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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 마리오 마르가스 요사 지음/송병선 옮김

독특한 구성, 넘치는 유머, 신랄한 풍자를
통해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린 한바탕 익살극!




정말 웃기고 자빠지는 한 편의 코미디 같은 작품이다. 

아마존 열대 우림에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 멸사 헌신하고 있는 군바리들을 위해 군부 차원에서 은밀히 '창녀 부대'를 창설하다니 참으로 대단한 발상이다. 

더구나 저자의 상상력에 기반한 허구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페루 군부가 '특별 봉사대'라는 부대를 창설했다고 하니 충격적인 일이다. 

2010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페루의 마리오 바르가스요사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것이 비단 이상 야릇한 페루만의 웃긴 이야기가 아니라 이웃집 나라 일본의 군국주의자들이 '위안부'라는 미명 하에 저지른 천인공노할 사건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이야기이다.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면 페루는 자국민의 매춘부를 동원했지만 일본은 다른 나라의 처녀들을 강제 동원했다는 사실이다. 여하튼 아마존 일대에서 열나게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수컷들은 여자들을 강간 윤간하며 자신들의 성적 욕망을 동물처럼 해소한다.

한 부족 집단의 여성들을 완전히 초토화시켜 버린 세기말적인 강간 사건은 전 국가적인 파문을 일으켰고 이에 황급히 놀란 군부는 아마존 일대의 병사들의 정액 배출을 위해 창녀들을 월급제로 고용하여 최상의 섹스 서비를 제공한다. 


이 막중한 국가 중대사적 임무를 맡은 군인은 탁월한 행정업무 수행능력으로 장군님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던 모범장교 '판탈레온 판타하' 대위.

'주어지면 하고 만다'는 일명 '의무병'에 걸린 그는 부여된 임무를 100% 완벽하게 작전을 끝냄으로써 일선 군인들과 매춘녀들로부터 열광적인 영웅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군사 비밀 작전의 아지트였던 '이키토스' 지역에서 비윤리적인 매춘 행위가 만천하에 드러나고 민간인으로 위장했던 판타하 대위의 정체마저 완전히 들통나고 만다. 더구나 '미스 브라질'의 장례식에서 보여준 판타하 대위의 어리석은 행동은 그를 완전 파멸에 이르게 한다.  

영화로도 제작된 동명소설, 그러나 소설과 달리 흥행은 실패했다고 함


군부가 은밀하게 조직한 매춘 부대의 창설과 매춘 사업이 단순한 소설의 서사의 구조로 볼 수 있지만 이 소설의 백미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서술 양식에 있다.


마치 희곡 또는 시나리오를 읽는 듯한 대사 중심의 이야기 전개 방식은 매우 특이하다. 소설의 전통적인 형식을 따르지 않는다. 등장인물의 심리나 배경에 대한 적절한 표현방식이나 미사여구 방식의 문체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대화방식은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난데없이 다른 인물들의 대화가 뛰어들기도 한다. 다른 장소에 있는 다른 인물들의 대화가 끼어들면서 독자는 이야기의 방향을 재가공해야 한다. 이는 마치 시나리오의 한 장면에서 대화가 이뤄지고 다른 장면으로 넘어가면서 이야기가 이어지는 방식과 유사하다.

전통적인 소설에서 보기 드문 매우 낯선 대화방식이기 때문에 이 소설 구조가 온통 뒤죽박죽으로 보일 수 도 있다. 또한 서술 시간이 현재와 과거가 뒤엉켜 있어 복잡해 보이지만 밀접한 인과 관계로 엮게 있어 매우 치밀한 서사구조를 보여준다. 그밖에 각종 보고서 양식과 편지, 앵커의 멘트 등 다양한 형식의 글도 포함되어 있어 글 읽는 맛을 더해 준다.


무엇보다 이 소설의 백미는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마법사와 같은 현란한 문장력에 있을 것이다. 진지함과 딱딱함을 버리고 재치와 유머, 위트로 가득 찬 그의 문장은 언어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연금술사적인 면모를 엿보게 한다. 


그 문장의 바탕이 되는 작가의 무한 상상력으로 이야기 속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며 이 소설의 재미에 홀라당 빠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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