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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천재 정태유 Dec 01. 2019

한 권이 아니다. 두 권, 세 권을 읽는다.

멀티 리딩(Multi-Reading)

  '책을 간절히 읽고 싶어 하는 사람과 마지못해 읽을 책을 가진 사람의 차이는 실로 엄청나다.'
    -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


  책을 읽는 데 있어서 어떤 방법이 가장 좋은 것일까?

  정독(精讀) : 뜻을 새겨 가며 자세히 살펴 읽는다.

  속독(速讀) : 속도를 내어 빨리 읽는다.

  지독(遲讀) : 속도를 늦춰 자세히 읽는다.     


  단지 책 읽는 속도만 놓고 구분하더라도 이렇게 최소한 세 가지가 있다. 제대로 읽을 것인가, 속도를 내어 빨리 읽을 것인가, 아니면 최대한 늦춰서 읽을 것인가. 기본적으로는 책은 제대로 정독(精讀)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시간이 별로 없다든가 트렌드를 알려주는 경제서와 같은 종류의 책은 굳이 그 뜻을 새겨 읽을 필요가 없으므로 적당한 속도로 페이지를 넘기면서 읽어도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책을 읽는 사람의 태도이지 결코 그 속도가 아니다. 책을 읽는 사람이 그 책을 통해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그 책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어떻게 변화하고 싶은가에 달린 것이다.

  책이 주는 가장 큰 장점 중의 하나는 책 자체가 한 명의 사람, 인격, 그 사람의 삶 자체를 나타내는 것이며, 책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한 사람의 생(生)을 알게 된다는 점에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듯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수많은 일생을 마주한다는 것과도 같다. 책 한 권을 소중히 하는 것은 좋다. 그만큼 한 사람의 만남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이 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보자. 한 권의 책을 사고, 그 책을 읽고, 그 책의 내용을 생각하며 소중히 생각하는 것은 분명히 좋은 일이다. 하지만, 책을 산 상태 그대로(무슨 공룡 화석 발견한 듯이 조심스럽게 책장을 넘기면서 읽고 나서) 책장 한 편에 꽂아둔다면 과연 그 책을 제대로, 올바르게 읽었다고 할 수 있을까?     


  여기서 내가 책을 사서 읽는 방법을 말하고 싶다.

  책 한 권은 보통 1만 2천 원에서 2만 원 사이다. (2019년 기준, 최근에 내가 사서 본 책들의 가격이 그렇다) 한 권의 책값이라고 생각한다면 결코 작은 값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비싸서 사지 못할 정도의 값도 아니다. 다만 책을 다 읽고 생각해 보면, 어떤 것은 책값보다 솔직히 조금 아쉬운 책도 있고, 또 어떤 것은 지금 현재의 책값에 비교해 보았을 때 '지금 이 순간' 이 책을 선택해서 읽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책도 있다. 결국, 책값 또한 아무리 봐도 굉장히 상대적인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한 권의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생각해 보았을 때 책값보다 더 싼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단돈 2만 원이 안 되는 가격에 말이다.

  경제학 용어 중에 가치 귀착(Value attribution)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그 재화를 구매했을 때 쉽게 말해 지불했던 화폐 가치라는 객관적인 데이터보다는 지각된 가치를 바탕으로 사물에 어떤 특성을 부여하려는 인간의 성향을 말하는 것이다.

    (스웨이오리 브래프먼롬 브래프먼 저, P76 인용)   

  결국,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소비하는 상품에 대해서는 가격보다는 가치에 집착한다는 말이다. 단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그 책 속에서 내가 평생 고민했던 내용에 대한 답을 얻는다면 그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오래전 내가 책을 선택했을 때를 생각해 보면 이랬다. 한 달에 딱 한 권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서 가장 인기 있는 제1위 베스트셀러만 사서 읽었고 그 책을 읽는 목적은 단순했다. 그 당시 유행과 트렌드에서 뒤처지지 않으리라는 생각이었다. 그 책을 읽는 것과 마찬가지로 당시 상영 1순위에 있는 영화를 보려고 애썼고, 또한 가장 인기 있는 드라마를 보려고(하다못해 스토리라도 인터넷을 통해 알려고) 애썼던 게 나의 과거 몇 년 전의 모습이다. 목적은 너무도 단순하다. 지금 현재 나와 함께 하고 있는 직장동료들과의 대화에서 결코 뒤처지지 않으려는 이유였다. 책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가 그나마 베스트셀러 목록에 있는 책 이야기를 꺼내면, 나는 의도적으로 과잉반응을 했었다. 작가는 누구이며, 이 책이 얼마나 많이 팔리며 국내에서 몇 주째 몇 위를 하고 있으며 그 책의 주요 내용 중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끝이다. 시간이 지나면 마치 흘러간 옛 가요처럼 책을 읽었다는 사실만 남아있을 뿐. 책이 주었던 감동도, 책의 내용도 전혀 기억에 남지 않았다. 그랬던 내가 최근 몇 년 동안 책을 읽는 습관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취미'나 '오락'이 아닌 오로지 책을 통해, 책으로 인해, 책만을 위한, 말 그대로 '생존 독서' , '생존을 위한 독서'로 책 읽는 방법을 바꾸었다. 그렇게 '취미 독서'에서 '생존 독서'로 책 읽는 방법을 바꾼 뒤 지금까지 그 습관을 지속해 오고 있다.     


  그렇다면 책은 어떻게 사야 할까? 생존 독서를 하는 사람으로서 책을 사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음식이 없으면 단 하루도 살아가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로 읽어야 할 책이 떨어지는 상황이 없어야만 한다. 마트나 슈퍼에서 일주일 치 장을 보듯이 나에게는 책이 그렇다. 나는 책을 살 때 최소한 열 권 정도를 한꺼번에 산다. 그것도 한 달에 한 번이 아니라 약 2회에서 3회에 걸쳐서 산다. 책값을 본다면 한 달에 30만 원 넘게 지출하고 있다. 누군가가 보기에는 '책에 미친놈'이라고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러다 언젠가 그치겠지'라고 혀를 차는 사람도 본 적이 있다. 그렇게 책상 위에 십여 권의 책을 쌓아놓고 보면 일주일 치 식량을 보는 것과 같은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마치 어떤 아이스크림 브랜드의 광고에서 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종의‘골라 먹는 재미’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내가 한 번에 쌓아놓은 책들은 각각의 장르가 전혀 다른 책들이다. 소설과 에세이, 자기 계발 서적과 경제서적 등 일부러 각기 다른 장르를 고르고 골라서 사놓는 것이다.   

     

  사다 놓은 책은 어디에 두어야 할까? 단지 장식품처럼 책장에 꽂아놓으려고 한 것이 아니라면 내가 있는 곳 어느 곳이든 눈에 띄는 곳에 책을 두어야 한다. 나의 경우, 구매한 책을 한 곳(예를 들어 책상 위)에만 놓지 않는다. 가장 먼저 내 방 책상 위 한쪽에는 이번 주에 읽어야 할 책을 놓아둔다. 출퇴근 시간과 아침 일찍 사무실에서 읽을 수 있는 책 한 권은 가방 속에 넣는다. 마지막으로 잠을 자는 침대 곁에도 또 한 권을 올려놓는다. 이렇게 하면 내가 가는 곳 어디에서나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이 된다. 나 스스로가 언제 어디에서건 책을 손에 잡을 수밖에 없게 만들어 놓는 것이다.

  옛 선인(先人)의 말 중에 '삼상 지학(三上之學)'이라는 단어가 있다. 삼상은 말 위, 침상 위, 변기 위를 뜻하는 말로 어디에서나 책을 읽어야 한다는 뜻이다. 요즘 세상으로 바꾼다면 지금의 내가 바로 '삼상 지학'이 아니던가. 그만큼 책은 나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1순위이기 때문이다.     


  이제 모든 준비가 되었다면 책을 읽어야 할 차례다. 이 책들을 읽는 데에는 어떤 순서도 필요치 않다. 나아가 하루에 한 권을 다 읽을 필요도 없다. 적당히 읽을 분량을 나눈 뒤, 한 권을, 그리고 연이어 다른 한 권을 그렇게 소분(小分)하여 읽는 것이다. 어찌 보면 이 또한 사다 놓은 음식을 하루 먹을 양만큼 나누는 것과도 같다. 일주일간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한 권은 이틀 만에 다 읽고, 또 다른 책은 1/3, 그리고 또 한 권을 1/3. 이런 식으로 이틀, 사흘이 되면 한 권, 또는 두 권을 읽게 되는 것이고, 일주일이 되면 보통 5권에서 7권을 읽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책을 읽는 방법이고 ‘멀티 리딩’인 것이다.




  독서왕이라고 하는 누군가는 말한다. 똑같은 책을 두 권을 사서 한 권은 직장에, 또 한 권은 집에 두고 나란히 읽는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아직 이 정도 수준은 아닌 것 같다. 나의 경우에는 같은 책을 다시 사는 경우는, 지인에게 책을 선물하고 싶을 경우다. 그러면 내가 읽었던 책 중에 상대방에게 가장 어울릴 만한 책을 선물할 때이다. 일본 독서계에 있어서 천재라고 할 수 있는 나루케 마코토가 쓴 열 권을 동시에 읽어라라는 책이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책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돈을 쓸 때 대범해지지 못한 사람은 대범한 결정도 내릴 수 없다독서도 마찬가지다이왕 책을 읽을 거라면 '대범하게읽어야 한다내가 평범함에서 벗어난 인생을 살 수 있게 된 것도 그처럼 탐욕스럽게 읽은 책 덕분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또한, 작가는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보통 사람에 비해 세 배의 연봉을 받는 사람은 적어도 세 배는 책을 읽고 자신의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는데 시간을 투자한다독서가 인생을 얼마나 풍요롭게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바로 거기서부터 인생의 차이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일단은 한 권부터 시작해도 좋다. 그 한 권에서부터 서서히 권수가 늘어나는 것이다. 책 한 권은 한 명의 사람이다. 그러니 책 한 권을 읽는다는 것은 한 사람의 평생을 아는 것과 같다. 단 한 권의 책값을 지급함으로써, 그리고 그 책을 읽음으로써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일생을 얻는다고 한다면 이보다 더 큰 가치가 있을까.

  다시 말하지만, 책을 사서 읽는다는 것은 한 권, 두 권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책은 모름지기 열 권, 스무 권을 사서 읽어야 한다. 그리고 사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읽어내는 것이다. 한 권, 두 권에서 시작해서 수십 권을 읽어내는 것이다. 그렇게 읽은 책이 쌓여가는 동안 그 속에 우리의 삶을 업그레이드하는 방법 또한 무한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책은 한 번에 한 권만 읽는 것이 아니다, 두 권, 세 권, 여러 권을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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