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료)
Even a Dog Is Not Disturbed While Eating
세일즈 업무를 하는 사람들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고객의 전화를 받습니다. 급하게 처리해야 할 계약 건이 있으면 끼니를 거르는 일도 많죠. 더군다나 팬데믹 이후 한동안 유지되었던 리모트 근무는 일과 휴식의 경계를 더욱 모호하게 만들었습니다. 회사 내에서도 근무 상태가 계속 온라인으로 표시되어야 정상적인 근무를 하는 것처럼 여겨졌었고, 매니저들 역시 언제부터인가 즉시적인 응대를 당연하게 여기곤 했습니다.
국립국어원은 이 속담을 '비록 하찮은 짐승일지라도 밥을 먹을 때에는 때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음식을 먹고 있을 때는 아무리 잘못한 것이 있더라도 때리거나 꾸짖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리 가족은 요즘 흔치 않은 다섯 명의 나름 대가족입니다. 게다가 이제는 아이들도 제법 머리가 굵어서 집 밖에서 끼니를 모두 해결하는 때도 많죠. 그래서 다섯 명이 한자리에 모이기가 한 달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하고, 사전에 따로 시간을 조정해서 맞추지 않으면 거의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가족들이 함께 자리에 모여 식사를 한 게 언제인지 가물가물했던 어느 날,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아내와 아이들과 상의했습니다.
"얘들아 이번 주 금요일은 저녁에 우리 다 같이 식사하자. 한집에 살아도 다 같이 밥 먹은 게 언젠지도 모르겠다."
이미 약속 있는데 캔슬해야 하냐며 투덜대는 녀석, 저녁이면 어차피 얼굴 보는데 굳이 같이 밥 먹어야 하냐고 하는 녀석, 먹으나 안 먹으나 상관없다는 녀석 등 제각각인 녀석들을 어르고 달래 돌아오는 금요일 오후에 모두 모여 저녁을 하기로 했습니다. 아내도 신이 났는지 아침부터 장을 봐서 잡채며 월남쌈이며 여러 음식들을 예쁘게 준비했습니다.
저녁이 되어 식탁에 음식들이 올라오고 다섯 가족은 오랜만에 모여 시끌벅적 수다로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화기애애하던 웃음꽃도 잠시, 제 핸드폰에 불편한 메시지 알림음이 띵 울렸습니다.
'미안해. 지금 너무 급해서. 30분 후에 임원 회의가 있는데, A사 계약 건에 대해 그전에 너랑 얘기를 했으면 해. 컨퍼런스 콜이 좋을 것 같은데, 지금 로그인할래?'
당연하게도 짜증이 밀려왔습니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아우씨~,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정말 화딱지가 나는구만." 아내도 한숨을 쉬며 "너무 매너 없는 거 아냐? 지금 금요일 오후 6시가 넘었는데!" 라며 거들었습니다. A사 계약 건 역시 그날 아침에도 한 시간이 넘게 상황 업데이트를 하고 앞으로의 플랜도 그와 함께 서로 전략을 세웠었기에, 더 짜증이 나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일은 일이고, 그 역시 내 매니저였기에 그의 요청을 거스를 수는 없었습니다. 저는 식사를 하다 말고 나와 방으로 들어가 매니저와 컨퍼런스 콜을 했습니다. 차마 저녁 식사 시간에 니가 전화를 걸어서 내가 지금 짜증이 많이 나 있다는 말을 하지는 못했지만, 밖에서 들려오는 아내와 아이들 웃음소리, 그리고 식고 있을 맛있는 음식들을 생각하니 회의에 제대로 집중할 수는 없었습니다.
대충 성의 없게 콜은 끝났고, 식사를 마친 아이들은 방으로 들어간 지 오래였습니다. 이미 식어버린 음식과 아내만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좋지 않은 기분으로 먹는 둥 마는 둥 마저 저녁식사를 마무리하고 있는데, 얼핏 과거의 몇 장면들이 제 뇌리를 지나갔습니다. 바로 제가 아내나 아이들과 함께 했던 또다른 식사 시간들이었습니다.
연애 시절 그리고 신혼 시절 저는 서운한 일이 있거나 하면 저는 아내에게 화를 내듯 말을 그냥 내뱉는 안 좋은 습관이 있었습니다. 보통 욱하는 성격이라고 하죠. 저와는 정반대 성격인 아내는 서운한 일이 있어도 웬만하면 참고 받아들이는 편이었구요. 그런데 주로 식사 자리에서 저는 아내에게 서운했던 것을 토로하곤 했었습니다. 오랜만에 근사한 식당에서 외식을 하며 좋은 음식을 먹고 있던 때에도, 생일같은 특별한 기념일을 맞아 아내가 오랜 시간 정성을 다해 준비한 음식을 놓고 함께 식사를 할 때에도, 돌이켜보니 유독 식사 시간에 생각 없이 대화를 하고 상처되는 말을 내뱉고 했던 때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부부의 식탁에는 둘러앉아 밥을 먹는 가족들이 하나둘씩 늘어났습니다. 제 맘갖지 않게 말을 잘 듣지 않던 아이들을 얼르기도 하고 달래보기도 하지만 정 필요하다 싶을 때는 따끔하게 혼을 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금세 표정이 바뀌면서 어리광이 멈추고 언제 그랬냐는 듯 바르게 숟가락을 고쳐 잡곤 했었죠. 그때는 그게 옳은 줄 알았습니다. 스스로 필요한 밥상머리 교육이라며 명분을 가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스스로 훈육이 필요하다 싶을 때는 아이들을 향한 듣기 싫은 잔소리가 식사 시간에 이어지곤 했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점차 학년이 올라가면서, 어느새부터는 저의 그런 모습에 슬슬 지겨워하고 불편해하는 모습도 감추지 않았습니다. 급기야 '아빠 이제 적당히 좀 해'라고 대놓고 핀잔을 주기도 했었죠.
아내라고, 또 아이들이라고 맛있는 음식을 기분 좋게 먹고 싶지 않았을까요? 고작 매니저에게 받은 문자 하나가 제 기분을 이렇게 망쳐버렸는데, 아내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듣는 서운함과 핀잔에 얼마나 마음이 언짢고 불쾌했을까요. 아빠니까 그리고 아빠라서 들어주는 잔소리를 아이들은 과연 교육이라 느끼고 고마워 했을까요? 아이들도 엄마 아빠와 눈 마주치며 하하 호호 깔깔대며 행복한 식사 시간을 즐기고 싶었을 것입니다.
조금 거창하게 얘기해보면 밥을 먹는 시간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시간이 아니라, 인간답게 살아가는 최소한의 권리이자 존중의 시간입니다. 음식을 섭취하는 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 중의 하나이죠. 그 시간만큼은 아내나 자식이 아닌 하나의 온전한 인간으로서 배려를 해야 합니다. 저 역시 함께 둘러앉아 수다 떨며 식사할 때 느껴지는 따뜻함이 좋습니다. 그 따뜻한 행복감을 깨뜨리고 싶지 않아 아내가 조금 서운하게 해도, 또는 아이들이 밥 먹다 말고 휴대폰만 보고 있어도 이제는 전보다는 조금 더 너그러워지는 방법을 알아가는 중입니다.
This essay explores the profound wisdom embedded in a traditional Korean proverb: "밥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 (Even a dog is not disturbed while eating). This saying emphasizes that mealtime should be sacred and peaceful, free from conflict or disturbance, regardless of any grievances that may exist.
The narrative begins with a modern workplace scenario where the author, a sales professional, experiences the frustration of having a rare family dinner interrupted by his manager's urgent work request. This disruption becomes a catalyst for deep self-reflection about his own past behavior during family meals.
Through honest introspection, the author recalls how he used to impose his frustrations and criticisms on his wife and children during mealtimes—moments that should have been filled with warmth and connection. He remembers scolding his children at the dinner table, expressing disappointment to his wife during romantic dinners, and turning what should have been nourishing family time into uncomfortable experiences.
The essay's power lies in its universal theme: the recognition that sharing a meal represents one of humanity's most fundamental acts of communion and care. The author's journey from thoughtless disruption to mindful presence at the family table offers readers a gentle reminder that true respect begins with protecting the simple, sacred moments that bind us together as human bein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