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안
멋있고 화려해도 괜찮은 것. 맞지 않는 옷이라도 괜찮은 것. 한 마디면 다 괜찮은 것. '그게 제 꿈인걸요?'
라쇼몬에 오위에게 마죽은 하나의 꿈이었다. 평생 가지고 있던 꿈. 우리가 그 꿈을 이루려 하듯이 오위도 마죽을 먹고 싶어했고 어느 순간 마죽을 실컷 먹을 수 있는 날이 왔다. 그만 먹고 싶다고 해도 계속 나왔다. 마죽이, 그의 꿈이. 끊임없는 현실에 놀랄 틈도 없이 꿈은 끝나버렸다. 결국 약간의 여운만 남긴 체로.
나도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원하는 곳에서 살고 싶었다. 눈치 보지 않고 살 수 있는 곳. 엄연히 꿈속의 집에서 말이다. 바람 불고 맑은 하늘에 누구나 상상하는 멋진 곳. 그런 곳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이루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 꿈도 소용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이루려 하지 않을 것이다. 꿈은 꿈 그 자체로, 나에게 다가와도, 이루고 싶은 욕망이 있어도 무시할 것 같다. 그냥 평소와 같은 생활을 하며 꿈에 대한 환상과 기대를 품고 하루하루를 견딜 것 같다. 연금술사에 나온 크리스털 장수처럼 오아시스에 너무 가고 싶어도, 갈 능력이 되어도 두려워 가지 않을 것 같다. 허무해서, 마주치기 싫어서 그냥 포기할 것 같다. 가끔 힘들 때 나만의 상상에 나래를 펼치며 행복하게 웃는 나를 보면, 꿈은 내 상상에 맡길 때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느낀다.
결국 꿈을 이루려 하지 않는 다는 것은 두려움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안다. 직접 겪어보지도 않았는데 여기저기에서 들리는 말로 판단해 버리고 피하는 것. 이렇게 생각하면 너무나 부정적이게 느껴진다. 하지만 사실임에 나는 인정하고 고통을 피했다. 꿈은 꿈 자체로 두는 것. 마죽을 먹지 않는 것. 남들이 하는 거 다 하면서 그럭저럭의 삶을 유지하는 것. 나는 마죽이 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먹지 않을 것 같다.
연금술사에 나오는 크리스털 장수는 꿈을 이루지 않겠다고 했다. 그리고 라쇼몬에 나오는 오위는 꿈을 이루었다. 너무 환상적이고 불가능 한 것만이 꿈은 아니다. 마죽을 먹고, 서울대를 가고, 삼성에 들어가는 것. 모두 꿈이다. 나는 아주 작은 꿈이라도 섣불리 이루어 지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꿈을 다시 만들면 되지만 꿈은 단순한 과제에 목표가 아닌 인생 전체의 목표이다. 그렇기에 나는 삶을 살기에 필요한 '꿈'은 이루어져서 허무함을 느끼는 것이 아닌 환상으로 상상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처음에는 크리스털 장수를 이해하지 못했다가 나중에는 행복해 보였다. 산티아고를 떠나보내며 흔들었던 손동작에 조금의 아쉬움도 남아있지 않은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