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료)
Patting the back while eating the liver
앞에서는 뭐라도 다 내줄듯이 친절하게 도움을 주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상대방을 속이고 자신의 잇속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을 묘사하는 말입니다. 어감이 좋지 않게 느껴지는 터라 갑자기 제 동생에게 많이 미안해 지네요. 왜냐하면 이번 속담은 제 동생과의 에피소드로 설명을 하려고 하거든요.
한살터울 여동생이 있습니다. 사실 한살 터울이라고는 하지만 저와 동생의 나이 차이가 그저 11개월밖에 나지 않습니다. 오빠 노릇 하기도 뭐한 친구 같은 그런 동생이죠.
나이 차도 거의 없어 어린 시절부터 많이 투닥거리고 지내기도 했던 저와 제 동생은 한마디로 매우 달랐습니다. 저는 귀가 얇아 항상 다른 사람 말에 쉽게 속아 넘어가기 일쑤고, 줏대 없이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그런 아이였었고, 저와 달리 동생은 언제나 말주변이 좋고 상황 판단이 빨라 항상 주변에 사람들을 모으고 다녔던 그런 아이였습니다. 어른들도 동생을 얘기할 때면 저것이 똑똑이라며, 커서는 셋중에 제일 잘 살것이라고 모두들 입을 모았죠.
가족이 전주에 살 때이니 아마 제가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 되었겠습니다. 엄마가 외출하시고 동생과 제가 둘만 집에 남아 빈둥거리며 놀던 어느 날, 유독 심심하고 따분해 하던 동생은 문득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었나 봅니다.
"오빠, 쭈쭈바 안 먹을랑가?"
"먹고 싶지, 근디 돈이 없다잉."
"아니 저그 저금통에서 쪼까만 빼서 먹으까?"
"안해. 엄마한테 걸리믄 디지게 혼나"
"아따 안 걸려. 백 원만 빼믄 암시랑도 안 해"
"......"
당시 거실의 피아노 위에는 도자기로 된 작은 저금통이 하나 있었습니다. 남는 동전을 생길때마다 가족들이 넣어온 그 저금통은 그새 제법 묵직해져 언제나 우리에겐 유혹의 대상이었죠. 게다가 고무 마개로 쉽게 열고 닫게 되어 있어 사실 마음만 먹으면 쉽게 빼낼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랬다가 한번이라도 걸리기라도 하면 그날은 거의 죽었다 할만큼 혼날게 뻔해, 저금통 속 동전을 몰래 꿀꺽 한다는 건 저는 일절 생각도 안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키가 안 닿응게, 오빠 니가 쪼까 빼봐."
"아니 그라다 걸리면 어찔라고 하냐. 나는 진짜 안하고 싶은디"
"아따 째까만 빼면 절대 안 걸린당게 그라네. 걱정 말고 빨리 빼라고, 엄마 오기 전에 가서 사묵게"
계속되는 동생의 채근에 마침내 저금통 바닥의 고무 마개를 열고 100원인가 200원인가를 제 손으로 꺼냈습니다. 그길로 수퍼로 달려가 쭈쭈바를 사와서는 동생이랑 함께 맛있게 나누어 먹었죠.
어느덧 시간이 흘러 외출하신 어머니가 들어오셨습니다. 쓰레기통에 버려진 아이스크림 껍질을 보시고는 돈이 어디서 났냐며 물으셨고, 버벅거리며 말을 못 하고 있는 저를 보고 의심에 찬 눈빛으로 저금통에 손 댔냐며 소리를 빽 지르셨습니다.
저는 그때의 동생의 앙칼진 목소리를 똑똑히 기억합니다. "아니여! 그거 다 오빠가 끄집어 냈어. 내가 한것이 아니여!"
이렇다 저렇다 변명도 하기 전에 폭풍 같은 잔소리와 등짝 스매싱이 날아들었고. 아무말도 못하고 바보같이 그날 저는 어머니께 혼쭐이 났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렇게 억울해 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저도 같이 맛있게 먹었으니까요
세월이 오래 지나 어느 명절날 가족들이 모여 옛 기억을 함께 나누다 문득 이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이미 그때 다 알고 계셨다고 하더군요. 당신 생각으로는 저는 소심해서 감히 저금통에 손댈 용기는 절대 없는 그런 아이였었고, 다 여동생이 옆에서 바람 넣어서 그랬을 거라고요. 동생은 억울하다며, 나와 어머니의 기억이 분명 잘못되었다고 지금도 우기고 있습니다. 하하.
대학진학을 앞두고 처음으로 혼자서 서울 작은 아버지댁에 다니러 간 적이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혼자 서울에 간다고, 가서 쓸 용돈을 벌려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막노동 아르바이트를 해 일당을 모아 15만 원을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땀흘려 번 소중한 돈을 외투속에 깊숙히 여미고 어느 겨울 아침 서울행 고속버스를 탔습니다. 어느덧 휴게소에 도착을 하고 화장실을 다녀오니, 웬 정장 입은 남자 두 분이 올라와서는 대기업 판촉 행사라며 고급 예물 시계를 특별히 지금 당첨되는 사람에게는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외칩니다.
그러더니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표를 하나씩 나눠주고, 17번, 몇 번, 몇 번을 연달아 부릅니다. 때 마침 17번 표를 갖고 있던 저는 갑자기 심장이 멎는듯 너무 기뻤고, 진짜 주는 거 맞나 싶어서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손을 들기가 무섭게 어느덧 제 손에는 반짝거리는 남녀 시계 한 세트가 들려 있었습니다.
"학생, 정말 운이 좋은 거야. 이거 원래 200만 원이 넘는 세트인데, 이번에 특별히 하는 고객 판촉 행사라 세금만 조금 내면 돼."
"와 정말요? 감사합니다! 세금은 얼마 내면 되는데요?"
"13만 원"
당시 저를 한심하게 쳐다봤을 다른 승객들의 눈빛을 애석하게도 그땐 전혀 알아 차리지 못했습니다. 당당히 돈을 꺼내 세금 13만원을 냈고, 태어나 처음으로 부모님에게 효도한다는 생각에 마음도 한껏 부풀어 있었습니다.
며칠이 지나 광주로 돌아와, 아들이 선물 사왔다며 부모님께 그 '대기업 시계 세트'를 전해 드렸습니다. 그 때 저를 바라보시던 아버지의 그 애잔해 하시던 눈빛이 아직 생생합니다.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한 친구로부터 '응답하라 1994'편의 '삼천포'를 보니 제 생각이 많이 났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김성균 배우가 연기했던 그 '삼천포', 제가 당시 그렇게 많이 어리버리했었나 봅니다.
그래도 그동안 살아 오면서 크게 뒤통수 맞은 적은 없이 그럭저럭 잘 살아 왔습니다. 조금만 빈틈을 보여도 등치고 간내어 먹는 이 험한 세상에서 말입니다. 동생의 꾀임에 넘어가고, 고속버스 사기에 당했던 그런 어수룩한 경험들이 오히려 저를 주변을 더 살피고 조심하게 만들어준 것이 아닐까 애써 생각해 봅니다.
This charming personal essay explores the Korean proverb "등치고 간내어 먹는다" ("patting the back while eating the liver"), which describes someone who pretends to help while secretly exploiting others. Despite its cynical meaning, the author transforms this dark saying into a canvas for warm memories and gentle self-reflection.
The narrative centers on two episodes of the author's endearing gullibility. In childhood Jeonju, his clever younger sister—just eleven months younger—convinces him to steal coins from their mother's piggy bank for ice cream, then promptly blames him when caught. Years later, as a naive 18-year-old traveling to Seoul with hard-earned construction wages, he falls victim to a bus scam, paying 130,000 won in "taxes" for fake luxury watches he hoped to give his parents.
Written with self-deprecating humor, the essay includes the author's comparison of himself to "Samcheonpo," a lovably naive character from the popular Korean drama "Reply 1994." The piece features authentic Korean dialect in childhood conversations, adding warmth to the sibling dynamic.
Rather than bitter reflection, the author concludes with gratitude for these formative deceptions. His early encounters with manipulation—from his beloved sister and strangers alike—served as protective lessons against larger betrayals. Even his mother later admitted she knew the real instigator all along. The essay beautifully demonstrates how life's small deceptions can become sources of wisdom, resilience, and tenderness toward our younger, more trusting selv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