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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툭을 타고 공항으로

12. 비엔티안에서 마지막 밤! 메콩 강의 태양을 저물고

다시 비엔티안으로 되돌아 간다. 



VIP 밴에는 서양인들이 대부분이었다. 겨우 맨 뒷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금발 남녀들의 배낭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뒷좌석에 겨우 한 자리가 남았다.

금발 미녀들의 몸매는 풍만했다. 자리가 좁아 보인다. 맨 앞쪽에 스님 한 분이 탔고 동양인 한 쌍도 보인다. 어제 왔던 길을 다시 4시간여를 달려야 한다. 2시간을 달려 어제 그 휴게소에 도착했다. 여전히 많은 여행자들이 서성거린다. 나는 의자에 앉아 탄산음료수에 과자를 먹었다. 


그런데 왠지 어설프게 왔다 갔다 하는 여인이 보인다. 무엇을 찾는지 테이블에 있는 물건들을 집적거려 본다. 한국인 여성 같다.
혼자 여행을 온 듯하다. 연민과 공감이 일어났다. 


항상 혼자 하는 여행은 불안하고 어설프다. 그렇지만 진정한 여행이다. 자기의 모든 것으로 밀고 나가는 용기의 여행자이다. 그 여인에게 나는 소리 없는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무사히 마치고 다시 일상의 생활로 돌아가기를.


차는 비엔티안에 해질 무렵 도착했다. 낯설질 않다. 메콩 강 근처 버스 터미널에 내리자마자 나는 공원으로 갔다. 다시 일몰을 보고 싶었다. 마침 태양은 태국과 맞닿은 국경 땅에서 머물고 있다. 붉게 사멸하는 영원의 태양. 메콩 강에 또 하나의 태양을 잉태하고 사라진다.


마지막으로 라오 맥주를 마셨다. 일몰과 함께 나의 라오스 여행도 끝나고 있다.

그런데 어디선가 반복적인 댄스 음악이 들려왔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집단 에어로빅을 하고 있다. 금발의 여행자도 뒷줄에 끼여 열심히 춤을 춘다. 동작은 매우 단순해 보인다. 그러나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지속되고 반복된다. 연단의 에어로빅 강사의 동작에 맞춰 댄스를 춘다. 주변에서 장사를 하던 아주머니도 춤에 빠져 있다.

장사도 잊고 오로지 춤 속에 흠뻑 빠진 라오스인. 그리고 여행자들



대략 두 개 정도의 에어로빅 팀이 신나게 춤을 추고 있었다. 나는 다시 야시장을 들러 기념품을 사고 길 가 주변의 노천 식당에 들러 야채 볶음밥을 시켰다. 역시 아주 천천히 밥을 볶아서 오이와 간장과 함께 내놓았다. 나는 천천히 먹으면서 라오스의 마지막 밤을 마음속에 담았다. 

그리고 지친 발걸음으로 여행자 거리를 맴돌다 어느 사원의 벤치에 앉아 일요일부터 목요일까지의 여정을 반추해 보았다. 사원의 고요함이 고독한 여행자의 육신을 쉬게 한다. 왜 이리 홀로 멀리도 왔는지. 아직 집은 너무나 멀다. 나는 한동안 어둠 속에 웅크린 채 앉아 있었다. 그리고 조용히 일어나 공항으로 향했다.

비엔티안의 야시장 풍경


순수의 땅, 라오스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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