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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뭐 먹지?

by 제이티

오늘 뭐 먹지의 고민은 21세기 과학과 Ai도 풀지 못한 난제다. 세상에 많고 많은 음식 중에서 한 가지를 고르라면 그리 대단한 문제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엄청난 문제임에 틀림없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에 작은 희망과 기대를 주는 게 음식 아닐까? 그런데 사람 입이란 참으로 간사해서 어제 그렇게 배가 터지도록 먹었음에도 오늘 새로운 음식을 갈망하고, 심지어 어제 먹다 남은 찌개는 쳐다보기도 싫다. 매일 다른 음식을 원하는 입맛과 식욕은 대체 어디서 왔을까? 우리 강아지는 똑같은 쿠팡 6만 원짜리 연어 사료만 계속 먹는데, 반찬 투정하지 않는데 말이다. 물론 간식을 주면 더 꼬리를 힘차게 흔드는 법이다. 동물이랑 사람의 차이는 두발로 서는 것과 손과 도구를 사용하는 것도 있지만 동물이 하지 않는 게 내일에 대한 걱정 아닐까?


동물은 과거와 현재를 2 가지로 살아간다고 한다. 반면, 끊임없이 인간은 지금을 살라고 하지만 미래에 대한 '예측'을 하려고 시도한다. 가령 저녁을 무엇을 먹을지부터, 어디를 놀러 가지, 이다음에 커서 뭐가 돼야지! 그래서 불안과 걱정을 가지고 살아간다. 이는 의식하지 않아도, 생각하려고 하지 않아도 저절로 흘러나오는 라디오처럼 10분 후의 생각과 내일에 대한 생각이 떠돌게 마련이다. 지금 이 순간을 잡으라는 수많은 책 속의 이야기는 얼마나 공허한가? 그게 됐다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지도 않을 테니까 말이다. 생각과 의식을 통제한다는 게 말처럼 되지 않는다. 내일부터 다이어트하고 운동할 거라는 거창한 계획은 밤 10시에 찾아오는 맥주 한 모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생각은 언제나 내일에 있는데 몸은 과거에 머무르고 있다. 다시 생각해보면, 오늘 뭐 먹지 고민 하지만 메뉴를 보면 얼핏 비슷한 구석이 많다. 거점 5-6가지 음식을 돌려가면서 먹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눈치챘고 심지어 가는 식당도 매번 루틴 마냥 사이클이 정해져 있는 게 신기했다. 그럴 의도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닌데 말이다. 입맛을 바꾸는 것은 어쩌면 살아온 나의 과거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같은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그토록 다이어트가 험난하고, 쉽지가 않다. 건강식으로 식단을 바꾸면 이제 나는 새로운 인간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정작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지만, 삼겹살, 치킨, 순두부찌개, 김치찌개 , 육회 중에 고민하는 '나'를 보면 늘 먹던 것만 먹는구나를 느낀다. 그래도 나는 양반인 편이다. 내 아는 형은 일주일에 치킨만 5번 먹는다. 아마 그 형은 다시 태어난 다면 닭으로 태어날 게 분명하다. 나는 적어도 소나 돼지 정도로..


신기한 일이다.


여기서 느끼는 바 사람이 변하고 바뀌는 게 쉬운 게 아니다. 생각과 의지가 생긴 건 지금 당장이거나 몇 시간 전이지만 나의 신체(입맛)는 수십 년간 나의 입맛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해외에 나가서도 라면과 깻잎이 생각나는 것은 그만큼 사람은 익숙한 것이 편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간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겠다고, 여기로 저기로 떠나고 환경을 바꿔보았지만 매번 제자리걸음처럼 느껴지는 이유를 오늘 깨달았다. 오늘 뭐 먹지라는 질문에 답이 고작 5가지밖에 없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새로운 음식을 선택할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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