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료)
The Blind Men and the Elephant
이 관용구의 뿌리는 불교 경전인 열반경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어떤 왕이 코끼리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맹인들을 모아놓고 코끼리를 만져보게 한 뒤, 그들에게 코끼리를 설명해보라고 했다고 합니다. 귀를 만진 사람은 키질하는 도구 같다고 하였고, 이빨을 만진 사람은 돌기둥 같다고 하였으며, 코를 만진 사람은 굵은 밧줄 같다고 했습니다. 다리나 배, 꼬리를 만진 다른 맹인들도 제각각 자신이 만진 느낌만을 고집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불교의 핵심 가르침 중 하나인 '무지'의 개념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제한된 이해로는 궁극적 진리나 실재의 본질을 완벽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말이죠. 우리 주변에서도 섣불리 자신의 지식만이 옳다고 주장하다 결국 망신당하고 '이불킥'하는 일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사실 저에게도 가족과 함께 세월을 살아오면서 아이들이나 아내의 의견을 종종 얕잡아보는 경우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제 말이 맞는 경우도 있었지만, 나중에 결과를 보면 가족들의 생각이 맞는 경우도 상당히 많았었죠. 또 그게 스스로 창피해서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갔던 기억도 많이 납니다.
오래전 기억이지만, 한번은 온 가족이 함께 차를 타고 어딘가를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제법 차려입고 있었으니 어디 결혼식이나 돌잔치를 가고 있었을 것입니다. 제가 운전을 하고 있었고 늘 그렇듯이 아내는 조수석에 앉아 있었습니다. 자신이 잘 아는 곳이라며 아내는 이리로 가라, 저리로 가라 하나하나 알려주었지만, 저는 내비게이션을 왜 안 따르냐고 아내에게 되려 핀잔을 주며 내비게이션에서 흘러나오는 대로만 고집스레 운전해서 갔습니다. 오히려 첨단 기술을 믿지 않는 아내에게 뭐라뭐라 잔소리를 계속하기도 했었죠.
하지만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길은 계속해서 막히는 길뿐이었고, 결국 우리 가족은 약속 시간에 상당히 늦게 도착하고 말았습니다. 이후에 다른 분들과 얘기하던 중 아내가 일러주었던 길이 더 안 막히고 한산했다는 말을 듣고 스스로 매우 창피해했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내가 아는 것만 맞다고 우겨댔었고 아내의 경험이라는 '다른 부분'을 무시했다가 큰 낭패를 보게 된 경험이었던 셈이죠.
몇 해 전 가족과 대만 여행을 간 적이 있습니다. 그때만 해도 아이들이 아직 어려 많은 부분이 서투르긴 했지만 저는 아이들이 직접 여행 일정을 짜보도록 했습니다. 비용도 매일 계산해보게 하고 쇼핑도 본인이 사고 싶은 걸 스스로 하게 하는 등, 아이들이 보다 활동적으로 여행을 즐겼으면 해서 준비한 생각이었습니다. 많은 부분을 엄마 아빠 도움을 받기도 했고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었지만, 아이들은 그럭저럭 관리를 제법 해나갔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만큼 자신들의 목소리도 내기도 했었죠.
어느 날 오후, 아이들에게 용돈을 나누어주며 함께 시내에 나가 쇼핑을 하기로 했습니다. 적지 않은 금액을 손에 쥔 아이들은 흥분되었는지 많이 들떠 있었고, 몇몇 아이들은 다른 데 가보려고 하지도 않고 처음 들어간 상점에서 죄다 사버리려고 하기도 했었습니다. 저는 이런 아이들에게 '현명한 소비'에 대해서 차근차근 설명해주었습니다. 물건을 살 때는 한 군데서만 보고 바로 사는 것보다는, 여러 곳을 돌아보면서 마음에 드는 것들의 리스트를 정하고, 물건의 가격이나 정말 나에게 필요한지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본 뒤 그중 가장 나은 것을 선택하는 것이 바로 '현명한 소비'라는 것을요.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예상치 못하게 비용을 더 지불할 수도, 시간을 더 소비할 수도 있지만 결국 그렇게 소비하는 것이 아빠의 경험으로는 만족도가 제일 높았다고도 알려주었습니다. 그러나 예상 외로 아이들의 생각은 저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이미 자기들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인데다, 스스로 충분히 생각해서 사는 거라고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상점에 들어가서 단번에 물건을 사는 기분도 상당히 짜릿하다며 본인들의 생각들을 피력했습니다. 결국 아내도 열심히 거들어서, 한참의 실랑이 끝에 이번에는 그러면 아빠 말대로 해보기로 생각을 바꾸게 됩니다.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이리저리 살펴보고 아이들은 결국 자기 찜 리스트를 정했습니다. 그런 다음 그중에서 더 필요한 가방이나 옷 등으로 결국 제각각 쇼핑을 하게 되었죠. 신나는 쇼핑시간이 끝나고 저녁 먹는 자리에서 늘 그렇듯이 지나간 하루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들로 아이들의 수다가 이어졌습니다. 내 가방이 더 예쁘네 내 옷이 더 멋지네 하며 자기들끼리 재잘거리고 웃고 떠드는 걸 보니, 녀석들에게도 아빠의 말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구나 라는 것을 조금은 전해 진 듯했습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저 역시 '현명한 소비'라는 마치 코끼리의 다리 한 부분만 고집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다른 이들에게는 '내가 원하는 것을 그자리에서 바로 사는 짜릿함'도 어쩌면 소비의 또 다른 중요한 가치일 수 있는데 말입니다. 제 의견만을 고집해 아이들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바꾸려 했던 것은 아닌지 저 역시 다시 한번 돌아 보게 되는 경험이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경험과 지식의 한계 안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한계가 있음을 알아차리고 다른 이들의 관점을 존중하며 배우려는 자세를 가질 때, 우리는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고 몰랐던 지혜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더군다나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더욱더 자신의 경험과 지식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죠. 하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우리의 시야는 반대로 좁아질 수 있습니다. 특히나 가족과 같이 아주 가까운 이들로부터 스스로 미처 보지 못하는 '코끼리의 다른 부분'을 보다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편하다고 어리다고 하여 이들의 생각을 무시하지 않는 것, 그것이 자칫 고집스러운 꼰대가 되지 않고 균형 있는 생각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일 것입니다.
The Blind Men and the Elephant
The Korean expression "blind men touching an elephant" originates from Buddhist scripture, where blind men each touch different parts of an elephant and stubbornly claim their limited perception represents the entire creature. In Korean culture, this idiom gently mocks those who presume complete knowledge from partial experience—a universal human tendency that becomes more pronounced with age and accumulated expertise.
This personal essay chronicles a middle-aged father's journey toward intellectual humility through two revealing family episodes. The first unfolds during a family car trip, where he dismisses his wife's local knowledge in favor of GPS navigation, resulting in traffic delays and personal embarrassment. His stubborn faith in technology blinds him to his wife's experiential wisdom about local routes.
The second episode takes place during a Taiwan family vacation, where he initially insists his children adopt his philosophy of "smart consumption"—carefully comparing options across multiple stores before purchasing. However, his children advocate for the immediate thrill of spontaneous buying. While they eventually follow his approach and seem satisfied, the author realizes he may have imposed his singular perspective on shopping, missing the valid joy his children found in instant gratification.
Through these intimate family moments, the essay explores how those closest to us often reveal our blind spots. The author's wife and children serve as mirrors, reflecting back his assumptions and limitations with uncomfortable clarity. Rather than positioning himself as having achieved enlightenment, he acknowledges that dismissing family members' perspectives—simply because they seem familiar or young—represents the easiest path toward becoming a stubborn, closed-minded elder.
The piece resonates beyond Korean culture, speaking to anyone who has discovered that wisdom often begins with recognizing the boundaries of one's understanding and remaining open to seeing the world through others' ey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