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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랄프 로렌

- 손보미 지음

무엇이 이렇게 소설을 밀고 나가게 했을까?




어린 청소년 시절. 그가 미국의 의상 디자이너였던 랄프 로렌의 전 생애를 따라간 이유가 무엇일까?

한국에서 공부밖에 모르는 범생으로 자라나 외국 유학 생활 도중 매년 노벨 물리학상 후보로 거명되던 괴상망측한 교수로부터 일방적인 퇴출을 명 받은 주인공.

그 충격으로 몇 날 며칠을 밤낮 술과 잠으로 때우던 그가 우연히 발견한 한 여자의 메모지를 발견하고 랄프 로렌과 관련된 이야기를 탐문해 나가는 것이 이야기의 출발이다.

2017년 대산문학상을 수상한 손보미 작가(왼쪽에서 세 번째)


사건의 개연성은 둘째치고 자신의 미래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한 의류 사업가의 인생을 찾아간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어처구니없는 맥락을 제공한 고등학교 동창마저 특별한 관계도 없었던 그저 스쳐 지나갔던 여학생에 불과하지 않았던가. 애틋한 사랑의 추억도 있는 것도 아닌데 무엇 때문에 폴로 의상의 사업가를 찾아 나서야 한단 말인가.


혹 무뇨스 몰리나의 '리스본의 겨울'을 흉내 낸 것이 아니라면 파스칼 메르시어의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차용한 소설은 아닐까? 끊임없는 탐문과 수사. 연이어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새로운 정보를 얻고 그것을 소설의 서사로 더욱 확장시켜 이야기의 흥미를 쉴 새 없이 만들어 낸다. 마치 추리 소설을 읽는 듯 한 느낌 말이다.


일찍이 국내에서는 외국을 올로케이션한 소설은 드물었다. 다소 생뚱맞기도 하고 신선한 느낌마저 든다. 대중적인 인물을 추적해 들어가는 방대한 자료 조사와 그것을 바탕으로 서사를 엮어낸 작가의 상상력과 문장력은 대단해 보인다.

그런데 손보미의 소설을 다 읽은 후 이 소설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지울 수가 없다.

우매한 독자를 만난 소설의 불행인지 몰라도 나는 이 소설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 비단 나만의 생각일까? 그녀는 2017년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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