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을 못한다

The frog forgets it was once a tadpole

by 윤본


스크린샷 2025-07-13 오후 4.04.51.png

"넌 말할때 불퉁대지 좀 마라"

어릴 적 아버지께서 제게 자주 하셨던 말씀입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이 사실 불편합니다. 당시 저는 그저 생각나는 대로 말했을 뿐인데, 아버지 눈에는 저는 항상 불만 가득하고 예의 없는 말투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였나 봅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의도가 전혀 아니었습니다. 단지 '상대가 불편할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채' 나오는 대로 말을 한 것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피드백은 아버지에게서만 들은 게 아니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제법 가까운 지인들로부터 종종 비슷한 말을 들었습니다. "너 말투가 좀 거칠지 않니?", "네 의견만 고집하는 것 같아." 이런 말들을 들을 때마다 마음은 무거워졌었고 내심 억울했습니다.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할 의도는 전혀 없었는데 말입니다. 그저 제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했을 뿐인데 왜 그렇게 오해를 받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세월이 흘러보니 이제야 '그럴 수도 있었겠다'라고 조금씩 깨닫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내 말과 행동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조금씩 이해하게 된 것이죠. 하지만 이런 깨달음이 쉽게 온것은 아니었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반성의 시간이 필요했었죠.


그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경험은 바로 아버지가 하셨던 똑같은 말을 제가 다름아닌 큰아이에게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너는 왜 이렇게 불만이 많니? 너는 왜 이렇게 이기적이니?" 이런 말들이 제 입에서 나올 때마다 어릴 적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르며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동시에 아이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죄책감이 들기도 하구요.


그런데 큰아이는 어린 시절의 저와는 좀 다릅니다.나름 당당히 설명하곤 합니다. "그냥 제 생각을 말할 뿐이에요. 아빠에게 불만이 있는 게 아니라고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혼란스럽습니다. 한편으로는 아이의 솔직함을 인정하고 싶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말투 역시 여전히 거슬리거든요. 어느새 오래전 제 아버지보다 더 꼰대가 되버린 셈이죠.


자세히 보면, 큰아이는 세 아이 중 저를 가장 많이 닮았습니다. 외모는 물론 성격까지도 말입니다. 재능보다는 노력으로 승부하는 모습, 이해보다는 암기력이 뛰어난 점, 매사에 참을성 있게 버텨내는 점이 저와 비슷합니다. 그리고 부끄럽지만 이기적인 성격이나, 버럭하는 다혈질적인 부분도 많이 닮았고, 상대적으로 뒤끝이 없는 부분도 비슷합니다.


다행인 건 아이에게는 그 시절의 저보다는 나은 부분이 있습니다. 큰애는 매사 자신감이 넘칩니다. 언제나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표현하고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믿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한 인간으로서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또 걱정되기도 합니다. 녹록치 않은 이 세상에서 지금의 자신감을 잃지 않고 유지할 수 있을까, 과한 자신감이 더 큰 실망으로 돌아오진 않을까 하는 그런 걱정들 말입니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어려웠던 시절을 잊어버립니다. 현재의 시각으로만 상대를 판단하려 하죠. 저 역시 그랬습니다. 아이를 대할 때 지금의 제 기준으로만 판단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성숙은 과거의 자신을 기억하고, 그 경험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려 노력할 때 시작되는 걸 깨닫습니다.


어린 시절을 기억하고 그때의 시선으로 아이들을 그리고 주변을 생각하는 제 모습을 볼때마다 저도 이 나이가 되서야 조금씩 제법 개구리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큰아이와 대화하다 보면 재미나게도 제 어린 시절을 다시 생각해 보는 것 같습니다. 부끄럽게도 아이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불퉁 불퉁 거리던 제 모습이 보이거든요.


때로는 스스로 부끄러움을 인정해야 하고, 오랜 동안 굳어진 생각이나 습관을 바꿔야 하기도 하겠죠. 하지만 이런 노력은 결국 개인을 더 나은 부모,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시간이 흘러 여러 갈등을 겪을 때, 제 아이들도 그들의 올챙이 시절을 잊지 않고, 그들이 살아온 인생을 통해 더 나은 어른으로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나도 아이들도 여전히 성장중입니다. 완벽한 부모도, 완벽한 자녀도 없죠. 하지만 어떠한 방식으로든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과 사랑이 있다면, 결국 한층 더 성숙된 모습으로 성장합니다.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을 못한다"는 말이 있지만, 진정한 지혜는 올챙이 시절을 기억하는 개구리가 되는 것이 아닐까요. 그래야 연못 속 작은 올챙이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테니까요.


This personal essay explores the profound Korean proverb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을 못한다" (A frog forgets it was once a tadpole), which reflects the universal human tendency to forget our past struggles and judge others by our current standards.


The author reflects on a recurring pattern spanning three generations: harsh criticism from his father about his "disagreeable" tone as a child, his own defensive responses at the time, and now finding himself making identical criticisms of his eldest son. This cyclical experience illuminates how easily we forget our vulnerable moments and lose empathy for those still navigating similar challenges.


The essay centers on the complex relationship between the author and his eldest daughter, who mirrors many of his own childhood traits—stubbornness, emotional intensity, and a tendency toward self-centered thinking. Yet the daughter also possesses something the author lacked: unwavering self-confidence and the courage to defend her perspective. This contrast creates both admiration and concern in the father.


Through this intergenerational lens, the author discovers that true maturity comes not from forgetting our past selves, but from remembering and drawing upon those experiences to understand others with greater compassion. The Korean proverb serves as both a warning and a guide—reminding us that wisdom lies in maintaining connection to our former selves while growing into better versions of who we once were.


The essay ultimately celebrates the ongoing process of growth within families, acknowledging that perfection is impossible but understanding and love make transformation possible.



keyword
작가의 이전글3. 쉽기가 손바닥 뒤집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