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 하던가?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그 시간이 나를 어떻게 데려가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한다. 아무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고, 그저 우리는 계획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다. '계획대로 되는 일은 없다.'라는 것을 그래서 항상 불안하고 초조한 게 인간의 한계인 듯하다. 하루살이는 하루를 살지만 내일을 모르기 때문에 불안하지 않으려나? 밤마다 드는 쓰잘데기 없는 생각의 근원은 어디인가? 그 마음 달래려고 지금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친한 형이 있다. 거짐 10년을 넘게 알고 지내온 지 오래된 것을 넘어 나의 멘토 역할을 해주었던 그 형은 모르는 게 없는 척척박사다. 그래서 나의 생각과 가치관에 많은 영향을 주었고, 자연스럽게 형의 생각이 나의 생각이 되고, 생의 주기마다 그의 조언이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마이너스 통장부터 대출 , 차, 부동산, 연애 , 결혼 , 최근 주식 종목까지 좋은 것부터 나쁜 것까지 이른바 '선악과'를 따먹게 한 뱀같은 형. 그토록 많은 신뢰가 있었고, 지금도 고민이 있을 땐 나의 전화기는 통화 버튼을 누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재미있는 사실은 20대와 30대를 같이 보내면서 형과 나의 가치관이 바뀌고 있는 듯하다. 그때의 공기와 지금의 공기가 다르듯이, 우리도 그렇게 서서히 변한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연스러운 것인지 아니면 소위 말하는 '초심'이 바뀐 것인지 점점 우리는 세속화되고 속물이 되는 것 같다.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뜨거운 심장을 가졌던 형은 어느새 뒷모습에 힘이 없고 목소리에 강약을 주지 못하는 유부남이 됐다. 서로의 연애담에 울고 웃고, 세상에 분노하고 시사 이슈에서 정의를 찾았던 우리들의 술자리 대화는 어느새, 어제 주식이 얼마나 오르고 수익은 얼마인지에만 함몰돼있다. 물론 경제적인 문제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은 하루의 기분을 나타내는 지표가 '숫자'가 돼버렸다는 게 이게 어른의 삶이라면, 얼마나 고루하고 안타까운 삶인가?
밥벌이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의식주도 스스로 해결 못하면서, 삶은 무엇이네~ 철학이 무엇이네~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한다를 논하는 게 얼마나 공허한가? 물론 대다수의 사람처럼 먹고살기 위해 공부를 했고, 일을 하고 있지만, 요새는 그게 정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혼란스럽다. 노동이 의미와 본질은 영 끌에서 똘똘한 한 채를 장만 한자를 보면 덧없다. 집을 장만하지 못한 사람들은 주식이나 부동산에 자신의 '운'을 올인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러다 나만 진짜 바보가 되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이 들기도 한다. 누구는 얼마를 벌었네.. 벌써 30대에 은퇴를 했네 하는 기사보다 친한 사람들의 대화가 온통 주식 부동산 코인에만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과 달라! 묵묵하게 나의 일을 사랑하고 길을 걸어가겠어라고 말하고 싶지만 나는 그런 '탕아'가 못된다. 항상 글과 말과 행동이 일치가 되지 않기에 괴롭다. 투기의 시대인지 아니면 자본주의 사회의 올바른 변화인지는 모르겠다. 아니면 시대가 바뀌어서 삶의 방식이 달라진 것인지도 헷갈리다. 사업과 노동 다시 말해, 몸을 직접 사용해 시간을 갈아 넣어서 하는 행위 자체가 무의미하게 점점 다가온다. 글을 잘 쓰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 음식을 잘하는 것도 노래를 잘하는 것도, 자기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다는 것은 매우 오래된 시간의 훈련과 노력의 결실이 아니던가? 그게 공허해지고 허무해진 세상이 된 것 같다.
프로 선수에게 연봉의 의미는 단순히 숫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연봉은 그 선수의 본질 그 자체다. 그의 실력 재능 땀의 결실을 의미한다. 나는 이것을 자본주의라 생각했다. 능력과 노력에 맞는 정당한 대가! 물론 능력도 운의 요소중 일부이긴 하나 그래도 인정할만한 불평등이 아닌가?
나의 생각이 흔들리고, 불편해진다. 누구보다 일에 열정적이었던 형은 이제 더 이상 수업 연구를 하지 않는다. 오로지 투자와 재테크 주제만 입 밖으로 나온다.. 그런데 형이 변했다고 뭐라 할 수도 없다. 그저 살아남기 위해 적응한 것일 뿐. 왜냐하면 그는 나보다 똑똑하고 아는 게 많으니까...
그래서 나는 당황스럽다. 적응을 못하고 있는 건지 인정을 못하고 있는 건지
역시 인생은 도박인가 보다. 그래서 책장을 넘기기가 예전보다 힘들다. 어제보다 의미가 퇴색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