 U2. 

작년 12월 8일 U2의 공연이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삼각 밴드의 한 조각을 맞출 수 있었던 결정적인 기회를 날려 버렸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막막함과 기약 없음에 나는 한동안 U2의 공연이 담긴 유튜브 속을 헤매며 아쉬움을 달랬다.

밀크맨의 저자 애나 번스


내가 꼭 듣고 싶었던 노래 하나는 1972년 1월 30일 북아일랜드의 독립을 주장하던 시민들을 향해 공수부대들이 무차별 총격을 가해 노인과 부녀자를 포함 14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피의 일요일’을 고발한 노래를 듣고 싶었다. 바로 ’Sunday Bloody Sunday’가 그 노래이다.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혈 떼창으로 연희동 각하의 화장실까지 들리기를 원하고 원했다.

~

깨진 병조각들은 아이들 발 밑에, 

시체들은 막다른 길을 가로질러 널브러져 있네

~

일요일. 피로 얼룩진 일요일


이 노래를 부른 아일랜드 출신의 U2의 보컬 보노는 노벨 평화상에 두 번이나 노미네이트 되었는데 "음악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왜냐하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일갈한 인물이다.


역시 북아일랜드 출신의 애나 번스는  ‘밀크 맨’으로 2018년 맨부커상을 수상했다. 이 소설은 1970년대 친아일랜드계와 친영국계로 나눠진 북아일랜드의 한 마을에서 일어난 테러와 폭력, 기만과 음모 등을 열여덟 살 소녀의 1인칭 시각으로 그리고 있다. '밀크맨'은 아주 정치적이며 아주 예술적인 소설이다. 그래서 ‘정치적인 글쓰기가 예술이 된 작품에게 주는 ‘조지 오웰 prize for political  Fiction’을 수상했다. 


광기의 폭력과 격렬한 테러활동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보다 부정칭 대명사들이 난무하며 블랙 코미디 같은 서사들이 일거에 페이지를 공략하며 독자들을 현혹시킨다.


첫째 언니와 첫째 형부, 알약 소녀, 문제 여성들, 광팬들 또는 아무개 아들 아무개 등이 펼치는 에피소드는 하나의 이야기를 가진 작품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여기에 '밀크맨'이라는 권력자 남성으로부터 고통을 당하는 18세 소녀의 내밀한 심리와 불안한 정서가 의식의 흐름 기법을 타고 아주 천천히 펼쳐진다. 

그래서 초반전은 다소 지루하고 재미가 없어 읽을까 말까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이것을 잘 인내하고 100page 넘어 접어들면 휘황찬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특히 애나 번스는 대구법의 귀재답게 동일한 문장 구조들을 줄지어 튀김질하며 일상화된 폭력의 문화를 비비 꼬고 비틀며 갈등과 폭력으로 얼룩진 길 이쪽(친아일랜드)과 길 저쪽(친영국)의 세계를 자유자재로 주물럭거린다.  그야말로 ‘충격에 가까운 독서 경험’들을 선사한다. 해외 유수 언론들의 격찬과 수많은 작가들의 경탄스러운 찬사가 결코 헛된 말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밀크맨은 무엇이란 말인가?

우유 배달부인가 우유 박스를 폭탄 용기로 사용하는 테러범인가?

일독으로 이중명칭의 비밀 코드를 풀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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