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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밀란 쿤데라


역사의 상처라는 무게에 짓눌려 단 한 번도 존재의 가벼움을 느껴보지 못한 현대인, 그들의 삶과 사랑에 바치는 소설




참으로 어려운 책이다. 

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절실하게 느낀다. 어쩌면 고전을 완독 하는 것이 최대의 인내심을 요구하는 고역의 작업일 수 도 있다. 하지만 읽기를 중단하지 않고 그 이야기의 끝을 따라가다 보면 어렵사리 작품의 위대함을 만나기도 한다.


영원한 회귀란 신비로운 사상이고 니체는 이것으로 많은 철학자를 곤경에 빠뜨렸다


이 소설은 니체의 '영원 회귀 사상'에서 출발한다. 

어쩌면 밀란 쿤데라의 작품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니체 철학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영원회귀 사상'이란 무엇인가.

니체는 인간의 삶이란 그 아무리 새로운 독창성을 추구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어제와 똑같은 일을 영원히 반복하는 삶이라는 것이다. 무료와 권태의 반복된 일상생활 속에서 인간의 존엄을 느끼고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과 '아모르파티' 즉 자기 운명에 대한 사랑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자애'와 '운명애'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삶을 무겁게 여길 것이 아니라 삶을 가볍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삶을 가볍게 살아가야만 영원히 반복되는 삶의 회귀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구원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가벼운 삶에 대한 동경일까?


한 번은 중요하지 않다. 한 뿐인 것은 전혀 없었던 것과 같다. 한 번만  산다는 것은 전혀 살지 않았다는 것과 같다.

인간은 한 번 밖에 살 수 없다. 우리는 제 아무리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간다고 하지만 누군가의 삶과 별 차이가 없으며 먼 과거로부터 살았던 사람과 유사한 삶을 반복적으로 살 뿐이다. 즉, 내가 지금 살아가는 것도 언제가 누군가가 살았던 삶의 방식이며 이후의 누군가도 나와 비슷하게 살아갈 것이다.


그래도 한 번 밖에 살 수 없다는 것은 중요한 과제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해 '밀란 쿤데라'는 4명의 등장인물을 통해 삶의 가벼움과 무거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토마스'와 '테레사', '프란츠와 사비나' 등은 무거움과 가벼움으로 조합된 연인들이다. 그들의 인생행로를 따라가면 프라하의 봄과 소련의 체코 침공 등 현대사의 맥락들이 고발되고 공산주의 체제에 대한 작가의 비판이 인물들의 꿈과 대화를 통해 은유적으로 나타난다.  감시와 통제의 사회에서 이들의 삶은 무겁거나 가볍기도 하지만 결국 죽음으로 끝나고 만다. 그것은 무척이나 가벼운 삶이다.


역사란 개인의 삶만큼이나 가벼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벼운 깃털처럼, 가벼운 바람에 날리는 먼지처럼, 가벼운 내일이면 사라질 그  무엇처럼 가벼운  것이다


단 한 번의 삶. 영원 회귀의 반복된 일상생활 속에서 각자의 유토피아를 꿈꾸었던 그들은 그 나름의 삶을 추구했지만 결국 가볍고 가벼운 죽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가볍게 죽기 위해서는 가볍게 사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작가는 '토마스와 사비나'의 가벼운 삶과 '테레사와 프란츠'의 무거운 삶 중에서 어느 것이 바람직한 삶인지 말하지 않는다. 다만 이 모든 삶은 단 한 번의 생으로써 끝나는 것이다. 어쩌면 대작가는 우리에게 어떤 삶을 살 것인지 그것을 묻고 있는지 모른다.

역사의 상처라는 무게에 짓눌려 단 한 번도 존재의 가벼움을 느껴보지 못한 현대인, 그들의 삶과 사랑에 바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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