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고독의 발명

-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아버지에 대한 폴 오스터의 감동적이고 개인적인 명상. 아버지의 죽음을 접하고
품었던 감정, 느낌, 생각들.




책 제목은 '고독의 발명'인데 두 편의 중편이 실려있다. 그 하나가 '보이지 않는 남자의 초상화'이며 나머지는 '기억의 서'라는 작품이다. 이 중 나는 한편만 읽었다. 읽지 않는 소설도 아마 고독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라고 추측된다.

고독의 발명은 저자의 작명과 관련이 없고 그냥 출판사 편집자의 판단인 듯하다.

제목이 참 모순 형용적이다. 발명이라는 것은 물질문명세계의 기계나 도구를 새롭게 창조한다는 말인데 하지만 고독이라는 것은 모양도 흔적도 없는 추상적인 개념 아닌가. 


인간이 어떻게 스스로 고독을 만들어 내고 그 첩첩의 철옹성으로 들어가 온전히 자신만의 내면의 세계에 침잠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고독의 속성이 은둔과 사색, 단절 등을 내포하고 있는데 이 소설은 은둔자의 고독과는 전혀 다르다.


어느 날 갑자기 심장마비로 67년의 생을 마감한 아버지의 삶은 고독의 속성과 달리 지극히 세속적이며 물질적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평범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왜 아버지의 고독이라고 하는가. 작가는 가족에 대한 아버지의 무관심, 물질적 욕망에 대한 냉소주의 등을 표현한 듯하다.


누구도 세상에 그런 사람 -감정이 결여되어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서 거의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이 있다고는 믿을 수 없었다. 그리고 만일 그런 사람이 없다면 그것은 다른 사람, 거기에 있지 않은 사람, 내면에 숨겨진 사람이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자신의 혈육에게까지 보이는 그 철저한 불안감. 조용히 앉아서 이야기 나누고 편히 쉴 수 없는 그의 무능력
그의 작품은 '아름답게 디자인된 예술품'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폴 오스터


사랑하는 부인에 대한 무덤덤함, 자식마저 마음껏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애정결핍 상태로 성장해야 했던 불우한 과거. 자식의 자식마저 남의 집 자식 보듯 바라보는 아버지의 시선.

아버지의 어머니가 아버지를 살해한 가족사의 아픈 과거가 주인공의 아버지의 성장 회로에 수소폭탄 장착된 듯 위험한 트라마우마를 갖게 되고 어린 시절 가난은 일 중독자와 돈 밝힘증 환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던 비루한 삶의 원인이었다.


돈에 대한 아버지의 기이한 관계(부에 대한 욕망, 쓸 줄 모르는 태도)를 감안한다면 그가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왔다는 것이 어느 정도는 이치에 맞았다.


이런 아버지를 주인공인 나는 아버지의 낡은 가방 속의 유품을 정리하거나 장례를 치르는 과정을 통해 아버지의 삶을 이해할 만한 조각들을 맞추기 시작한다.

그 퍼즐의 맞춤이 하나의 중편 소설로 탄생되었고 아버지에 대한 주인공의 판단은 지극히 감정이 절제된 객관적인 사실들로 표현되고 있다. 어머니의 아버지 살해에 대한 당시의 신문기사와 재판 자료들을 제시하며 


고독이라는 망투를 뒤집어쓰고 자신의 내면세계에 갇힌 채 진정한 사랑의 관계를 나누지 못한 아버지의 삶을 변명하기도 한다.


전체적인 서사구조는 하나의 주제 아래 긴밀하게 연결된 사건들이 아니라 다소 산만하고 그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운 것들도 있다. 이럴 테면 아버지가 자신의 여자 친구의 딸과 관계를 맺어 임신을 하게 되었는데 주인공인 '나'가 그 아이를 키우게 되었다는 서사의 과정과 소설의 종말 부분에 '키에르케고르'의 잠언은 이 소설의 주제와 관련된 그 함의를 이해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에게 자신의 아버지의 삶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일말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괜찮은 소설이다.  

당신은 당신의 아버지의 삶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되묻고 있고 나 또한 이 소설을 읽는 중간중간에 아버지와 얽힌 추억들이 떠올라 잠시 눈동자가 주춤거리도 했다.

그렇다. 이 소설은 홀로 외롭게 고독 속에서 고군분투하며 사라진 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개인적인 체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