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parrow Cannot Pass by a Mill
저는 술을 즐기는 편입니다. 분위기 때문에 술을 즐긴다는 다른 이들과 달리 저는 그 맛 자체가 좋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내도 술을 즐기는 편입니다. 다만 종류를 안 가리는 저와 달리 아내는 맥주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냉장고에서 갓 꺼낸 맥주의 그 청량함을 즐기는 편이죠.
하지만 요즘은 나이가 들어선지 술이 깨고 회복되는 시간이 점점 더뎌지는 걸 느낍니다. 그래서 아직 너무 좋아하지만 이제는 조금 줄여야겠다고 종종 다짐하곤 하죠. 하지만 그도 잠시 뿐, 마트에 갈 때면 늘 와인 코너에서 발걸음이 멈춰집니다. '마지막으로 한 잔?' 하며 속삭이는 유혹은 언제나 떨치기가 쉽지 않습니다. 최근 치과 치료로 자의반 타의반 금주를 하고 있습니다. 취기에 야릇한 기분은 더 이상 느낄 수 없지만, 상쾌하게 맞이하는 아침도 나쁘지 않아서 이번 기회에 한번 익숙해져 보려고 합니다.
아내의 별명은 빵순이입니다. 어릴 적부터 빵을 너무 좋아해 가족들이 붙여 주었다 합니다. 평소 음식을 많이 먹는 체질은 아닌데, 카스테라나 쿠키 같은 작은 빵 조각을 입에 물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장을 보고 나면 늘 마트 옆 빵집에 들르는 것도 아내의 오랜 습관입니다. 베이커리에 취미가 있는 둘째가 집에서 빵이나 쿠키를 구울 때 집 안 가득 퍼지는 고소한 빵 냄새를 아내는 무척 사랑합니다. 이런 빵 만들어 달라 저런 빵을 구워 달라 아이에게 주문하기도 하고, 갓 구운 빵을 첫 번째로 맛보는 것도, 남은 빵을 마지막까지 맛있게 먹어치우는 것도 모두 아내입니다. 스스로도 빵순이라고 말하는 아내는, 빵집에서 빵 냄새가 나면 발걸음이 저절로 그리로 향한다나 어쩐다나 말을 합니다. 마치 이 속담처럼 말입니다.
큰아이는 스테이크를 정말 사랑합니다. 외식을 해도 집에서도 지글지글 굽는 스테이크를 참 좋아합니다. 가니쉬도 즐기지는 않고 고기 자체를 즐기는 편이죠. 저는 조금 익혀진 고기를 선호하는 것과 달리, 큰아이는 레어에 가까운 미디엄 레어를 즐깁니다. 다른 음식은 많이 먹지 못해도 스테이크는 제 양에 비해 많이 먹는 편이기도 합니다. 큰아이가 애정하는 또 다른 하나는 다름 아닌 스타벅스입니다. 어릴 때부터, 계절마다 즐겨 마시는 메뉴만 바뀔 뿐, 아이는 스타벅스 가는 것을 매우 좋아합니다. 사실 음료뿐 아니라 그 공간 때문에 더 자주 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저기서 공부가 될까 처음에는 이해하기 쉽지 않았지만, 수년 동안 아침 일찍 자리를 잡고 커피를 시키고 자기만의 루틴대로 공부하며 하루를 보냅니다. 최근 유럽 여행에서도 '1일 1스벅'을 외치며 도시마다 스타벅스를 찾아다니기까지 했었죠. 물어보진 않았지만 큰아이에게 스테이크와 스타벅스는 아마도 녀석만의 방앗간임이 분명합니다.
어릴 때부터 둘째는 과일을 매우 좋아했습니다. 작은 입으로 오물오물 과일을 열심히 먹던 모습은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변함이 없습니다. 신기하게도 둘째를 제외하고는 가족 중에 과일을 특별히 즐기는 사람이 없습니다. 녀석은 과일만으로도 끼니를 때우는 일도 많고, 방에 가면 늘 오물거리며 포도며 블루베리를 집어먹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죠. 과일만 너무 많이 먹는 것 같아 어쩌다 핀잔이라도 주면, "아빠, 나는 과일 배가 따로 있나 봐. 아무리 밥을 먹어도 과일은 꼭 먹어야 해."라며 능청스럽게 웃어넘깁니다.
아내가 마트에서 사 오는 샤인머스캣, 수박, 토마토 등 대부분의 과일은 둘째 몫입니다. 과일 값도 만만치 않아 고르기 주저할 때도 있지만, 우걱우걱 먹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담게 되죠. 언젠가 사지도 않은 수박이 냉장고에 있는 걸 보고 웬 수박이냐며 아내와 의아해 했는데, 알고 보니 갑자기 수박이 너무 먹고 싶어 녀석이 학교 끝나고 마트에 들러 사 왔다고 합니다. 중학생 여자애가 아이스크림도 아니고 초콜릿도 아니고 수박을 즐긴다니 참 신기했습니다.
막내는 워낙에 무던한 성격이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맥도널드라고 답하더군요. 남자아이들이 햄버거를 좋아하는 건 흔한 일이지만, 막내의 맥도널드 사랑은 사뭇 다릅니다. 학교에서 먹는 점심이 애매한지, 종종 수업이 끝나면 친구와 함께 먹고 오기도 하고, 가끔은 혼자서도 맥도널드에 들러 햄버거를 먹는 모습을 종종 봅니다. 아내는 녀석이 패스트푸드를 자주 먹는 것이 못마땅해 방학 때는 맥도널드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죠. 하지만 그 앞을 지나칠 때마다 자꾸만 그곳으로 향하는 녀석의 눈길은 끝내 감출 수가 없습니다.
아내가 외출하거나 다른 가족들이 늦는 경우 저는 가끔 아들과 저녁을 해결해야 합니다. 요리하기는 귀찮아서 밖에서 둘이 맛있는 거 먹자고 꼬셔도 녀석은 다른 건 싫고 맥도널드가 제일 좋다고 합니다. 또 햄버거냐며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또 맛있게 먹으면서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면 '그래, 산해진미가 무슨 상관이야. 지 좋아하는 게 보약이지'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아이가 특히 좋아하는 건 싱가포르의 맥스파이시 버거입니다. 다른 나라의 메뉴를 먹어봐도 이 메뉴만 한 게 없다며, 지금도 입맛을 다십니다.
가족들 저마다의 취향이 매우 다릅니다. 둘째는 과일을 좋아하지만 다른 가족들은 전혀 그렇지 않고, 막내는 점심에 햄버거 먹자고 하면 환호성을 지르지만 둘째는 입에 대지도 않는 메뉴입니다. 재미있게도 모두 각자만의 방앗간이 있네요. 생각해보면 이렇게 좋아하는 것 하나 정도 있다는 건 어쩌면 큰 행운일지도 모릅니다. 소확행이라는 말도 있던데, 햄버거 하나에도 함박웃음 짓는 아이를 보면 한편 다행이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 속담은 우리 가족들처럼 좋아하는 것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함을 일컫는 속담입니다. 가끔은 자기에게 이익이 되기만 하면 절대 지나치지 않는 욕심 많은 사람을 비꼬는 말로도 쓰이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소소한 행복을 찾는 따뜻한 표현으로 더 느껴지네요.
"A sparrow cannot pass by a mill" is a Korean proverb describing someone who cannot resist what they love. Just as a sparrow instinctively stops at a mill for grain, this essay explores how each family member has their own irresistible favorites—wine for the father, bread for the mother, steak and Starbucks for the eldest, fruit for the middle child, and McDonald's for the youngest. Through these simple pleasures, the writer celebrates the small joys that make life meaningful, finding fortune in having something to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