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시절, 한 부장님이 툭하면 하시던 말입니다. 솔직히 속으로는 꼰대처럼 느껴져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었죠. 부장님이 생각하신 대로 일이 안 풀릴 때면 깊은 한숨과 함께, "윤 대리, 내 맘 같지 않아? 그치?" 하시면서 소주 한잔 하러 가자고 말씀하시곤 했었죠.
이렇듯 '내 맘 같지 않다'는 상황이 자신의 기대와는 다르게 흘러갈 때 주로 쓰는 관용구입니다. "자식 키우는 게 영 내 맘 같지 않아", "계획한 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같은 말들도 비슷한 결입니다.
같은 한국 사람끼리도 이러한데, 말 설고 물 선 외국 땅에서는 내 맘 같지 않은 순간들을 더 자주 마주하게 됩니다. 이들의 문화를 비판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인 입장에서는 참 이해하기 어려운 안타까운 순간들이 적지 않았죠.
저는 영주권 없이 취업비자로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입니다. 싱가포르는 적법한 비자 없이는 거주할 수 없어서 비자 문제가 특히 민감합니다. 가족들이 취업비자에 딸린 가족비자로 함께 머무는 저 같은 경우엔 더욱 그렇고요. 당시 회사 사정으로 비자를 변경해야 했는데, 회사가 아닌 개인 자격의 취업비자라 모든 것을 제가 직접 하나하나 챙겨야 했었습니다. 다음 해 1월에 기존 비자가 만료될 예정이어서, 4~5개월 전부터 여유 있게 준비를 시작했었죠. 11월이나 12월이면 충분히 발급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12월 말에 가족 여행도 계획되어 있어서 나름 안전하게 일찍 서두른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비자 승인은 계속 늦어져, 12월이 다 지나가도록 별다른 진척이 없었습니다. 결국 가족과 함께 떠난 유럽 여행에서도 매일 새벽 싱가포르 노동부에 전화를 거는 것이 일과가 되어버렸습니다. 비자 처리가 안 되면 여행이 끝난 후 재입국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만에 하나 공항에서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질 수도 있었으니까요. 전화할 때마다 매우 간절하게 부탁하고 또 부탁했습니다.
기존 비자가 만료되던 그날, 여느 때처럼 새벽부터 관련 부서와 전화로 실랑이를 하느라 지쳐 있던 제게 드디어 반가운 문자가 한 통 도착했습니다. 기다리던 비자 승인 문자였죠. 기쁘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했습니다. 신청한 게 언젠데, 만료일이 다 되어서야 연락을 주다니 한편으론 화가 치밀기도 했죠. 그래도 큰 걱정거리 하나 해결되었다며, 이제 편히 여행하자던 아내의 위로가 아직도 기억에 납니다.
저는 최근 이직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작년 연말, 우연히 한 헤드헌터로부터 연락을 받았죠. 직무 요건도 솔깃했고, 무엇보다 제 경력이 회사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흔쾌히 미팅을 수락했습니다. 회사 쪽에서도 마음에 들었는지, 곧바로 후속 인터뷰를 진행하자는 연락이 왔습니다.
두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총 다섯 번의 인터뷰가 진행되었습니다. 인터뷰를 거듭할수록 회사에 대한 호감도 커져갔고, 면접관들도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었습니다. 급기야 최종 인터뷰에서는 입사 날짜를 논의하고, 입사 전이지만 회사 행사에 참석해 줬으면 좋겠다는 얘기까지 오갔죠. 특별한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오퍼 레터는 무리 없이 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 인터뷰까지 마치고 나니, 솔직히 하던 업무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헤드헌터도 거의 마무리된 것 같다며 미리 축하를 건넸고,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당장이라도 오퍼 레터를 줄 것 같던 회사는 갑자기 일주일 후에 최종 결정을 미루겠다는 연락을 해왔습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죠.
하던 일은 더욱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혹시 다른 경쟁자가 갑자기 생긴 건 아닌지, 채용 계획이 취소된 것은 아닌지, 별의별 생각이 일주일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죠. 그래도 인터뷰 때 그들이 했던 말들이 있으니 별일 없을 거라며 스스로를 안심시키려 노력했습니다.
드디어 최종 결정을 한다던 그날, 그동안 긴밀히 통화하던 헤드헌터는 제 메시지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듯했고, 어쩌다 오는 답변도 "연락 오면 알려주겠다"는 성의 없는 말뿐이었습니다. 저만큼 절실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당사자가 아니니 이해는 갔지만, 내심 괘씸했습니다.
'절실한 건 나인데, 과연 이 사람이 내 의지를 제대로 전달했을까?' 고심 끝에 저는 담당자에게 직접 메일을 보내기로 결심했습니다. 이미 몇 번 이메일을 주고받은 사이였기에, 직접 연락하는 것이 크게 결례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메일을 보내고 저는 자정이 훌쩍 넘도록 잠들지 못했습니다.
원하던 회신은 끝내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헤드헌터의 답변만 기다리고 있었을 때보다는 마음이 한결 나아졌습니다. 담당자도 되든 안 되든 회신을 줄 거라 생각하니 그나마 위안이 되었구요.
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죠. 시간이 흘러 이 글을 다시 읽게 될 때면 지금 이 순간이 어떻게 흘러갔을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내 맘 같지 않은 상황들을 늘어놓고 보니, 마치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에 젖은 조급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한편으로는, 그런 순간들이 어쩌면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했던 때가 아니었을까도 싶고요.
비자를 처리하던 노동부 담당자는 어쩌면 만료일에 맞추어 새 비자를 발급하려고 미리 계획을 세웠을 수도 있고, 답장을 안 하던 헤드헌터는 어쩌면 제게 미안해서 연락을 못 하고 있었을 수도 있겠죠.
그래도 설명 한마디쯤은 해줄 수 있지 않았을까요?
여전히 내 맘 같진 않습니다. 하하.
"It Never Goes the Way I Want"
In Korean, the phrase "내 맘 같지 않다" (nae mam gachi anta) captures the universal feeling of life refusing to follow our plans. Literally meaning "it's not like my heart wishes," it reflects a quiet resignation familiar to anyone who has ever watched expectations collide with reality.
In this essay, the author shares two such moments of helplessness lived as a foreign worker in Singapore — a visa renewal that stretched across a family vacation in Europe, forcing early-morning phone calls to a government office from abroad, and a promising job opportunity that seemed all but secured before going silent at the final hour. Beneath the frustration, however, lies a gentle question: were those moments truly the world failing him, or was it simply a failure to understand the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