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료)
Even the elderly should listen carefully to the words of a three-year-old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도 어린 아이의 말 속에 지혜나 중요한 뜻이 담겨 있을 수 있으므로, 누구의 말이든 귀 기울여 듣고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이 속담은 우리 인생살이에서 겸손과 존중이 얼마나 중요한 덕목인지를 강조합니다. 중국의 속담에도 '주변의 모든 이가 너의 스승이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이 역시 나이나 경험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라는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는 많은 결정을 내릴 때 결정 장애가 좀 있는 편입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지는 듯 느끼며, 점점 더 큰 어려움을 느끼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사소한 일까지 아내에게 자주 묻게 되는 경우도 많고, 심지어는 아이들에게도 많은 것을 물어보곤 하죠. 사람들이 흔히들 우스갯소리로 말하는 짜장면과 짬뽕 사이의 선택 장애뿐 아니라, 쇼핑이나 집 계약, 심지어 회사 동료들 간의 관계까지도 가족에게 자주 조언을 구하곤 합니다.
2020년 11월, 이미 수개월 전에 가족이 싱가포르로 가기로 결정하고 제 워킹비자도 문제없이 발급되어 한국 생활을 정리하던 시기였습니다. 살던 집도 새로운 세입자를 찾아 전세 계약도 끝마치고, 10여 년 넘게 함께한 정든 세간들도 하나둘씩 정리하던 때였죠.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아내와 아이들을 위한 가족 비자가 특별한 이유 없이 계속 늦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도 아내도 주변에 떠난다고 인사도 다 했는데, 무슨 이유인지 계속 발급이 지연되고 있었습니다. 에이전시 말에 따르면 원래 최장 2주면 나온다는 비자가 세 달이 넘어가도록 감감무소식이었고, 일찌감치 끝마친 전세 계약으로 살던 집까지 비워줘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었죠. 가족 모두 무척 민감해져 있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던 중 문득 '내가 싱가포르 이민국에 직접 연락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담당 에이전트는 자신이 다 문제없이 처리할 테니 직접 하지 말고 기다리라고만 반복했었거든요. 솔직히 스스로도 영어에 자신이 없었고, 싱가포르 행정도 전혀 모르는데 괜히 전화해서 내가 다 망치면 어떡하나 하는 고민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길어져만 가는 지지부진한 상황은 더 참기 힘들었었죠.
이럴지 말지 갈팡질팡하던 중 마침 옆에 있던 둘째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의견을 물어보았습니다. 저와는 달리 별다른 고민 없이 아이가 한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아빠, 물어보는 게 잘못은 아니잖아, 그냥 물어보자!"
아빠의 선택 장애를 깔끔하게 정리해 준 녀석 덕분에 조용한 곳에 가서 스피커폰 볼륨을 제일 높이고 용기를 내 전화를 걸었습니다. 외국 이민국의 ARS는 처음부터 알아듣기가 만만치 않았고, 누르는 버튼이 맞는지 틀리는지도 모르는 채 상담원 연결까지 계속 실패를 반복했었죠. 그러다 한 시간 가까이 걸려 천신만고 끝에 드디어 한 상담원이 연결되었습니다.
미리 적어 놓은 내용을 천천히 또박또박 최선을 다해 읽었습니다. 나름 예의를 갖추는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했고, 우리 가족이 현재 매우 절박함을 어떻게든 어필하려고 노력했었죠. 무척 걱정했던 저와는 달리 매우 친절했던 상담원은 잘 알겠다며, 본인이 꼭 에스컬레이션 하겠다며 최대한 빨리 처리하겠다고도 했었죠. 통화가 끝날 무렵에는 서툰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를 말하는 상담원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사실 저는 상담원이 하는 말을 다 알아듣지도 못했기 때문에, 뭔가 내가 원하는 대로만 알아들은 것은 아닐까 하여 통화가 끝난 후에도 여전히 불안한 마음이 마음 한켠에 남아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찜찜함도 잠시, 바로 다음 날 약속받은 대로 비자가 승인되었다는 이메일을 드디어 받을 수가 있었죠.
둘째는 다 자기 때문에 된 것이라면서 온갖 생색을 냈지만, 사실 아이 말이 맞습니다. 당시 팬데믹으로 싱가포르뿐 아니라 전 세계의 행정이 극심한 혼란을 겪던 시기여서, 아이 말 듣고 직접 전화로 재촉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우리는 더 오랜 시간을 불편하게 기다렸을지도, 아니 어쩌면 비자 승인을 못 받았을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어느 날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보며 아마존에서 물건을 쇼핑하고 있었습니다. 이걸 살까? 저걸 살까? 여느 때처럼 갈팡질팡하고 있던 제게 막내아들이 다가와 뭐 하냐며 들여다봅니다.
"응, 아빠 이거 살까 저거 살까 고민 중이야. 이게 좀 좋아 보이는데 좀 비싸다. 흠, 살까 말까... 고민 중이야. 아들아? 네가 보기엔 어떤 게 나아 보이냐?"
"아빠, 그냥 아빠 '쪼대로' 사. 무슨 생각을 그렇게 많이 해?"
"으잉? 뭐라고? 뭐대로 사라고?"
"그냥 아빠가 맘에 드는 걸로 사라고! 가격 차이도 많이 나지도 않구만" 하며 홱 나갑니다.
요즘 아이들이 쓰는 말이라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몰라 당황했지만, 결국 조금 비쌌어도 제 '쪼대로' 샀습니다. 녀석은 늘 그렇듯 툭툭 내뱉고 또 잊어버렸겠지만, 결정 장애 아버지에게는 이런 것도 큰 도움이 되곤 합니다.
아내와 다투거나 회사에서 상사와 트러블이 있을 때에도 아이들이나 가족들에게 상의를 구하기도 합니다. 어른들의 삶을 아직 다 이해 못하는 아이들은 인간관계 본연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는 데 어쩌면 가장 효과적인 접근일지도 모릅니다.
이전 직장에 다닐 때 회사 일을 전혀 모르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직장 동료와의 갈등을 설명하고 의견을 구한 적이 있습니다. 가족들은 나와 직원들이 하는 일을 정확하게 알지는 못해도, 내가 사과를 먼저 해야 하는 일인지 아니면 상대의 반응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인지, 때로는 신경 쓰지 말고 무시해야 하는 일인지를 척척 판단해줍니다. 제 일인데도 어떨 때는 저보다 제 주변의 가족들이 더 정확하게 바라보고 도움이 되는 조언을 주기도 하죠.
아이들의 툭툭 내뱉는 말들은 결정 장애 아버지에게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결국 이 속담은 모든 사람의 의견에 귀 기울일 것을 조언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단순하고 순수한 조언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되기도 하는 것처럼, 꼰대라 놀림받지 않으려면 나이 고하를 막론하고 주변의 모든 이들이 모두 의미 있는 관점과 지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하겠습니다.
This personal essay explores the Korean proverb "늙은이도 세 살 먹은 아이 말을 귀담아 들으랬다" (Even the elderly should listen carefully to the words of a three-year-old), which emphasizes that wisdom can come from anyone, regardless of age or experience. The saying reflects a fundamental Korean cultural value of humility and the belief that every person's perspective holds potential insight.
The author, a Korean father with a self-admitted case of decision paralysis, shares how his children's simple, unfiltered advice has repeatedly guided him through complex life situations. The central episode recounts a stressful period in 2020 when his family's Singapore visa applications were inexplicably delayed for months, threatening their immigration plans. While professional agents advised patience, it was his second child's straightforward suggestion—"Just ask them directly"—that prompted him to call Singapore's immigration office himself, ultimately resolving the issue within 24 hours.
Through intimate family moments, from online shopping dilemmas to workplace conflicts, the essay illustrates how children's unpretentious observations often cut through adult overthinking to reveal practical solutions.
The author reflects on how this ancient wisdom challenges modern assumptions about expertise and authority, suggesting that in our complex world, the most profound insights sometimes come from the most unexpected sour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