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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Teacher Jul 21. 2023

일상으로 복귀하다

아픔에도 내 자리가 있다는 것의 의미

 총 6주간의 병가를 끝내고 나는 유치원으로 복직하였다. 안타깝게도 살은 5킬로나 빠져있었고, 얼굴에는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으로 돌아갔다. 나는 그렇게 1시까지 아이들과 있는 시간만 무사히 버티자는 마음으로 첫 출근을 하였다. 앉아 있는 것도 힘들었다. 아이들이 너무 보고 싶었고 이 자리가 무엇보다 그리웠지만 내 몸은 그러하지 못하였다. 그렇게 나는 수업을 온몸을 쥐어짜듯 하였고, 1시 방과 후 교사와 교대를 하며 쓰러지듯 앉아 움직이질 못하였다.

 

 그래도 내가 돌아갈 곳이 있음의 의미는 아주 강하였다. 늘 그 자리에서 묵묵히 응원하고 기다려준 사람들이 있었기에 나는 조금이라도 끄집어내듯 힘을 내었다. 1시 교대를 하고 교무실로 들어가면 선생님들은 "이제 조퇴해요. 이렇게 앉아있는다고 무슨 의미가 있어요!"라고 이야기해 주었고, 어지러움으로 꼼짝도 못 하는 상황이면 뒤에서 밀어주며 잠시 몸을 뉘일 수 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교실에서 크게 작게 신경 쓰이는 소소한 일들도 옆반 선생님들이 챙겨주었다. 하다 못해 달팽이 밥을 주고 어항을 청소하는 일도 말이다.


 너무 미안해 어쩔 줄 몰라하면 "내가 아플 때 선생님은 안 그랬어? 나는 지금 그때 미안함을 갚는 중이야."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아파 보았기에 더 마음이 쓰인다는 동학년 선생님들의 배려와 마음 덕분에 나는 조금씩 힘을 낼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점점 출근해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고, 무리 없이 4시 30분 퇴근시간까지 내 몫을 다 할 수 있었다. 그게 나에게는 아주 큰 자신감으로 다가왔다. 나도 아프기 전의 일상을 모두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은 실로 큰 의미가 되었다.


 아침부터 루틴이 되어 있는 출근 전 일과와 수업 준비, 그리고 수업과 이후 업무 퇴근하고 집으로 가 씻고 육아하고 잠을 나는 것, 아주 단조로운 일상이지만 나에게는 간절한 것이었다. '다시는 유치원 교사를 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이 정도면 나 잘하고 있다'로 변하였으니 점점 하고 싶은 것도 많아지고 하고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졌다.


내가 아픔에도 내 자리가 있다는 것은, 내가 쉬어도 여전히 반겨주는 곳이 있다는 것은 난에게 병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가져다주었다. 병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유치원은 방학만 바라보며 내가 해야 할 일만 가득한 공간적 의미가 컸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나의 정체정을 나타내는 곳이자 소중한 사람들을 연결해 주는 곳이었다. 이곳에서 나는 일 년의 시간 중 1/3 이상을 보낸다.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반 정도를 보내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곳은 내가 좀 더 힘을 내야 하는 이유가 되어주는 것이다.


 공무원이 되어 좋은 점을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무엇보다 잘 알겠다. 내가 열심히 공부한 이 전의 나를 칭찬하게 된다. 사립 유치원에 있었다면 나는 반 타의적으로 일을 그만두어야 했을 것이다. 내가 더 일을 하고 싶다고 하여도 어쩔 수 없이 퇴사를 해야 했다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더 이상 유치원 일을 할 수 없을 몸이 되어도 내 마음의 준비를 하고 내 선택에 의해 의원면직을 신청할 수 있다. 상황에 의해 어쩔 수 없으니 타의적으로 그만두는 것과 내가 자의적으로 그만두는 것은 같은 결과이지만 다른 의미를 가져다준다.


  나는 더 이상 수업을 못할 것이라는 절망감을 겪어본 교사로서 하루하루의 수업은 아주 소중하다. 그냥 기계적으로 한 수업이 내 마지막 수업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적어도 마지막을 추억하면 후회보다는 그 수업 참 재미있었다로 남고 싶다. 기다려준 아이들과 선생님들에게서 희망을 보았으니 이 희망을 다시 전해주고 싶다. 나는 대한민국 교육공무원이자 유치원 교사이다. 이 자부심은 병을 통해 다시 한번 마음속 깊이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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