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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나스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인간관계 안에 숨어 있는 에고이즘과 고독, 그리고 실날같은 희망을 그려낸 작품. 




참으로 재미있는 소설이다. 

아주 노골적으로 위트와 웃음을 조장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상황 설정과 인물의 행동과 대사들은 은근한 웃음을 자아낸다.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앞뒤 가리지 않는 성격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나는 손해만 봐왔다.


이 문장으로 시작되는 '도련님'은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좌충우돌식 성장기를 보여준다. 

타인의 시선으로 판단한다면 타고난 개구쟁이이자 사고뭉치일 수 있지만 언행일치의 성격을 가진 도련님은 솔직함과 신의의 대명사이다. 자신의 시선으로 타인을 봤을 때 모든 것은 엉망진창이며 제대로 된 인간을 발견할 수 없다. 

일본의 세익스피어라 불린 나스메 소세키(사진 출처: 현암사)


어찌어찌하여 시골 중학교 수학 교사로 부임하지만 학생들에게 모범적인 선생이 될 수 없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일장 훈시하는 교장의 면전에서 '아니올시다'라고 말하는 대담한 용기와 학생들의 질문에 '난 모르겠다'라고 자백하는 솔직함에서 도련님은 아무런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다.


어쩌면 그는 자신의 본성대로 살아가는 인간 유형일 수 있다. 어느 누구의 시선과 판단에 주눅 들지 않고 주체적으로 삶을 운영하는 인간이다.


이 소설의 재미는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엮어내는 이야기들 속에 있다. 시골 학교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사생활의 노출과 선생보다 덩치가 큰 어른 학생들의 범죄에 가까운 폭력들이 기숙사 사건과 집단 패싸움 속에서 우스꽝스럽게 드러난다. 

무엇보다 산미치광이, 빨간셔츠, 알랑쇠, 끝물 호박 등 별명으로 명칭 된 인물들이 벌이는 모략과 음모는 인간 사회의 축소판을 보여준다.


그들은 끊임없는 권모술수와 교언영색으로 특정한 인간을 축출하고 파멸시키고자 한다. 허위와 가식으로 점잖을 떨지만 가면 속의 실체는 부도덕한 인간임을 고발한다.


하이칼라 놈들, 협잡꾼, 사기꾼, 양의 탈을 쓴 늑대, 야바위꾼, 날다람쥐, 앞잡이, 멍멍 짖어대는 개새끼나 다름없는 놈이라고 했어야지


작은 시골 학교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작가의 뛰어난 유머감각과 위트 넘치는 문장으로 포장되어 단숨에 읽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인간 유형에 대한 자세한 관찰과 그 본질을 파악해 가며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작가의 인물 창조는 탁월하다. 이 소설의 해설을 단 백가흠은 도련님의 인물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도련님은 외롭다. 정직하기 때문에, 솔직하기 때문에, 관대하기 때문에, 순응하기 때문에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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