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의 트렌드,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에 대한 요약
미국 MZ세대를 시작으로 한국 젊은이(MZ세대)에게도 열풍이 불고 있는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이 연일 이슈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MZ세대들의 대퇴사'가 이슈였다면, 이제는 대놓고 '주는 일만 최소한 하겠습니다.'라는 행동까지 번지게 된 것이다.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 기업 경영임원은 '직무유기', '인생에 대한 무책임함', '인생낭비'라는 노골적인 단어를 쓰며 이들의 '조용한 사직'에 대해 불만감을 표시했다. 기업 입장에선 보다 열정적이며 우수한 성과를 만드는 인재를 선호하는데, 이들의 행동은 흔히 말하는 골치아픈 저성과자들의 모습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조용한 사직은 대기업 혹은 중견기업 중심으로 일어나며 더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1. 주도적이고 싶지만, 조직의 한계를 느끼는 젊은이들
지난 2020년 조사된 블라인드지수(직장 내 행복도 조사)에 따르면, 요즘 젊은이들이 '업무 의미감'을 느낄 때 가장 행복함을 느낀다고 조사됐다. 업무 의미감이 높을 수록 직무 만족도와 조직 몰입도가 높으며, 스트레스는 적다는 것이다. 업무 의미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가장 기저에 구성원들에게 '업무 주도성'을 주는 것이 필수적이다. 흔히 주인의식(Ownership)이라고 하는 것을 느끼게 만드는 것인데, 이는 구성원에게 자신의 업무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주어 주도적으로 일하게 만들고 결과를 느끼게끔 만드는 것을 말한다.
업무 주도성을 강조하며 잘 활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은 구글과 넷플릭스다. 지난 <유퀴즈>에 나온 구글 수석 디자이너 김은주 님은 "구글은 구성원들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제공한다."라고 말했으며, 넷플릭스 조직문화인 <규칙없음>에서는 예산에 대한 전적인 자율과 책임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해당 기업들은 구성원들이 업무 주도성을 가질 수 있도록 환경적 요소(비용, 사무환경, 채용, 결재, 네트워킹 등)를 제공하며, 업무 몰입감을 최대한 높일 수 있도록 그들의 전문성 및 업무 방식을 존중한다. 중요한 것은 "의사결정"에 대해 구성원의 의견을 존중하며 반영하려는 노력(권한위임)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이 직무급제, 수평적 조직문화 등 구성원들이 업무 주도성을 갖고 의사결정에 소리를 낼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들을 실시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결규정', '결재라인' 같은 것으로 위계서열이 존재한다. 특히 기업 규모가 커질 수록, 경영진은 실무에 있는 구성원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충분히 논의하기 보다, 임원들과 가까이 하며 의사결정을 진행한다. 물론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잘 전달하며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하는 유능한 임원이 다수 포진되어 있다면 경영회의가 제 기능을 이루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기업의 성장은 불보듯 뻔해진다. 만약, 이 과정에서 임원이 구성원의 목소리도 경청하지 않은 채 경영회의에 참석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어오지 못하거나, 명확한 이유로 구성원들에게 의견이 채택되지 않은 이유를 설득시키지 못한다면 구성원들은 "어차피 내가 해봤자네"라며 좌절하게 된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경영회의를 투명하게 진행하는 것, 타운홀 미팅을 하는 것도 이러한 문제점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다.
이는 경영진-구성원 간의 소통과정 뿐 아니라, 직장 생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팀장이 구성원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고 "라떼는 말이야"라며 기존의 관습을 반복하는 행위, "내가 해봤는데"라며 동료의 의견을 묵살하는 행위, 지속적인 보고라인에서 이유 없이 결재가 늦어지거나 거부당하는 행위 등은 구성원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구성원 의견이 현 상황에서 왜 채택되지 않았는지에 대해 불명확한 정보전달은 구성원으로부터 업무에 배제되었다고 느끼기에 충분하다. 요즘 젊은이들이 말하는 '공정·투명'은 모든 정보를 공개하라는 것이 아니다. 납득이 될 만한 사유가 있다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달라는 것이다. (물론 조직 관점에서 공개되지 못하는 것도 있다.)
젊은이들은 그 어떤 세대보다 성장에 목말라 있으며 기업과 함께 성장하며 기여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대다수가 조직의 한계에 부딪힌다. 조직의 한계란 '조직의 일방적 지시', '불명확한 거절', '충분한 설명 없는 조직 관점에서의 사고 요구' 등이 있다. "까라면 까"라는 것에 환멸을 느끼는 젊은이들은 좌절하고, 결국 "열심히 해봤자 안돼"라는 생각으로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2. 열심히 한 직장생활의 끝은 '내것' 아닌 '남의 것'이라는 인식
기업 입장에서 '급여' 안에는 구성원의 업무 성과에 대한 기대 수준 및 댓가가 포함되어 있다. 또한 급여 인상 및 복리후생은 더욱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구성원을 독려하고, 업무에 대한 책임감을 더욱 실어주는 것에 있다. 이외에도 비전 제시, 제도 변화 등 기업에서 진행하는 모든 활동들이 구성원들의 동기부여와 업무 성과에 대해 '내 것'으로 인식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더 무엇을 해야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그러나 이것은 구성원을 '노동자'로서 생각하는 단편적인 행위다. 현대의 기업들은 현재 구성원들이 갖고 있는 사고와 생각에 집중해볼 필요가 있다.
경제가 기업 중심으로 돌아가기까지 1900년대를 기점으로 이제 100년이 조금 넘었다. 그 중 온전히 기업과 함께 성장을 경험한 직장인 세대는 베이비부머 세대 뿐이다. 즉, 기업의 성장 과정을 경험한 세대가 아직 1세대 밖에 없다는 뜻이다. 가시적인 성장(기업 규모, 매출, 인원 수 증가 등)을 눈에 본 세대가 적으며, 성장의 댓가로 기업 임원이 된 사람의 수도 아직은 적다. 더군다나 현대의 젊은이들은 오일쇼크, IMF, 리먼브라더스 사태, 러-우크라이나 전쟁 등 경제위기마다 수 많은 직장인들이 정리해고되거나, 기업 도산으로 직장을 잃고 다른 생계수단을 택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부모님의 정리해고, 명예·희망퇴직 등을 바라보는 젊은이들은 우스개소리로 "직장인의 끝은 치킨집 사장이다"라는 말을 할 정도다.
열심히 한 직장생활에서 '회사의 이름'을 뺀다면 그들에게 남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과거에는 회사의 명함이 본인을 대변해주었지만, 현대에는 유투브, SNS, 블로그, 책 등 다양한 인터넷 수단을 통해 회사가 아니더라도 자신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졌다. 젊은이들은 자신의 인생 전반에 걸쳐 보았을 때, 직장생활을 통해 얻은 성과는 '내 것'이 아닌, '오너가의 것'이라고 인식하기 시작했고, 내 삶에서 진정한 '내 것'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생각이 'N잡시대'를 열었고 '긱워크'라는 트렌드를 만들게 된 배경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아직 이런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구성원이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것처럼, 기업도 구성원을 보는 시선이 달라져야 한다. 단순히 임원승진·급여인상·좋은 평가로 업무 성과를 '내 것'으로 인식했던 과거의 시대착오적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구성원들에게 직장 생활의 업무가 '내 것', '내 성과'로 인식될 수 있도록 다른 방향을 찾아야 한다.
최근 기업들이 구성원들의 직무성장을 위한 CDP를 운영하거나, 개발자들을 위한 기술 블로그, 외부로의 진출기회 등을 열어주는 것은 업무적 성과와 구성원 삶의 성장을 연결하여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함이다. 구성원들의 조용한 사직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 구성원들을 '회사'라는 울타리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우리 회사가 그들의 삶에 일부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삶 속에서 우리 회사가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강구해야 한다. 그래야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을 막을 수 있다.
3. <링겔만 효과>와 불공정·불공평 평가와 보상을 인식한 젊은이들
2000년대 들어 대기업들의 직무급제, 성과급제, 누적식 연봉제 등의 제도 변경과 수평적 조직문화 등을 강조하는 기업 변화가 많아졌다. 대기업·중견기업들은 이미 <링겔만 효과>를 인식하며, 구성원 및 조직적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존재하는 위계서열, 관계주의 문화 등은 누군가는 일하고, 누군가는 일하지 않는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젊은이들은 윗 사람보다 조직 내 권한이 없으므로, 위와 같은 상황에 노출 되기 쉬우며 '성과 가로채기', '업무 책임 떠밀기' 등과 같은 것을 당할 확률이 높다. 심지어 이것이 불공정한 평가와 보상으로 연결되는 순간 극심한 좌절감에 빠지게 된다. 사실 이미 많은 젊은이들이 이 부분에 대해 지적했고, 최근 트렌드였던 '성과의 공평·공정한 기준 요구'는 이런 문제점을 직격타한 이유이다.
그러나 최근 직장인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조사한 결과, "참는다(73%)"가 다수로 나온 것도 어찌보면 변화하지 않는 직장 문화와 현실을 여실히 투영해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젊은이들은 "열심히 해봤자"라는 생각을 떠올리게 되며, "그럴거면 주어진 일만 할게"라며 업무에 대한 관점을 돌려버리는 것이다. 불공정한 평가와 보상이 내가 일하는 기준이 된다면, 그만큼 본인도 일하겠다는 취지인 셈이다. 사람인을 통해 직장인 약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월급만큼만 일하면 된다(70%)"가 다수를 차지한 배경도 바로 이와 같은 문화적 관점의 문제 때문이다.
조용한 사직을 막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절대평가 도입을 검토하거나, 성과급 중심 체계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360도 다면진단과 같은 것을 실시해 구성원들을 면밀히 파악해보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제도적 변화는 한시적인 봉합책일 뿐이다. 이미 젊은이들은 더욱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노력하거나,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일하는 것을 하지 않게 되었다. "5분 전에는 자리에 해주세요."라고 했을 때," 5분 전에 퇴근하면 되는건가요?"라는 웃픈 사례는 젊은이들의 마음을 극단적으로 대변하는 것인 셈이다.
경영진 및 리더라면 실제 업무를 실행하는 현장에서 링겔만 효과를 일으키는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조직인지 혹은 그것이 경영진인지를 분석하고 뿌리 뽑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회사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공정하고 투명한 결과 공유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문화화'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만약 이런 시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 앞서 말한 것처럼 젊은이들은 '내것'이 아닌 '남의 것'으로 느껴지는 기업이라고 생각하며, 이미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을 시작하고 있을 것이다.
젊은이들의 조용한 사직이 이슈가 될 때, 비단 젊은이들만을 욕할 것은 아니다. 그들이 조용한 사직을 하게 된 배경과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HR부서 및 경영진들은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 할 필요가 있다.젊은이들의 조용한 사직은 향후 10년 간 기업의 성장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향후의 기업 생산성의 주체는 이들이며, 우리의 고객 또한 이들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선택의 기로에 직면해 있다. 젊은이들을 살릴 것인가, 아니면 이들을 문제아로 낙인 찍고 기존의 방식을 고수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