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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방장 Jan 04. 2019

주세법을 팩트체크하다.

Part.1 우리나라 현행 주세법의 A to Z

세상엔 건드려야 하지만, 차마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언젠가 터져야 하지만, 복잡한 관련 정보와 절차 때문에 쉽사리 터지지 못하는 것들. 주세법이 그렇다. 지인들과 만나면 종종 우리술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 나누곤 한다. 어떻게 해야 더 다양하고 맛있는 우리술들이 많아질까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하는데, 그럴 때마다 항상 부딪히는 벽이 있다. 바로 현행 주세법이다. 



지인 "이건 어때? 이렇게 하면 좋지 않을까?"

주방장 "아..주세법 때문에 안돼"


지인 "그렇다면 이건? 외국 술처럼 이렇게 한다면?"

주방장 "그것도...주세법 때문에...안돼"



감히 기승전...주세법!이라고 할 만큼 주세법과 우리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한 경제 논설위원은 현재 우리나라의 주세법이 한국 술 50년 하향평준화 주범이며, 값싼 서민주를 건드릴 배짱이 없어 현행 주세법을 고집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술만큼 국세로 과세하기 좋은 물건은 없다고 생각한다. 세금 걷기 편할 뿐 아니라, 앞으로 절대 소비가 줄어들지 않을 효자 세수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현행 주세법은 우리술의 발전을 가로막는 높은 벽이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확실히 건드려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번 주세법 part.1 에서는 주세법에 대해 전반적인 정보를 다뤄보고 part.2 에서는 우리나라 주세법의 개선 방향에 대해 집어보도록 하겠다. 세금과 법을 한꺼번에 다룬다니.. 너무 골치 아픈 내용 아닐까 지레 겁먹지 말고, 우리술의 또 다른 이야기라 생각하고 천천히 시작해보자. 







1 주세법이 뭔가요?


주세법이란 주류를 과세물건으로 하는 국가에서 징수하는 세금의 하나로, 주류를 제조장에서 출고하거나 보세구역으로부터 인취하는 때에 수량 또는 가격을 과세표준으로 하여 제조자나 인수인에게 부과하는 소비세를 말한다. 주세법 상에서의 주류는 주정과 알코올 1도 이상인 모든 음료를 말하며 주정, 발효주류(탁주, 약주, 청주, 맥주, 과실주), 증류주류(소주, 위스키, 브랜디, 일반 증류주, 리큐르), 기타 주류 4가지로 구분한다. 한국의 주세법은 1909년 처음 시작되어 이후 1949년 법률 제60호로 제정되었으며 대자본 위주의 생산을 유도하면서부터 확대 시행되고 오늘날까지 세금을 걷을 수 있게 되었다.


해당 술이 세금을 냈는지 확인하는 표시 중 하나인 '납세증명표지' (일명 납세증지). 병마개나 위처럼 종이에 표시되거나, 자동계수기가 있다면 생략되기도 한다. 




2 어떻게 세금을 매기나요? 


술 가격 = 출고가+종가세(주세+교육세+부가가치세)


우리나라 술에는 주세/교육세/부가가치세 이렇게 총 세 가지 세금이 부과된다. 이 세금들이 술의 ‘가격’을 기준으로 부과되는 [종가세]다. 즉 술의 출고가가 높을수록 더 많은 세금이 부과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금액이 아닌 다른 항목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세금도 있을까? 그렇다.


주세는 크게 [종가세][종량세]로 나뉜다. 

종가세란 공장 출고 시 원가에 대한 일정한 세율을 곱해 부과하는 세금으로, 주정을 제외한 모든 술에 부과하는 방법이다. 
종량세란 술의 양에 대해 일정한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주정에 대한 세금 부과 방법이다. 


한마디로 종가세는 물품의 가격을 기준으로, 종량세는 물품의 양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세금이다. 우리나라는 이 중 종가세를 채택하여 술에 과세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칠레, 터키, 이스라엘, 멕시코가 동일한 주세법을 사용한다. 종량세를 이용 중인 나라는 미국과 일본 그리고 EU가 해당된다. 대부분 국가들이 종량세를 선택하는 추세에서 우리나라는 왜 아직까지 종가세를 고집하는지는 주세법 part.2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3 주류의 종류와 종류별 세금


주세법에서의 술은 주정, 발효주류(탁주, 약주, 청주, 맥주, 과실주), 증류주류(소주, 위스키, 브랜디, 일반 증류주, 리큐르), 기타 주류 4가지로 구분하고 서로 다르게 취급한다.


1)주정은 소주의 원료로 전분 또는 당분을 발효시킨 물질로 95도 이상으로 증류한 것을 말한다. 여기서 소주가 바로 이 주정을 희석해 만든 술이다. 2)발효주는 말 그대로 곡물이나 과실을 발효해 만든 술로 우리의 막걸리나 와인이 대표적이다. 3)증류주는 이 발효주를 증류해 만든 술로 소주(한국식 위스키)와 위스키(스카치처럼 곡물발효주를 증류해 숙성시킨 술), 브랜디(코냑처럼 과실주를 증류한 술), 일반증류주, 리큐르(알코올에 향과 색소를 첨가한 술)를 말한다. 위의 분류에 속하지 않는 모든 술은 4)기타주류로 구분한다. 


<표1> 주세법 참고


위 표는 이해를 편히* 돕고자 주류의 분류에 따른 세금 비율을 나타낸 것이다. 각 주류마다 각기 다른 세금 비율이 적용되는데, 여기서 주정과 청/탁주를 제외하고는 교육세와 부가가치세가 각각 10%씩 또 붙게 된다. 수입주류라면 여기에 추가적으로 관세도 내야 하며, 전통주라면 위의 세율에서 50%를 감면받을 수 있다. 수입주류는 비싸고, 우리 전통술은 비교적 저렴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세금에 있었던 것이다. 


주세율은 도수가 센 술이나 약한 술이나 72%로 같다. 만약 모두 20도 같은 도수의 술이더라도, 가격에 따라 탁주는 5% 약주는 30% 청주는 30% 맥주는 72% 과실주는 30% 증류주는 72%가 과세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여러 과정을 거친 높은 도수의 고급 증류주와 저렴한 희석식 소주의 세율이 같아지는 안타까운 결과가 나타난다. 노력과 정성이 담긴 고급 증류주에 주정만 섞은 희석식 소주와 같은 세율이 적용되니 고급 증류주 개발과 발전에 당위성이 사라지는 것이다. 게다가 출고되는 가격에 과세하기 때문에 우리술 발전을 위해 좋은 재료를 쓰고 병을 고급화하여 출고하게 되면 세금이 붙고 가격이 훌쩍 뛰게 된다.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렸다. 하고 싶은 말은 굴뚝같지만, 팩트체크는 여기까지. 기승전 주세법을 안타깝게 여기게 된 이유와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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