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료)
After hardship comes joy
어려운 일을 겪고 난 뒤에는 반드시 좋은 일이 생긴다는 말입니다. 고통스러운 시간이 있어야 행복한 순간이 찾아왔을 때 진정으로 그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창궐하던 2020년, 한국에서 평범하게 회사를 다니고 있던 저에게 갑자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듭니다. 미국 회사의 한국지사에서 근무하던 저는 코로나로 인한 비즈니스 환경 때문에 어쩔수 없이 한국지사를 철수한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몇 개월 급여만 주어진 채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셈이었죠. 황망함도 잠시, 다시 직장을 알아보던 중 본사로부터 뜻밖에도 싱가포르 근무를 제안받습니다. 마흔 중반에 다섯 식구가 갑자기 삶의 터전을 바꾸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중학생과 초등학생인 아이들에게는 그저 설레는 새로운 모험으로 보였나 봅니다. 살던 집을 정리하고 이런저런 준비를 마친 후, 아이들은 한껏 기대에 부풀어 싱가포르라는 미지의 땅에 첫발을 내딛게 됩니다.
한국에서 줄곧 우등생이었던 큰아이는 중학교 졸업 때 각종 교내외 표창을 받을 정도로 자신감이 넘치는 아이였습니다. 그만큼 자존심도 강한 아이였죠. 그런데 기대와 달리 싱가포르 생활은 아이에게 만만치 않았습니다. 들리지 않는 영어와 낯선 교육 시스템 속에서 큰아이는 친구 사귀기도 어려워 했고,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집에 와서 짜증을 부리는 날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과외나 다른 학원도 고려해봤지만 소통 문제로 아이가 원하지 않았습니다. 싱가포르에 온 지 6개월도 안 되어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고, 해외에서 멋지게 성공하겠다던 포부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습니다. 한국 대학만 생각하고, 학교가 끝나면 한국에서 가져온 EBS 수능 교재를 혼자 공부하며 이곳에서의 생활을 포기하고 싶어 했습니다.
셋 중에 가장 밝고 사교적이었던 둘째는 의외로 다른 종류의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언어나 학습 면에서는 제법 적응하는 듯했지만, 아이에게는 친구 관계가 큰 스트레스였던 모양입니다. 한국에서는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쏘다니며 유독 따르는 친구가 많았던 둘째에게, 싱가포르 국제학교에서의 한정된 교우 관계는 매우 답답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이곳 특성상, 친해진 친구들이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다른 학교로 떠나는 일이 빈번해서, 원치 않는 이별을 반복해야 하는 상황이 둘째에게는 너무 힘들었나 봅니다. 몸무게도 많이 빠져 핼쑥해질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했고, 심지어 우울한 생각에 빠져 잠깐이지만 상담치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겉으로는 밝아 보였지만 속으로는 자기만의 외로움을 견디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막내는 아직 어리기도 하고 남자아이 특유의 성격 탓인지 힘든 내색을 별로 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한참 지나 나름 적응이 되었을 무렵, 언제가 가장 힘들었는지 물어보니, 새벽에 일어나 학교 가는 게 제일 고역이었다고 고백합니다. 이곳은 대부분의 학교가 오전 7시까지 등교해야 하거든요. 무엇보다 선생님이 뭐라고 하는지 알아듣지 못한 채, 책상에 우두커니 앉아 알아 들을 수 없는 글자들을 바라봐야 하는 시간이 가장 괴로웠다고 했습니다. 같은 반에는 유독 한국 아이들만 괴롭히는 중국인 친구들도 많았고, 학교 시험에서는 영어나 과학에 D나 E학점을 받아오는 일도 생겼습니다. 녀석이 아마도 자존심이 많이 상했을 것입니다. 아이 성격상 힘들다고 표현하지는 않지만, 아침에 일어나 학교 가기 싫어하고 가끔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어린 아이도 나름대로 버텨내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자 저마다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어느덧 4년이 흘렀습니다. 큰아이는 지난 학기 학교에서 최우수상을 받을 정도로 자신감을 되찾았고, 이제는 한국 대학 얘기는 쏙 들어가고 싱가포르 대학을 다니고 싶어 합니다. 같은 학교에 남자친구도 생겨 싱가포르 생활을 이제야 즐기고 있습니다.
둘째는 공립학교 시험에 합격해 학교를 옮긴 후 훨씬 안정적인 친구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가족 중에 가장 현지인같은 생활을 하고 있죠. 둘째만의 적극적인 성격으로 치킨집이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혼자 한국 여행을 다녀올 정도로 예전의 당당한 모습을 다시 되찾았습니다.
성적 때문에 자존심이 상했던 막내는 가족들의 도움으로 학교 성적을 상위권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작년에는 수학올림피아드에서 2등을 차지할 정도로 실력과 자신감을 모두 회복했습니다. 그토록 어려워하던 영어도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들리기 시작했다며, 이제는 오히려 부모의 영어 표현을 지적할 정도가 되었죠.
가족이 새로운 환경에 정착하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가장에게 속담 그대로 '낙'을 맛보는 경험입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고 밝은 모습으로 돌아간 것이 가장 큰 행복입니다.
아이들이 그저 시간을 버텨낸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부모가 알지 못하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노력하고 적응해나갔을 테니까요. 고생을 멋지게 견뎌낸 아이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이제 이들이 적응을 넘어 더 큰 꿈을 펼치기를 바라죠. 또 살면서 예기치 못한 다른 시련이 와도 지금처럼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는 자신만의 힘을 기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 돌이켜보니 그때의 그 막막했던 시간들이 우리 가족에게는 진정한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고생 끝에는 정말로 낙이 옵니다
"고생끝에 낙이 온다" (After hardship comes joy) is a cherished Korean proverb embodying the belief that enduring difficult times inevitably leads to brighter days. This wisdom reflects Korea's cultural emphasis on perseverance and the transformative power of resilience.
This essay chronicles a middle-aged father's unexpected journey from corporate upheaval during the COVID-19 pandemic to rebuilding life in Singapore. When his American company suddenly closed its Korean office in 2020, leaving him unemployed overnight, an unexpected opportunity arose: a transfer to Singapore. For a family of five in their forties with teenage children, relocating was daunting, yet the children embraced it as an exciting adventure.
The narrative follows three distinct adaptation stories. The eldest, a former honor student, struggled with language barriers and academic pressure, even studying Korean university materials while attending international school. The middle child, previously outgoing and popular, faced unexpected loneliness in the transient expat community, leading to significant weight loss and requiring counseling. The youngest, a quiet boy, endured early morning schedules, incomprehensible lessons, and occasional targeting by classmates, though he rarely voiced his struggles.
Four years later, transformation is complete. The eldest now excels academically and embraces local university plans with a boyfriend by her side. The middle child thrives in public school while working part-time jobs and traveling independently. The youngest has achieved remarkable academic success, placing second in an international mathematics olympiad, with English now flowing naturally.
This deeply personal story illustrates how the ancient wisdom of "고생끝에 낙이 온다" transcends cultures and generations, reminding us that growth often emerges from our most challenging chapters, and that patience and perseverance ultimately bear fru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