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뇌가 이상한 건지 나의 뇌가 이상한 건지 도무지 한 번 떠오르는 생각은 멈추지가 않는다.
시도 때도 없이 문득 떠오르는 게 생각. 때로는 기가 막힌 아이디어로 창작의 영감을 주기도 하지만 되게 90%는 쓰잘데 없거나 불필요한 염려나 걱정일 뿐이다. 그것도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는 막연한 불안에 대한 감정이다. 허나, 이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내 의지와 무관하게 생각이라는 놈은 나를 혼자 내버려 두지 않는다. 나의 인생을 한 줄로 요약하라면 머릿속의 생각을 비우기 위한 처절한 투쟁인 듯하다. 몸을 잠시라도 가만히 두지 못하는 것도 미친 듯이 땀을 흘리며 달리기를 하거나, 수영을 하는 것도 잠시나마 고요한 상태를 느끼고 싶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다.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생각의 꼬리물기와 밤마다 떠오르는 후회와 미련이 당연한 나날이지만, 그래도 아침이면 또 다른 내일이 올 거라는 막연한 희망을 품으면서 침대에서 빠져나온다. 샤워를 할 때도 심지어 양치를 할 때도 거울을 보고 있을 때도 한순간도 변함없이 생각이 멈추지 않는다. 주위 사람들은 혼자 너무 오래 살아서 그런 거라 하는데, 맞는 말 같기도 하다. 사실 생각은 여럿이 있을 때 보다 혼자 있을 때 주로 하지 않는가?
유명한 천재들이나 아티스트들은 혼자 있을 때 사유와 생각이 새로운 무언가를 떠오르게 하는 창작의 땔감이 되기도 하지만 나는 알 수 있다. 아니 확실히 안다.
그들은 지독하게 외롭고 괴로운 하루를 보냈을 거라는 것을.
나는 피카소도 아니고 도스토옙스키도 아닌데 전혀 필요 없는 질병을 않고 살아가고 있다. 운동이 좋다고 해서 거짐 하루도 안 쉬고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는데, 문제는 운동이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닌 듯하다. 분명 효과는 있지만 다시 돌아온다. 한 살 두 살 먹어갈수록 무뎐해지기를 바라지만, 아직도 호르몬 과잉기 10대 시절처럼 나의 뇌는 오르락내리락 경사도가 완만해지지 않는다. 하루에도 몇 번씩 왔다 갔다 하는 기분과 마구 떠오르는 생각은 너무 괴롭다. 덕분에 글을 쓸 때나 프로젝트를 준비할 때 막상 시작하면 단숨에 해치워(?) 버리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에 온다는 것이다. 도무지 나의 뇌는 쉬는 법을 잊어버린 듯하다.
누군가의 말처럼, 나는 가만히 있는 게 안 되는 사람이다. 분명 성인 ADHD가 확실하다. 비극은 문제점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는데 해결방안은 모른다는 것이다. 아마 의사가 암에 걸리면 이런 기분일까?
이런 나를 사랑하고 싶은데 좀처럼 싶지가 않다. 다만 나랑 비슷한 사람을 보면 측은하게 느껴진다. 겉으론 웃고 있지만 속은 곪을 대로 곪아서 센 척하는 가시가 몽땅 박힌 꽃처럼 다른 사람들은 몰라봐도 나는 알아볼 수 있다.
분명 결핍이 있다는 것을. 함께 있어야 했을 때 혼자 있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래서 타고난 환경은 무섭다. 가난은 냄새가 난다고 하던가? 기생충의 가족처럼 아무도 좋은 집에서 좋은 차를 타도 숨길 수가 없나 보다. 하물며 가난뿐이겠는가? 타고난 것은 숨길 수가 없다. 그것이 뭐가 됐든 말이다.
생각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동시에 사는 듯하다. 나는 분명 지금 2020년을 살아가고 있지만, 나의 생각은 29살로 갔다가 15살로 갔다가 다시 현재로 돌아오다가 오지 않을 5년 후를 떠오른다. 괴로운 동물이다. 생각을 하는 동물은 말이다. 불안과 초조와 두려움은 모두 사피엔스가 생존을 위한 DNA라고 하는데, 왜 이렇게 진화한 건지 모르겠다. 사는 게 즐겁지가 않은데 즐거움을 느껴야 살아진다라니 순간의 행복으로 영원의 고통을 사는 것인가?
뭐 이렇게 불공평한 게임이 있을까? 신은 아무래도 장난으로 인간을 만든 게 분명하다.
신기하다.. 막 떠오르는 망상으로 이 만큼이나 써버렸다.
글을 쓰는 건 잠시라도 생각을 쉬기 위해서 쓰는 것인데, 글을 쓰려면 생각을 계속해야 한다.
아이러니다..
조용히 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