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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람들

- 가문비나무아래와 함께

저는 참 많은 것을 타인에게 받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남에게 드린 것도 없이 그저 받기만 하니, 마음한편이 늘 죄송스럽습니다.


며칠 전, 가문비북클럽 독서 모임 1주년을 맞아 한 분이 카네이션 화분을 선물해 주셨습니다. 그날은 조금 더운 날이었는데, 청담동에서 불당동까지 화분을 종이봉투에 담아 직접 들고 오셨습니다. 꽃은 누구나 좋아하는 선물이지요. 저도 꽃처럼 기분이 환해졌습니다.


얼마 전에는 꽃잎을 말려 만든 파스텔풍의 꽃다발을받았는데, 이러다 책방이 꽃집이 되겠다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가문비북클럽 회원 모임

정말 많은 분들이 이것저것 챙겨주십니다. 박 대표와 저는 종종 “우리는 굶어 죽지는 않겠다”고 농담을주고받을 정도지요. 때가 되면 김장김치며 묵은 김치를 가져다주시고, 상추, 고추, 감자같은 채소도 나눠주십니다. 휴일날에 는 맛깔나게 싼 김밥을 건네주시고, 특별한 모임이 있는 날엔 손수 떡을 해 오시는 분도 계세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손님들에게 나눠드리라며 책갈피를 직접 만들어 오시고, 정성껏 쓴 붓글씨를 족자에 담아 선물해 주시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저희 고양이 삼형제를 일러스트로 그려 주신 분도 계세요. 그것으로 책봉투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정말이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선물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문득 생각해봅니다. 도대체 왜 사람들은 이렇게 아낌없이 무언가를 주시는 걸까. 우리는 정작 드린 게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죠.


아무 조건 없이, 그저 좋아하는 마음으로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준다는 건 요즘 세상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고요.


어쩌면, 이 모든 호의는 이 책방에 대한 애정의 표현이자, 이 공간을 계속 지켜달라는 조용한 응원의메시지가 아닐까요? ‘조금 더 힘을 내주세요’라는 박수 같달까요.


그래서 가끔 책방살림이 버겁게 느껴질 때면, 선물 받은 것들을 하나하나 바라봅니다. 꽃향기를 가까이에서 맡아보고, 나를 위해 써준 붓글씨를 바라보고, 고양이 그림을 들여다보며 스스로에게 말합니다.

그래, 다시 한 번 힘을 내자.


이미 가문비나무아래 책방은 우리 모두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함께 일구고 가꾸는 동네 사랑방이자, 작은 공동체입니다.


먼저 책방살림을 걱정해주고, 진심으로 책방이 잘되기를 바라는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일. 그야말로 복되고 복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저는 책방 문을 열고 웃으며 손님을 맞이합니다.


어서 오세요. 가문비나무아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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