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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티 Dec 23. 2021

아파트라는 연옥

부동산 그중에서도 '아파트'라는 단어는 부러움과 시샘 그리고 누군가에는 금기어다. 욕망과 박탈감 사이에는 언제나 아파트가 있다. 유독 한국인은 부동산을 사랑한다고 한다. 어렸을  어머니께서는 그러셨다.  이렇게 집에서 뛰어다니면 쫓겨난다. 대체  내가 방에서 뛰는데 쫓겨난다는 말인가? 우리 집은 전세니까 집주인이 떠들면 얼마든지 쫓아낼  있다고 했다. 언제든지 나를 길바닥으로 쫓아낼  있는 호랑이보다 무서운 존재가 집주인. 반대로 말하면 쫓겨나지 않으려면 언젠가는 그럴 필요가 없는  집이 있어야 된다는 사실을 7  깨달았다.  특히 아파트는 우리 사회에서 단순히 먹고 자는 장소가 아니다.


전에 우리 반에 무려 4명이나 갑자기 한 번에 비슷한 날짜에 전학을 가겠다고 했다. 그것도 학기가 거의 끝나가는 11월 말에 말이다. 왜 새 학기나 방학 때 가지 않고 이맘때 우르르 전학을 가지라고 생각했는데, 철없는 우리 반 회장 놈이 "00네는 전세라서 이사 가야 한대요"라고 답해줬다. 사정인 듯 전셋값이 올라서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갑자기 오른 집값에 속절없이 친구들과 헤어져야만 했다. 그것도 우리 반에서 4명이나 말이다. 살아남은 아이들은 자가라서 학기를 끝마칠 수가 있었나? 어렸을 적 어머니가 말씀대로 얘네들도 집에서 뛰어다녀서 집주인이 쫓아냈나? 차라리 그랬다면 혼나고 주의를 주면 그만인데, 어른들의 세상은 그보다 가혹하다. 누구나 알다시피 집값이 유독 가파르게 올랐다.


월급으로는 살 수 없는 아파트, 그리고 오른 만큼 내야 하는 보유세, 팔 때도 내야 하는 양도세 등. 가격과 세금 금리 등 어느새 네이버 기사를 잠식하고, 관심이 전혀 없는 나조차도 연일 유튜브 알고리즘은 부동산 재테크가 올라온다. 연일 대선후보도 집값을 잡겠다고 나름의 공약을 발표하고, 주위 사람들은 수근 거린다. 그때 집을 샀어야 했는데... 나는 그때 뭐했는지 모르겠다는 한숨 섞인 체념과 정부 정책에 대한 원망 그리고 누가 대통령이 되면 이민을 가겠네. 우리나라는 망한다고 푸념을 늘어놓는다. 아이러니한 것은 원망하는 사람들의 집값이 유독 많이 올랐다.


정부에서는 집값을 잡겠다고 연일 내놓은 정책이 실패했다. 대출을 조이고, 세금을 늘리고 규제를 더했지만 오히려 집값은 오르고 말았다. 코로나 때문에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서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이 올랐다는 사람이 있는가 반면, 정부의 아마추어 정책이 지금의 사단을 만들었다는 사람들도 있다. 누구의 말이 옳은 줄 모르겠으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부동산은 우리나라에서 복잡한 애증의 관계다. 단순히 오늘 하루를 편히 쉴 보금자리를 넘어 욕망과 사회적 위치 더불어 결혼을 얼머나 잘했는지 기준이지 않는가?


 집값이 비싸니까 사람들이 못 사니까 누구나 살고 싶은 입지에다 물량을 공급하면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지 않을까? 어찌 보면 순진한 정부의 생각은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했다. 아파트가 비싸다고 욕하지만, 더 욕먹는 것은 몇 년 후에도 내 아파트만 가격이 그대로 인 것이다. 가격이 폭등한 것은 비싼 가격인데 누군가는 샀다는 것이고, 아마 그 사람도 바보가 아닌 이상 더 오를 거라는 기대심리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10년 후 시세차익을 정부랑 회사랑 공유하자고 당장 집값을 싸게 분양해준다면 과연 들어가서 살만한 사람이 있을까?


내가 살고 싶은 집과 사면 오르는 집과 사도 오르지 않는 집이 있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영리한 정치가라면 부동산 문제에 섣불리 손대지 않을 것이다. 그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기를 기대하거나 다음 임기로 은근슬쩍 넘겨버릴 것이다. 반대로 무능한 정치가라면 부동산 문제를 단숨에 해결하겠다며 달려들 것이다. 그리고 실패할 것이다.


연옥은 천국과 지옥의 중간에 있다. 천국과 지옥 이분법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그 중간.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세계다. 괴롭지도 그렇게 행복하지도 않다. 중요한 특징은 언제까지 있어야 하는지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하염없이 머무는 곳 거기가 연옥이다.


모든 사람들은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를 원한다. 세상 모든 문제가 단순하고 명쾌한 해결책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두부를 자르듯 무를 자르듯 시원하게 드는 칼이 있다면 말이다. 부동산은 교육과 정치가 그렇듯 한 사회의 문제를 그대로 나타낸다. 아파트는 욕망과, 무질서한 시장, 차별적 시선, 학군, 투기, 보금자리, 결혼과 저출산, 고령화까지 말이다. 누군가는 간단하게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적어도 그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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