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저니맨

- 파비안 직스투스 쾨르너 지음/배명자 옮김

파비안 직스투스 쾨르너

인간은 두 번 태어난다. 한 번은 어머니의 자궁에서, 한 번은 여행길 위에서




독일 청년 '파비안'의 세계만방을 떠돌아다니는 수련 여행기.

무슨 꽃구경 가는 것도 아니고 수련 여행이라니 참으로 기이하기 짝이 없다. 꽃이 아니라면 뭔가를 배운다는 의미인데 그렇다면 온세계 무림의 고수들을 찾아 떠나는 필살기 섭렵의 여행기일까?

물론 아니다. 일종의 재능기부 여행기라고 할까. 한마디로 이 여행은 현지에서  먹고 자는 것을 자력갱생 방식으로 해결하며 이리저리 세계를 떠도는 방식이다. 보통의 관광과 배낭여행과는 차원이 다르다. 

중세시대 돈 있는 귀족 자녀들의 '그레이트 튜어 방식'과 유사하다. 즉 멀리멀리 길 밖으로 나가 세상 물정 배우고 돌아오라는 가부장의 지침에 따라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떠나야 했던 청춘들의 여행과 비슷하다.

그의 수련 여행 10 계명은 이러하다.


세계의 다섯 대륙에 발자국을 찍는다

여행지에서 일을 하고 돈을 번다

잠잘 곳과 먹을 것 말고는 바라지 않는다

최대한 긍정적인 나그네가 된다

목적지는 길이 정한다

최소한의 도구만 갖고 떠난다

여행지의 모든 일을 빠짐없이 기록한다

한 군데에 너무 오래 머물지 않는다

금지 구역을 피한다

여행기간을 지킨다.

저지맨의 저자 파비안 직스투스 쾨르너(사진출처: 디지틀 조선일보)


저자이자 여행의 주인공인 '파비안'은 사진과 건축, 그래픽 디자인 쪽에 능력을 가진 스물여덟의 젊은 친구이다. 그는 갈까 말까 하는 망설임 속에서 당당하게 첫 여행지 중국 상하이를 출발하여 독일 베를린으로 돌아오는 2년여간의 긴 여행을 시작한다.


익숙해질 만하면 다시 떠나고 낯익을 만하면 다시 낯선 곳을 찾아가는 이 무한 반복이 마치 영혼의 담금질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렇게 점점 단단해지고 있었다


오대양 육대주를 넘나드는 그의 여행은 불안과 불투명, 예측불허뿐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잠재된 감각과 능력, 필연으로 만드는 우연의 힘과 사람과 사람 간의 연대 의식을 배우고 느낀다. 

현지에서 일하는 방식으로 먹고 자는 문제를 해결하는 수련 여행 방식은 자연스럽게 여행지의 생활과 밀착될 수밖에 없으며 일반인들의 생활 속으로 깊숙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은 일반 여행기에서 느낄 수 없는 재미를 선사한다.

상하이 건설 잡부로 일했던 파비안(사진출처: 디지틀 조선일보)


때로는 인도나 쿠바의 계급적 체제적 문제점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면서 위험스러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그는 단지 여행지에서 먹고 마시고 놀며 스쳐 가는 소극적 방식이 아니라 그 사회의 문제를 예술적인 방식으로 비판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여행자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스물여덟의 저자가 용기 있게 떠나지 않았다면 경험할 수 없는 값진 경험들이었다.  인간은 두 번 태어난다고 하지 않았나. 한 번은 어머니 자궁에서 한 번은 여행지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여행의 기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