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ality Beyond What We See
단순히 보이는 표면이 아닌, 그 이면에 감춰진 본질이 있다는 뜻을 담고 있는 말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매우 순진하게, 곧이곧대로 상황을 보고 판단하고 이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항상 의심을 품거나 뭔가 숨겨져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죠. 그렇지만 저를 포함해 몇몇 사람들은, 사람 자체가 순수해서일 수도 있고, 아니면 태생적으로 깊은 생각을 싫어해서일 수도 있겠지만, 상황을 있는 그대로만 받아들이다가 나중에 이불킥을 하거나 주변에서 핀잔을 듣는 일도 생깁니다. 저에게 이 격언의 의미를 남다르게 깨우치게 해준 어린 시절의 몇 가지 기억을 꺼내보려 합니다.
아버지는 광주에서 작은 사업을 하셨습니다. 사실 지금도 그 단어의 의미를 정확히 아는 건 아니지만, 학창 시절 매년 신학기가 시작할 때마다 학교에서 적어 내라는 부모님 직업란에 아버지는 항상 '소방설비업'이라고 적으라고 하셨습니다. 아버지는 광주 대인동에서 'XX소방엔지니어링'이라는 간판을 내건 근사한 사무실을 운영하셨고, 다양한 소화기를 전시해 찾아오시는 손님들에게 판매하시거나 아파트 등 건물 공사를 할 때 관련된 하청 공사를 주업으로 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 이것도 나이가 어느 정도 들어서 알게 된 거지, 여느 자식들처럼 저도 아버지 하시는 일에 큰 관심은 없었습니다.
아버지 사무실에 종종 들렀던 기억이 있습니다. 왜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어머니의 심부름이었을 수도 있고, 다니던 병원이나 큰아버지 약국에 갈 일이 있을 때 들렀던 걸 수도 있습니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오후 늦게 아버지 사무실에 들러, 함께 계신 직원들 틈에 끼어 간식을 먹고, 편안한 소파에 기대 노닥거리고 있었습니다. 저녁에 가족 외식 약속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갈 즈음, 한 남루한 행색의 손님이 사무실로 찾아왔습니다. 아버지는 소화기가 전시된 입구 쪽에서 그 손님과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셨고, 손님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하는 걸 보니, 뭔가 좋은 상황은 아니라는 게 느껴졌습니다.
아버지는 허리를 굽히고 찾아온 손님을 달래느라 애를 쓰는 것이 역력해 보였고, 그럴수록 그 손님의 핏대는 더 거세지고 사무실 안 소파에 기대고 앉아 그 광경을 지켜보던 나는 자연스레 몸을 일으키고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5분이 흘렀나 10분이 흘렀나, 어느덧 손님의 삿대질도 조금 누그러지는 듯했고, 일이 해결이 잘 되었는지 결국 손님은 떠났습니다. 아버지는 가시는 뒷모습에도 고개를 연신 숙이며 배웅을 하셨죠.
짧은 순간이었지만 과정을 지켜보는 저는 착잡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땀을 흘리며 계속해서 머리를 조아리는 아버지가 불쌍해 보였고, 밖에서 정말 이런 취급을 받으시는 줄 몰랐던 제가 많이 죄송했습니다. 유리문 건너로 보이는 아버지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처량하게 느껴졌고, 축 처진 어깨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고생하시는 아버지에게 효도하는 착한 아들이 되야겠다고도 속으로 다짐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아버지의 표정은 제가 걱정했던 표정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당황해 하거나 주눅 들지 않으신 너무 일상적인, 제가 늘 봐오던 아버지의 모습이었고, 책상에 앉으신 후에는 다시 사장님 모드로 돌아오셨죠. 크게 놀랐던 저와 달리 직원들도 별 동요가 없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후, 아버지가 늘 그렇듯이 말씀하십니다. "저녁은 뭐 먹으러 갈까? 갈비 먹으러 갈래? 아니면 중국집에 탕수육 먹으러 갈까? 아빠가 차 빼놓을 테니까 이따가 앞으로 나와라."
뒤이어 아버지 고급 세단이 사무실 앞에 멈추었고, 저는 차를 타며 생각했습니다. 아, 그냥 일이었구나. 행색으로만 사람을 판단해선 안 되겠지만, 아까 그 손님보다는 아버지 형편이 훨씬 나아 보이는데, 내가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었던 거야. 사업하는 사람은 이런저런 일을 겪을 수도 있는 거고. 제가 괜한 걱정을 했던 겁니다. 아버지에게는 그저 일상적인 일이었을 뿐, 제가 불쌍하다고 여겼던 모습도 사업을 하면 누구나 고객으로부터 당연히 겪는 과정 중 하나였던 거죠.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그날 저는 어렴풋이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좀 흘러 고등학교 2학년 때 즈음입니다. 어느날 담임 선생님께서 저를 부르시더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씀을 하십니다.
"아무래도 아버님이 육성회 임원을 맡아 주셔야겠다."
"네?"
"우리 반에서 가정형편 수준이 '상'인 집이 너희 집밖에 없구나."
며칠 전 담임선생님은 급우들에게 가정형편 조사를 했었고, 저는 가정형편 수준을 묻는 항목에 별 생각 없이 '상'이라고 적은 것이 기억 났습니다.
"아 네, 그거요? 알겠습니다. 아버지에게 말씀드릴게요."
집에 돌아와 아버지께 말씀을 드렸고, 저는 그날 밤 곡소리 나게 혼났습니다. 전세집 사는 놈이 무슨 놈의 가정형편이 '상'이냐, 지난 사업 때문에 아빠 명의로 된 재산도 한 푼도 없어서 이렇게 고생하는 거 모르냐며 밤새 잔소리를 들어야 했고, 저는 하루아침에 속 없는 놈이 되버렸고, 아버지께도 큰 부담을 드린 놈이 되버렸습니다. 당시 60만 원이 넘었던 육성 회비는, 지금으로 보면 기백만 원쯤 되는 큰 돈이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가 회사를 다니셨던 것도 알고 사업을 하셨던 것도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제가 딱히 불편하게 자라온 게 아니어서 저는 한 번도 우리 집이 가난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항상 먹고 싶은 거나 하고 싶은 것들은 부모님이 다 해주셨고, 돈이 없어 무엇을 못했던 기억이 전혀 없었으니까요. 전세집인지 자가인지 그런 걸 알 나이는 더더욱 아니었고요. 결과적으로 죄송한 짓을 하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무척 억울하기도 했었죠. 아니, 나한테는 한 번도 그런 말씀도 없으셨으면서 이제 와서 나를 속없는 놈이라고 이렇게나 혼내고, 오히려 서운해 하기도 했죠. 여차여차 아버지는 팔자에 없었던 육성회 임원을 맡을 수밖에 없었고, 저는 하루아침에 생각없는 놈이 돼서 두고두고 가족을 입방아에 오르내렸답니다.
어린 시절 세상을 미처 경험하기 전, 저는 제가 아는 세상과 현실 간의 괴리를 저만의 경험으로 느꼈습니다. 우리는 종종 내 앞의 일들을 나만의 세계관으로 해석하고 판단하곤 합니다. 그러나 다른 이의 시선에서 보면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와 진실이 존재하죠.
어린 시절의 이야기이다 보니 한편으론 귀엽고 순진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자신의 관점만으로 세상을 생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것을 주장하고 관철하려는 사람들도 종종 있습니다. 세상은 그들을 자기 중심적이고 독선적이라 하며 유연하지 못함을 지적합니다.
사람은 여러 관계 속에서 함께 살아갑니다. 가까이는 부모 자식부터, 사회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까지,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일방의 세계가 아닙니다. 다양한 관점이 공존하는 다면체 같은 사회입니다. 그렇기에 나이가 들어갈수록, 관계가 늘어날수록 자신이 보는 것만이 진실이라고 함부로 속단하는 일은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This essay, titled "The Reality Beyond What We See," delves into the importance of understanding the deeper essence of situations beyond their surface. The author reflects on how people often make judgments based on first impressions, without considering the hidden truths that may lie beneath. Through personal experiences, the essay illustrates how these assumptions can sometimes lead to misinterpretations, only to be later corrected by a deeper understanding of the situation.
The essay begins with a childhood memory involving the author's father, who ran a small business in Gwangju. One day, the author witnessed a tense interaction between their father and an angry customer. Initially, the author felt sympathy for their father, assuming he was being mistreated. However, after some time, the author realized that the situation was simply part of their father’s daily business routine, something the author had not understood at the time. This realization led the author to recognize that not everything is as serious as it may appear in the moment.
Later in the essay, the author recounts an incident from high school when their teacher asked the author’s father to become a member of the parent association due to the author's perceived "higher" family status. This misunderstanding arose from the author simply filling out a questionnaire without realizing the implications of marking their family as having a "higher" socioeconomic standing. When the author mentioned this to their father, it resulted in a serious reprimand, as the family was struggling financially due to the father's business challenges. This experience, though painful, taught the author another valuable lesson: that appearances can be misleading, and our assumptions about others’ situations are often based on incomplete information.
Through these two distinct yet related experiences, the essay highlights how easy it is to judge based on external appearances, and how, over time, a more nuanced understanding can lead to a deeper truth. The essay encourages readers to reflect on their own judgments and reminds them that the truth often lies beyond what we can immediately s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