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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쁨

- 실뱅 테송 지음/문경자 옮김

두 발로 세상을 만끽하는 가장 느린 여행자의 기록.




실뱅 테송이 말하는 여행의 기쁨이란 오직 맨발바닥과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육체의 전진에서 오는 황홀한 오르가즘이다. 


안락함과 속도 대신 고통과 느림 속에서 온전히 느끼는 감각의 쾌락인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일체의 교통수단을 거부한다.


내가 좋아하는 여행은 항상 엔진 없이 내 힘이 허용하는 한도 이상으로 더 빨리 이동하는 수단 없이 자연과 대등한 조건에서 자연에 그대로 자신을 맡기는 여행이다. 말을 타거나 기구를 이용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것 만 허용한다.


저자 스스로 반더러 즉 '유랑하는 방랑자'로 지칭하며 티베트, 몽골, 아프가니스탄 등 기술 문명과 자본의 힘이 미치지 않은 오지 중의 오지를 찾아 떠돌았다. 복잡한 도시와 추한 인간을 피해 오직 대자연이 선사하는 즐거움과 감동에만 몰입했다.

시베리아 숲에서- 희망의 발견의 저자 실뱅 테송


지리학자라는 전문 지식을 가지고 떠난 여행은 산과 평야를 걸으며 오랜 지구 별의 역사를 읽어 내고 여로의 길목에서 자아에 대한 성찰과 기도, 명상, 암송, 글쓰기 등을 통해 권태로운 여행을 이겨내면서 자기 여행의 완전한 주인이 된다.

그의 여행 방식이 평지를 관통하는 걷기와 들판과 숲 속에서 야영을 하거나 오래된 대성당의 지붕과 종탑에 올라 도둑고양이처럼 잠드는 증 여러 종류가 있다.


야영은 밤과 화해하도록 주어진 기회다. 석교 아래나 나무 아래에 옷을 벗어던져두는 것은 어둠과의 화해다.


오직 인간의 원시적인 육체와 무위의 자연이 조화를 이룬 저자의 여행 방식은 구도자적인 유랑에 가깝다. 

그리하여 장자의 죽음처럼 자신의 육체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기를 소망한다.


나는 종종 생을 마감하는데 오두막보다 좋은 장소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나의 마지막 의지는 내 몸이 자양분이 되어줄 어느 나무 아래 묻히는 것이다.  대신  나는 구더기들에게 내 몸을 내어줄 만큼 고기를 충분히 먹어둘 것이다. 화장은 불량 채무자의 무례한 방식이다. 일종의 횡령이다..


저자의 유랑의 경험 속에서 깨달은 사색의 정수들을 비약과 생략 등의 시적인 문체로 표현되어 있어 여행의 풍경들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할까.

때론 지나치고 다소 엉성한 표편 방식이 독해를 어렵게 한다. 하지만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나는 걷는다' 이후 재미나게 읽은 본 도보 여행의 짧은 산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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