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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꼬투리 May 24. 2022

테니스 선수는 안 되겠지만...(2)

테니스가 너무 좋아  모임에 들어가기로 결심한 대다수의 'I'를 위한 팁

성격유형  ISFJ  나는 내성적인 .

특히 아무도 모르는 사람들, 낯선 환경, 처음 겪는 상황에 놓이면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테니스’라는 공통분모가 있는 사람들끼리는 그 벽이 조금 얇아지는 것을 느낀다.
함께 그룹레슨을 받는 사람이 비슷하게 시작했는데 괄목상대할 만큼 늘어 있으면 그 비결이 궁금하고, 그 사람이 쓰는 테니스 라켓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싶어 진다.


내 측근, 아니 나보다 2년 정도 늦게 테니스를 시작한 오빠는 레슨을 아주 진지하게 받고 있다.
포핸드, 백핸드도 안되는데 서브부터 가르치는 코치에게 기본부터 알려 달라고 했다.

솔직히 이거야말로 난 좀 오버라고 생각한다.

진짜 ‘테니스 선수가 될 것도 아니고’

(랠리 같이하다가 내 실력을 비웃었던 것에 대한 뒤끝은 아니고..)


물론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우는 게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혼자 테니스를 쳐도 실력은 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과 게임하며 룰과 매너를 익히는 것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진짜 테니스 선수가 될 게 아니라

재미있게 평생 할 운동을 하고 있으니까.

앞서 말했듯 그룹 레슨을 통해 나는 지금 테니스 게임을 함께 치는 멤버들을 만났다.

신기하게도 멤버 모두가 ‘I’ 성향을 가지고 있는데 다행히 그 중간에는 ‘E’ 유형의 한 사람이 있었다.

부산 사나이인 그는

 “누나, 혹시 게임 치지 않을래요?” “행님, 함께 치시죠!?”

라며 비슷한 수준의 우리를 불러 모아 게임을 청했다.
그렇게 그는 시시때때로 레슨 밖 테니스장으로 우리를 불렀다. (지금 그는 본인의 고향에 가 테니스 실력을 열심히 쌓고 있다고 인스타그램으로 전해진다.... 언젠가 원정경기... 를 하자구)

당시에 우리는 테니스장을 어떻게 예약하는지, 게임 공은 뭐고 연습공은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하지만 꾸준히, 또 맹렬하게 테니스 모임을 했다.

그러다 코로나19가 세게 왔고, 겨울이 찾아왔다.

테니스는 치고 싶은데 칠 멤버가 없었다. 멤버 모두가 임시휴업인 상태가 된 것이다....
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소모임’ 앱을 깔고 열심히 내가 갈 만한 동호회를 찾았다.

직접적으로 테니스를 치는 사람이 없어, 지인의 다리, 다리를 건너 네이버 밴드, 카페 등을 추천받았다.

소모임은 지역기반으로 내 시간, 근접성 등을 고려해 잡았고,

다른 곳으로 추천받은 곳은 네이버 카페 #테니스친구찾기 #테니스마니아

네이버 밴드로는 #테니스홀릭 #테니스친구찾기 #초보당당오픈테니스 였다.

방문해보면 알겠지만 개인이 테니스 멤버를 구하는 경우도 있고, 역사 깊은 동호회도 있다.

나는 이 중 2~3개의 모임에 참석했다. 이중엔 정회원을 하다 관둔 곳도 있다.

현재 나는 원래 함께 했던 멤버들과 주 1회 경기도 쪽 테니스장을 대관하여 치고 있고, 멤버들이 결석을 많이 하는 날엔 지인의 지인을 통해 ‘껴줍쇼’모드로 끼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너무 같은 멤버들과 테니스를 치다 보면 플레이가 익숙해 공도 눈에 익어 ‘우물 안의 개구리’ 신세가 된다. 그래서 가끔 새로운 멤버들과 테니스를 치거나 새로운 모임에 가서 테니스 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테니스 모임 방황 기를 겪으며 내가 알려주고 싶은 팁, 매너 혹은 미리 알고 가면 좋을 것들을 정리해서 전달한다.


첫째, 준비물.. 몸만 와도 된다지만..

레슨 할 때는 남는 라켓이 있어 초보자라면 대충 그걸로 익히고, 좀 더 열심히 치고 싶다는 열정이 생기면 새것을 사면 된다. 하지만 게임하러 온 모임에서는… 몸만 오면 곤란하다.

라켓과 테니스화는 필수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테니스화인데 사실 어떤 제품이 좋은 지 추천은 못하겠다.
다만 나이키, 아디다스, 아식스 등의 브랜드에서 내놓는 ‘테니스화’들이 진짜 테니스용으로 제 역할은 분명히 한다는 것이다. 사실 신발이 뭐 그리 중요한가 싶어 일반 운동화 신고 테니스 치다가 발톱 2~3회 빠지고 무릎 나간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골백번 강조하고 싶다.

라켓은 실제로 들어보고 사는 게 좋은데 동대문 쪽에 테니스 관련 용품을 오프라인으로 판매하는 곳이 많다. 뭐, 주변에 테니스인이 많다면 그냥 대충 조언 듣고 온라인으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요즘엔 워낙 커스터마이징이 잘 돼 있으니!

또 테니스 유니폼 얼마든지 입으셔라.

근데 막상 모임에 나가면 그들이 그리 차려 입고 치지 않는다.
나 역시 테니스 스커트를 초반부터 입기엔 부끄럽기도 하고 실력도 안 되는 게 너무 까부는 느낌이 들어 2년 차부터 입었는데 이건 개인적인 성향 차이이니 알아서 입으셔라.

하지만 주머니 없는 레깅스는 비추다.

게임하다 보면 알겠지만 서브하는 이에게는 2개의 공이 주어진다.
1개는 서브하기 위해, 다른 1개는..? 그렇다. 그 공은 주머니에 넣어야 하는데 주머니 없는 레깅스 입고 와서 파트너에게 공을 맡기거나 바닥에 두고 서브하는 여성 분들을 종종 봤다. '나 역시 운동복이니까~'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그렇게 입고 쳤다가, 혼복 치던 남자 파트너에게 쿠사리 먹었던 경험이 있다.

“누나, 주머니 있는 옷 좀 입고 오이소!” (드럽게 치사하지만 또, 한편으론 이해됨)

아무래도 테니스의 기본이 안된 느낌이 들어서?
레깅스를 꼭 입고 싶다면, 허리에 걸치는 테니스공 홀더가 있다. 나는 차보진 않았는데 초보 테니스인이 차고 있는 걸 본 적은 있다. 편한지는 못(안) 물어봤다.

클립형태의 볼 홀더 혹은 볼 클립



둘째, 아주.. 잘 치지 않아도 되지만…

모임에 가입할 때 하나같이 공통적으로 묻는 건 구력이다. 그러니까 테니스를 얼마나 오랜 기간 쳤냐는 것인데, 1년 미만이라고 하면 가입 안 시켜줄까 봐 뻥튀기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치다 보면 들통나게 돼 있고, 그러다 게임 하나도 못하고 돌아가는 회원도 봤다.
다만 대다수의 모임들에서는 최소한 게임이 가능한 사람이길 바란다. 여기서 말하는 게임이 가능한 사람의 가장 큰 기준은 서브를 할 줄 아느냐이다.

진짜 용기 내 첫 모임에 갔을 때 나는 서브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고, 언더 서브 일명 ‘아리랑’ 서브를 했었다. 잘 치는 사람들에게는 낯선 공. 완전 <슬램덩크>의 강백호 자유투 같은 느낌….


<슬램덩크> 강백호 자유투 포즈

근데 강백호처럼 뻔뻔해질 필요가 있다. 폼이 어떻든 골대에 들어가면 그만인 것처럼 폼은 조금 어설퍼도 서브 박스에 들어가는 공을 친다면 게임 진행하는 데에는 아주 큰 문제는 없다.

그러니 딱 서브 넣는 것까지만 배워두고 모임에 가자.



셋째, 점수를 셀 수 없을지라도…

‘럽써!” “써포!’ …..

어찌어찌 서브 넣어 게임이 진행됐는데 가차 없이 누군가 “럽뽀!”를 외친다? 발음이 귀여운 듯 희한하다?
뭔가 게임과 연관돼 있는 말 같은데? 맞다. 게임 점수를 세고 있는 것이다.

테니스 점수는 0점은 러브 15점은 피프틴 30점은 서티 45점은 포티파이브 동점은 올이다. 

그런데 이 점수를 모두 발음하기에 우리는 플레이어다! (캬!!)

그러니 앞글자만 따서 점수를 세는 것이다. 서브를 친 팀(사람)의 점수가 앞, 상대팀 점수가 뒤다.

게임이 막 시작돼 내가 서브를 했는데 점수를 잃었다면?

‘럽삐!’가 되고, 그다음 서브에서 우리 팀이 점수를 내서 동점이 되면 ‘삐올!’이 되는 거다.

웬만하면 말 줄이는 걸 썩 좋아하지 않는데 테니스를 치다 보니 나도 어쩔 수 없더라.

함께 치는 사람이 점수를 크게 외쳐주는 건 게임하다 보면 어느새 몇 점인지 까먹기 때문.
뭐 팀 플레이어로서 누군가가 해야 하는 역할이기도 하다. 그러니 초보자가 직접 입 밖으로 내놓긴 힘들어도 알아듣기는 하는 게 좋지 않을까?


넷째,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인어공주일지라도....

사실 파트너에게 내가 받아치겠다는 의미인 “마이볼!"을 외치는 것도 처음엔 썩 쉽지 않다.
특히 ‘I’ 유형의 사람들에게는 너무 부끄럽다…. 그런데 그 콜링을 많이 할수록 실책이 줄어든다.
씩씩하게 콜링을 하는 건 게임 점수를 셀 때, 공을 패스해줄 때, 파트너를 격려할 때 등 한다.
파트너가 실책을 해도 “괜찮다”라고 하거나 “나이스!”라고 말해주는 등의 격려 말이다. 내가 테니스에 빠지게 된 계기도 사실 이런 거였다. ‘이 나이 먹어서 이렇게 마냥 칭찬 듣고 격려받다니! 좋구먼’


다섯 번째, 공을 던져 주는 건 좋은데….

내가 실수를 많이 했던 지점이기도 한데 아무래도 실력이 고만고만한 사람끼리 하다 보니
공이 옆 코트에 넘어가기도 하고, 상대에게 공을 넘겨줄 때도 그냥 무지막지하게 던져 주기도 한다.
이게 뭐 큰 잘못인가 싶지만 이 역시 매너다. 또 한 번 쿠사리를 들으며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이 정도면 테니스, 쿠사리를 통해 배웠어요! 아닌가?

옆 코트가 게임인 중에 볼이 넘어가면 미리 “땡큐 볼이오~”라고 건네받는 것이 좋다.

대부분 함께 테니스를 치는 사람들은 게임하다가도 도중에 멈추고 공을 던져 준다.
이때도 감사의 인사는 빼놓지 않는다. 당황해서 쭈뼛쭈뼛 대는 게 더 민폐가 될 수 있다.

또 상대 팀에게 공을 던져 줄 때 그 사람이 볼 받을 준비가 돼 있는 상태인지 체크한다. 뒤돌아 있거나 딴청 피우는데 냅다 공을 던져 버리면….. 꽝이다.

 
“볼이오!”


라고 외치며 공을 전달하고, 한꺼번에 공 두 개가 한 사람에 겹쳐서 가지 않게 제대로 공을 받았는지 확인 후에 던져 준다. 동시에 공이 오면 아무래도 허둥지둥 돼 게임이 더 지연될 수 있으니까 유의하자.

한 공은 상대팀 쪽에, 다른 한공은 우리 팀 쪽에 있다면 상대팀 공을 먼저 받고, 우리 팀 공을 받는 게 좋다. 이유는 매너겠지만 아마도 거리 때문인 것 같다.

그밖에 게임이 끝난 후에는 게임 플레이어 모두 라켓을 모아 “고생하셨습니다!”라고 인사를 하고 마무리한다. 마치 권투 선수들이 게임을 시작할 때 두 주먹을 툭 치듯이 말이다.

이외에도 더 전할 내용이 있다면 다음 화에 계속하겠다. 없으면 이것으로 끝.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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