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매일 새로운 기적이
가끔 책방에서는 참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곤 합니다. 지난 주말에도 그런 순간이 있었지요. 한 어머니와 녹색 가방을 멘 아이가 책방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언뜻 보기엔 아주 평범한 손님처럼 보였습니다. 어머니는 책방 곳곳의 풍경을 사진으로 담기 시작했고아이는 뒤뚱뒤뚱 고양이 뒤를 졸졸 따라다녔지요.
잠시 후, ‘마지막 거인’과 ‘구구옥’ 등. 아이를 위한 책을 골라 계산대로 오셨기에 조심스레 인사를 드렸습니다. 처음 뵙는 분 같았는데, 뜻밖에도 일산에서 오셨다고 하시더군요.
주말 연휴를 맞아 아이와 함께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책방 탐방을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천안까지 오게 되었다는 말씀에 저도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가문비나무아래가 무슨 특별한 곳도 아닐진대, 이렇게 먼 길을 와주시니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들었습니다.
그분은 1인 출판사를 준비하고 계신다며, 파주 출판단지에도 자주 간다고 하셨습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엔 말이 통하는 묘한 기쁨이 있는데, 정말 그 손님이 더 반갑게 여겨지더군요.
아무리 대중교통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경기도 일산에서 충남 천안까지, 쉽지 않은 발걸음인데 아이와 함께 책방을 찾아 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매일매일 누가 올지도 모르는 깜깜이 책방에서 가끔깜짝 놀라운 방문이 이어지곤 합니다.
20년 만에 찾아온 고향 친구, 오랫동안 못 만났던 선후배, 그리고 북토크 때 뵈었던 임은정 검사님까지. 모두 예고 없이 찾아와 저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오늘은 또 누가 찾아올까요?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책방 문을 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