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우리술 '인증마크'에 대한 쓴소리
복잡한 라벨 속 우리는 무얼 믿고 선택해야 할까?
어떤 브랜드는 자신이 브랜드가 아니라고 말한다. 바로 노란 바탕에 검은색 글씨로 No Brand라고 적힌 브랜드 상품이다. 노브랜드는 불필요한 광고와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소비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마케팅에서 제일 중요한 브랜드를 감추다보니, 상대적으로 원산지나 상품 제조에 대한 신뢰도 강조를 덜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소비자는 싸게 먹기는 하지만, 내가 지금 먹는 상품이 언제/어디서/어떻게 왔는지 걱정 할 수 밖에 없다. 오히려 수많은 선택사항 속에서 브랜드를 감추는 브랜드를 믿고 구매한다.
수입 농산물의 범람, 알 수 없는 화학물질, 그리고 어떤 공정을 거친지 모르는 제품들 등으로 우리의 불안은 편해진 만큼 자라나고 있다. 그런 우리에게 있어 기준을 꼼꼼이 확인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찾는 것 만큼 중요한 건 없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마크들로는 Haccp, 친환경 인증마크, 그리고 KS, Q마크가 적혀있는 가공식품에 대한 인증마크 정도다.
우리술에도 들어가는 재료들을 보면 수입산이 제법 많고, 정확히 어디서 수입했는지는 나와있지 않다. 적혀져 봤자 ‘수입산’ 정도랄까. 게다가 국산이어도 믿을 수 있나. 와인의 본고장 프랑스에서는 AOC(Appellation d’Origine Contrôlée, AOP)라는 원산지 표시제도가 있다. 일본의 사케에는 일본 국세청에서 정한 원료와 제조법에 따라 ‘특정명칭주’와 ‘보통주’로 나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인증제도는 많다. 너무 많아 라벨지에 인증마크 붙이다가 끝날 판이다. 그렇다면 기준을 삼는다면 무슨 마크를 봐야 할까?
술 품질 인증마크에는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초록색의 ‘가’ 형은 품질인증을 받은 모든 제품에 사용가능하며, ‘나’ 형은 인증 받은 제품 중 주원료를 비롯해 제조에 사용된 모든 농산물이 100% 국내산인 경우에 받을 수 있다.
그만큼 받기 힘든 마크임에는 틀림없다. 2010년 ‘전통주 등의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때만 해도 우리나라 시중에서 팔리는 우리술 가운데 100%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진 술은 거의 없었다. 간혹 100% 국산 쌀로 만든 막걸리가 판매되고 있긴 했지만, 이 경우 역시 누룩은 수입밀로 만들어졌다.
여기까지는 우리술 인증마크에 대한 팩트다. 인증마크에 대한 의견을 조금 보태보자면, 주방장은 '인증마크는 신뢰와 그 명성이 함께해야 존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고유성과 대표성이 없는 인증마크는 유명무실하다.
술에 대해 제대로 된 품질을 인증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조건을 거쳐야 하며, 인증비용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타 제품에 비해 가격이 비쌀 수 있다. 주변 양조장을 운영하는 분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인증에 대해서는 크게 달갑지 않은 반응을 볼 수 있다. 인증은 의무가 아니며, 그들이 원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지역 술들이 서울에서 소비됐으면 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가 아는 뻔한 이야기로 흘러간다.
너무 받기 힘들게 만들어 우리술의 가격을 와인처럼 높이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비싼 와인 값에 소비자들이 원하는 저렴한 가격에 내놓기 위해 품질 보증을 포기하는 사태가 나타나고 있다. 너무 외국의 것만 좋다고 따라하기 보다 나라의 상황에 맞게 유도리 있게 가면 어떨까?
아직까지는 심사기준을 들여다보면 이게 술품질에 대한 인증인지, 위생에 대한 인증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기왕 시작한 제대로 된 술품질에 대한 인증으로 우리들 역시 제도에 대한 시각 교정을 할 수 있게되면 좋겠다. 그렇게 우리 역시 제대로 인지하고 마크를 한 번 더 쳐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