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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방장 양조장 Nov 07. 2018

'국산 항아리' 찾기

납성분 판치는 옹기시장 속 진짜를 찾아라


'반짝이는 항아리는 숨을 쉬지 않아서 발효시키기에 적당하지 않아요.'라고 분명 누군가는 말했고, 우리는 들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광이 나는 이유는 '유약'을 발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숨 쉬는 항아리가 되는 조건은 '어떤 유약'을 사용했는가에 따른 결과다. 


우리술은 그저 맛을 잘 낸다고 끝이 아니라 시간이 흘러야 얻어지는 '발효의 산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은 미생물의 성장과 증식에 가장 이상적인 용기인 #항아리가 바로 주인공이다.








 

오늘 이야기해볼 주제는 술 빚기 위해 발효조로 이용되는 항아리 또는 옹기다. 집집마다 각각의 다른 목적으로 있던 항아리는 근대화를 거치며 저렴하고 구하기 쉬운 플라스틱, 스테인리스, 유리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항아리는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해온 발효조로, 점토로 위는 좁고 아래는 배가 부른 형태로 만들어 구워낸 것을 일컫는다. 주원료의 종류나 조합량, 온도, 가마 분위기나 유약에 따라 불리는 이름과 종류가 달라지기도 한다. 



1. 항아리 구분하기


사전에서 정의한 항아리는 '아래위가 좁고 배가 부른 옹기의 한 형태'이다. 그리고 우리가 익히 들어온 술 빚기 좋은 항아리는 '반짝이지 않은', '유약 안 바른' 항아리라고 들어왔을 것이다. 그래서 좋은 항아리와 그렇지 않은 항아리 구분하기 위해 사진을 몇 장 준비해봤다. 



아래의 세 사진 중 우리가 원하는 항아리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제외해야 할 항아리는 광명단 유약을 바른 것으로, 첫 사진 속 앞의 사물이 비칠 정도로 과한 항아리를 찾아볼 수 있다. 이런 광택이 많은 사람들이 안 좋다고 말하는 형태이다. 이와 다르게 다른 사진 속 항아리들은 좋은 유약을 발랐거나, 전통의 방식으로 제조된 모습이다. 






2. 반짝이는 항아리


반짝이는 항아리는 전부 좋지 않다고 말하지만, 유약을 바르지 않은 항아리는 그저 황토색의 옹기일 뿐이다. 종종 항아리 판매하는 분들이 '유약을 칠하지 않은 옹기'라고 이야기하며 값싼 황토 흙으로 만든 옹기를 판매하기도 한다. 다시 말하지만 유약을 칠하지 않은 항아리는 없다.



#유약의 종류

유약은 제품의 종류, 용융 온도, 외관 등에 따라 다르게 구분 지어진다. 

제품의 종류에 따라 <도기유/석기유/자기유>
첨가물질에 따라 <연유/붕산유/철유>
용융 온도에 따라 <고화도 유약/중화도 유약/저화도 유약>



#나쁜 유약 

반짝이는, 미적 목적뿐 아니라 위생과 실용적인 면에서 유약은 뛰어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유약을 칠해도 나쁜 항아리는 존재한다. 질 나쁜 유약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항아리들은 유약에 납을 넣어, 가마 속 익는 온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생산된 항아리들이다. 이렇게 판매되는 항아리들이 소위 말해 반짝이는 항아리 되겠다.



#광명단 유약

반짝이는 항아리의 짝꿍인 광명단 유약을 소개하겠다. 이는 나쁜 유약의 대표적인 예로 표면이 반질반질하며 화사한 것이 큰 특징으로, 저렴한 가격까지 더해 꾸준하게 판매되고 있다. 전통방식으로 제조한 항아리 역시 반짝이기는 하지만, 까다로운 방식의 잿물 유약을 사용하기 때문에 광명단처럼 반짝이지는 않다. 



같은 유약이라 하더라도 납이 들어가 생산된 옹기는 보기 좋으며, 익는 온도가 낮아 불량 역시 없어 생산성을 높일 수는 있다. 하지만 이 좋지 않은 성분들이 '숨 쉬는  옹기'라는 타이틀을 잃게 만들었다. 겉만 번지르르하다는 말은 여기서 나오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3. 국산 항아리 찾기


고려청자나 조선백자와 같이 전통성이나 실용적인 면에서 크게 주목되지 못한 채, 스테인리스나 유리에 밀려 민속자료로서만 전통의 가지가 인식되어 왔다. 원래도 획일적인 맛이 아닌 다양성이 생명이었던 우리의 술은, 발효조 역시 누룩과 함께 밀려났다. 


이제는 항아리 마저 베트남이나 중국에서 수입해 오고 있다. 이 수입품들은 보다 저렴하게 만들기 위해 납이 잔뜩 함유되어 만들어진 제품들이다. 심지어는 전통의 방식으로 만들던 곳 마저 대량생산으로 바뀌면서 더욱 찾아보기 힘들어진 상황이다. 


2012년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유지되고 있는 옹기점을 70개로 추정하는데, 2018년인 지금은 더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무리 찾아보기 힘들다 하더라도 꾸준히 온/오프라인에서 전통방식을 고수해 옹기를 판매하는 곳을 찾아볼 수 있다. 주문하고 받아보는 데까지 비록 시간은 걸리지만 이런 곳들도 아직 있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다.

많이는 소개 못하고, 세 곳의 주소를 한 번 적어보았다. 검색해보면 이보다 많은 곳들이 있으므로 꼭 한 번 찾아보길 바란다.


1. 갈산토기 : www.galsantogi.com 
가양주연구소 류인수 소장님의 추천으로, 도지정 무형문화재 방춘웅 옹기장이 운영하고 판매하는 곳이다. 온라인에서 다양한 옹기 구매와 체험까지 신청할 수 있다.

2. 미력옹기 : www.m-onggi.co.kr
도지정 무형문화재 이학수 옹기장의 옹기를 구매할 수 있다. 비싸지만 주문 생산품란도 있으므로 한 번 클릭해서 볼 수 있다. 온라인 상에서 구경하는 건 돈 들지 않는다. 그리고 전체적인 홈페이지 관리가 한 번 필요하다고 본다.

3. 오부자옹기 : 경기 여주시 금사면 이여로 1213-7
도지정 무형문화재 김일만 옹기장이 운영하는 오부장옹기는 온라인으로는 구매할 수 없고, 직접 찾아가야 한다. 여주는 도자기 축제(매년 4-5월 사이)도 열리는 도시인만큼 축제 기간을 노리는 것도 방법!



 





요즘은 광명단 유약으로 빚은 항아리도 온도를 높여 굽기 때문에 괜찮다는 글들도 종종 보곤 한다. 그래도 역시 좋은 항아리에 빚은 술이 더 좋은 결과를 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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