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distinguish between public and private matters.
"이봐 윤대리, 우리 공과사는 구분하자"
지난 밤 오랜만에 팀 전체가 모여 전체 회식을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평소에 가깝게 지내던 같은 팀 과장님과 따로 앉게 되었고, 많은 이야기를 함께 하며 유독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당시 저는 씩씩하게 회사 일을 해나가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지만 순간순간 느껴지는 어려움이나 스트레스도 당연히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과장님과 속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죠. 너무나 감사하게도 과장님은 제 푸념도 너그러이 받아주시고,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또한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평소의 저는 회사의 윗분들에게 항상 과장님, 차장님 하며 직함으로 인사를 드리곤 했었습니다. 그러나 술이 오른 그날의 저는 자신도 모르게 과장님께 형님으로 모시겠다고 호언을 부렸고, 과장님도 껄껄 웃으시며 그러자며, 동생하자며 어깨를 두드려주셨죠. 그리고 우리는 더욱 즐겁게 부어라 마셔라 술잔을 기울였고, 그렇게 그날의 즐겁기만 한 회식은 마무리가 되어 갔습니다.
다음날 아침 숙취가 덜 깬 채 부랴부랴 사무실에 출근한 저는 이미 출근하셔서 업무를 보고 계신 과장님을 발견했습니다. 반갑기도 하고, 어제 일도 기억나기도 하고, 빙긋 웃으며 인사를 건넸습니다.
"아이고 형님, 어제는 잘 들어가셨습니까? 하하"
제 목소리가 좀 컸었을까요? 앉아계시던 과장님은 흠칫 놀라며 매우 불편한 기색을 비추셨고, 주변의 다른 사람들 역시 제게 곁눈질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윤대리, 짐 풀고 담배나 한 대 피러 가지?"
뭔가 일이 잘못되었음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가방을 놓는 둥 마는 둥 대충 팽개치고 상기된 표정의 과장님 뒤를 쫄래쫄래 따라 흡연실로 들어갔습니다.
"휴우...이봐 윤대리, 우리 공과사는 구분하자"
"네?"
"사석에서 형 동생하자고 했지 누가 사무실에서 그러라고 했어? 그렇게 분위기 파악을 못하면 어쩌냐"
"아..."
"니 마음 모르는 건 아닌데, 이건 아니지"
"네 죄송합니다. 제가 미처 생각이 짧았습니다"
"아냐 이제부터 알았으면 공과 사는 지키자구"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었습니다. 다들 해장한다며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가서도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창피스러웠고, 당시의 일이 제겐 큰 트라우마가 되어 그 뒤로 인연이 되는 친한 분들께도 형님 소리를 잘 못하는 사람이 되버렸습니다. 저와는 달리 똘똘하게 때와 장소를 가려가며 형님 동생 하며 지내는 다른 동기들을 보면 그러지 못한 저는 참 부러울 따름이었죠.
그리고 요즘 제겐 공과 사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는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지금도 준비하고 있는 책 집필 관련한 일입니다. 총 2년을 목표로 매주 하나씩 글을 써오고 있는 저는 100개의 에피소드가 완성이 되면 그것을 묶어 책으로 집필할 계획입니다. 그런데 각각의 에피소드의 내용이야 작가인 제가 쓰면 되지만 문제는 포함될 삽화였습니다. 그럴듯한 삽화를 함께 보여주고 싶어서 처음에는 오래된 사진을 스캔해서 사용해 보기도 하고, 때로는 제가 직접 촬영한 사진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임시 방편일 뿐, 적당한 이미지가 없으면 결국 인터넷에 떠도는 이미지들을 가져다 쓰거나, 그도 아니면 유행하는 AI로 이미지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었죠.
프로페셔널 작가는 아니지만 책을 출간하게 되면 결국 저작권 문제도 생길 것이고, 무엇보다 제 집필의 목적과는 좀 많이 어긋나는 상황이었죠. 저렴한 비용으로 해결 해 보고자 아마추어 일러스트레이터들을 알아보기도 했지만 제 기준으로는 전혀 감당할 비용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펜을 가지고 낙서를 하고 있는 둘째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둘째는 평소에도 아이패드로 이런 저런 이미지들을 곧잘 끄적이곤 합니다. 게다가 그 결과물도 제법 괜찮았죠. 요즘 한껏 용돈이 부족하다며 투덜대는 녀석과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그런 좋은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채은아, 너 아빠랑 일하나 할래?"
"응? 뭔데?"
"아빠 책쓰고 있는 거 있잖아, 각 에피소드에 삽화를 간단하게 그리는 거야. 수고료는 당연히 지불할 거고"
"오? 진짜? 음... 삽화?"
"너 그림 곧잘 그리잖아, 너가 잘 하는 동물로 표현해도 되고, 별다른 규칙은 없으니 내용 보고 니가 그냥 그려주면 되"
"그냥 내가 마음대로 그리면 되? 그런데, 얼마 줄 건데 아빠?"
"총 100개니까 한 개당 10달러 줄게 어때?"
"오오오오오오! 아빠 좋아 좋아 열심히 할게용 ㅎㅎㅎ"
"대신 이건 돈을 받고 하는 일이니까 일종의 계약인 거야, 아빠랑 합의한 대로 반드시 이행을 해야 해"
"오케이 오케이, 어떻게 하면 되는데?"
"매주 아빠가 주는 에피소드 2개에 대해서 이미지를 주말에 주면 되, 그리고 다음 주 에피소드 두 개를 바로 줄게. 그렇게 매주 두 개씩 주면 되"
"아빠, 그럼 비용은 매달 마지막날에 한꺼번에 정산을 하자"
"오케이 나도 좋아"
이 녀석은 용돈 때문에 달려 들었겠지만, 아빠의 자전적 에세이에 다른 사람도 아니고 딸이 삽화를 그린다니, 내심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러나 호기롭게 시작했던 일은 초반엔 조금 삐걱이기 시작했습니다.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녀석은 보내준다는 얘기가 없었죠.
"채은아, 이번주 두개는 언제 보내줄 거야?"
"아빠 잠깐만, 내가 다음주 수요일까지는 꼭 줄게. 지난 주에 학교 동아리 때문에 바빴고 또 숙제도 많았단 말야"
"알겠어, 그런데 채은아, 이건 너랑 나랑 일종의 계약을 한 일이야, 너 상황도 당연히 이해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늦어지는 게 계속 반복되면 안된다. 오케이?"
"알아 알아 아빠, 내가 일주일에 두 개는 꼭 해서 보낼게 이번만 봐줘"
그로부터 한 달여가 흘렀습니다. 여전히 항상 제가 먼저 보내달라고 요청하지만, 그래도 항상 늦지 않게 결과들을 보내주고 있고, 역시나 기대한 만큼의 퀄리티로 아버지를 흐뭇하게 하고 있습니다.
공과 사를 구분 해야 한다는 건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이 서로 그 성질이 매우 달라, 따로 구분하여 각각의 성질에 맞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기에 나온 말일 터입니다. 서른 가까운 나이에도 공사 구분을 못해 망신살 뻗친 아빠에 비해 어린 나이지만 본인에게 주어진 일을 앓는 소리 안 하고 척척 해내는 둘째가 더욱 비교됩니다. 그런데 왜 이번 주 분량은 아직도 안 보내주고 있을까요? 하하!
In Korean culture, the proverb "공사를 구분하다" (gongsa-reul gubun-hada) literally means "to distinguish between public and private matters." This wisdom emphasizes the importance of maintaining clear boundaries between personal relationships and professional responsibilities, recognizing that each domain requires different behaviors and expectations.
This essay explores this timeless principle through two contrasting personal experiences. The first recounts a mortifying workplace incident where the author, emboldened by alcohol during a company gathering, inappropriately addressed his manager as "hyung" (older brother) in the formal office environment the next day. Despite their friendly exchange the previous evening, the manager's stern rebuke—"let's distinguish between public and private matters"—became a lasting lesson in professional boundaries and social awareness.
The second narrative shifts to a more recent application of this principle in the author's family life. While writing a book of personal essays, he contracts his teenage daughter to create illustrations for his stories. Despite their close father-daughter relationship, both parties navigate the delicate balance between familial affection and professional obligations. The daughter's initial delays and the father's patient but firm reminders about contractual responsibilities demonstrate how the principle of distinguishing public and private matters can strengthen rather than strain personal relationships.
Through these parallel stories, the essay reveals how proper boundaries—whether in corporate hierarchies or family dynamics—ultimately preserve and enhance our relationships rather than diminish them. The author's self-deprecating humor and honest reflection on his own failures make this a relatable meditation on social wisdom, personal growth, and the universal challenge of knowing when to be formal and when to be familiar.
The essay concludes with gentle irony, as the author notes his daughter's growing reliability while simultaneously wondering why she hasn't yet submitted this week's illustrations—a reminder that even the most carefully drawn boundaries remain wonderfully, humanly imperfe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