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첨가물'이라는 오묘한 잣대
"나는 오늘 #소한마리를 살렸다"
"나는 오늘 #닭100마리를 살렸다"
최근 국내 조미료의 대명사인 <미원>의 광고 카피다. 미원 100그람으로 소 한 마리나 닭 100마리를 우린 감칠맛 나는 국물을 얻을 수 있다는 자칫 과장된 것 같지만, 강력한 메시지로 msg사용을 주저하는 소비자에게 부담을 덜어주어 그런지 화제가 되었다. 마치 미원을 쓰면 소와 닭을 살리는 환경보호 활동에 이바지하는 듯한 기분도 드는 것 같고, 주저하던 식품 첨가물 사용에 당위성이 생기는 것만 같다.
사실 아직도 ‘다시다 친다’라고 하면 질색팔색을 하시는 사람들도 왜 식품첨가물이 안 좋은 지를 물으면 명쾌하게 대답을 못한다. 그냥 화학물을 더해서 억지로 맛을 이끌어내는 조리 과정이 인위적이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천연재료로만 맛을 내고픈 일말의 자존심일까?
이런 고집은 우리술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최근 무아스파탐 막걸리, 첨가물 무 우리술, 쌀, 물 누룩 외엔 아무것도 넣지 않은 막걸리 등이 오가닉, 유기농 상품처럼 프리미엄을 얻곤 한다. 얼핏 보면 화학적 첨가물을 아무것도 넣지 않은 우리술이 훨씬 좋은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재밌는 사실은 우리가 마시는 맥주와 와인 같은 웬만한 주류에는 첨가물이 다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익숙하게 여기는 ‘그’ 맛이 재료 본연의 맛으로는 나올 수 없다는 사실! 맥주나 와인의 화학적 첨가물 걱정은 추호도 안 하면서, 왜 우리술에만 그렇게 엄격하게 NO첨가물! 잣대를 들이대는 것일까? (첨가물은 식품에 첨가되는 모든 것을 총칭하고, 여기서 감미료는 특히 ‘맛’을 좋게 하는 물질을 말한다.)
위와 같이 우리술에 들어가는 첨가물은 다양하다. 목적에 따라, 종류에 따라 사용이 달라진다. 우리술과 첨가물의 역사는 사카린과 아스파탐, 물엿, 고과당, 에리스리톨, 토마틴, 수크랄로스 등 을 거쳐 현재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우리술에 자주 사용되는 첨가물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최초의 인공 감미료인 사카린은 625 이후 한국에 들어와 막걸리 하면 떠오르는 단짝 같은 존재였다. 가격은 저렴하고 단맛은 설탕의 300배, 게다가 칼로리는 제로. 그렇기 때문에 편하게 막걸리에 사용된 설탕의 대용물이었지만 1977년 캐나다의 연구 결과에 따라 국내에선 사용을 금지하였다. 이후 20년 만에 누명을 벗고 복기하였지만, 반응은 냉랭했다. 여전히 사회적으로 사용에 제한을 두는 분위기 때문에 예전 명성을 떨칠 수 없게 된 것이다. 사실 사카린은 독성물질이 아닌데 이렇게까지 기피하는 분위기는 신기할 따름이다. 다른 합성감미료는 잘 들 먹으면서 말이다. 뭐든 과해서 득 될 건 없지 않은가. 설령 그게 인공 감미료가 아닌 몸에 엄청 좋은 성분이어도 말이다.
아스파탐은 이제 막걸리 좀 마셔봤다 하는 사람들이라면 너무 익숙한 첨가물이지 않을까 싶다. 단맛을 끌어올려주는 인공 감미료로 당도는 설탕의 200배에 달한다. 흔히 아스파탐의 분해산물 중 메탄올이 있어 유해성을 주장하기도 하고, 다양한 막걸리의 생산을 가로막는다는 부정적 입장이 있다. 천천히 발효시키고 그것을 이해하고 기다려줄 수 있는 고객이 있다면, 감미료를 넣지 않고도 충분한데 말이다.
종종 수제막걸리가 아니고 공장식으로 돌리는 업체들 중 무설탕/무감미료를 외치는 곳들은 아스파탐이나 사카린처럼 합성감미료를 사용하지는 않지만, 액상과당을 사용한다. 액상과당 또한 유해성 논란을 겪으며 최근 명칭을 기타 과당으로 바꾸기도 했다. 실제 양조장에서 제조할 때, 첨가재료가 많이 들어가는 정도는 아니다. 다들 주세법에 맞게 주원료의 사용량 범위 안에서 사용한다.
성분에 있어 단계가 어디 있겠나 싶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인공 감미료들은 점차 단점을 보안해가며 성장하고 있다. 아세설팜칼륨 이후에도 에리스리톨과 같은 '대체 감미료'들이 그 예이다. 이 감미료로 말할 것 같으면 고감미, 무칼로리 감미료이다. 아스파탐보다는 가격이 2배 정도 비싸지만 다른 당들과 혼합했을 때 감미의 상승효과를 확인할 수 있어 최근 탁주 업계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단맛뿐만 아니라, 산도를 위해서도 첨가물은 사용된다. 구연산이나 젖산 등은 막걸리의 톡 쏘는 맛을 위해서 첨가되기도 한다. 발효 과정에서 산도가 부족하다면 만들어내면 된다.
카바이드는 막걸리에게 뒤끝이 좋지 않은 술이라는 불명예를 안겨준 바로 그 대상이다. 현재 양조과정에서 사용되지 않는 카바이드는 맛이 아니라 발효시간을 앞당기기 위한 화학물질이다.
카바이드는 미스터리적인 존재다. 이 화학물질이 과연 양조 과정에서 정말로 쓰였는지 아닌지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과거 제조설비로 인해 제대로 된 품질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공정에 있어 생성된 성분 때문이라고도 하고, 과거 발효온도를 맞추기 힘들었을 시절에 단시간에 빠른 발효를 위해 사용되었다는 주장이 있다.
아직도 정확한 규명은 되지 않았으며, 70년대 정부가 원가가 덜 드는 소주 업체를 지원하기 위함이라는 등, 다양한 당시의 이야기가 존재한다. 카바이드가 막걸리에 사용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당시 막걸리를 마셔 머리가 아프다는 건 품질이 좋지 않아서 이지 않을까 싶다. 사실 숙취는 통상적으로 알코올 분해 과정에서 생성되는 ‘아세트알데하이드’와 발효과정에서 나오는 메탄올 등이 원인이라고 알려져 있을 뿐이다.
우리 실생활에서 엄청나게 많은 화학제품과 약품, 식품이 사용되고 있는 만큼, 우리술에게서도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요소가 되어간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아스파탐과 같은 감미료 덕분에 우리술은 더 다양한 맛과 재료들을 활용하며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엄청난 거부감과 엄격한 잣대가 있었다면 우리술은 현재처럼 다양성을 갖추지 못했을 것이다. 이처럼 첨가물을 통해 맛과 향의 다양성을 추구하고, 상품 옵션을 늘려가며 성장해나가는 것이 우리술의 올바른 방향 아닐까.
* 문헌 참고
1) 양곡법과 카바이드 막걸리 소동, <막걸리를 탐하다>, 이종호, 북카라반, 2018
2) 향에 대한 애착이 불러온 기술발전, <맛이란 무엇인가>, 최낙언, 예문당, 2013.
<알고마시면 더 맛있는 우리술> 시리즈는 올해 감미료 글을 기점으로 잠시 휴재에 들어갑니다. 내년부터는 예고드린 바와 같이 <집에서 빚는 술>을 통해 집에서 직접 빚는 막걸리에 대한 이모저모를 전합니다. 홈양조 준비와 주의사항, 새로운 레시피 등 매력적인 콘텐츠로 새로운 매거진을 시작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술에 대한 더 알찬 내용으로 돌아올 <알.맛.술> 잊지 말고 기억해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