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2 이제 우리술을 구할 수 있는 건, 종량세다.
주세법 팩트체크 편에 이어 part.2에서는 주세법의 개선 방향과 왜 우리술의 다양성 확보와 발전을 위해서 종량세를 택해야 하는지 살펴본다.
OECD 가입 국가 중 우리나라와 몇 나라를 제외하곤 '알코올 도수'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를 시행하고 있다. 흔히 도수가 높은 술일수록 많은 세금을 책정하는 종량세는 저도주(低度酒)를 선도하며 술을 적게 마시게 하기를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가격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를 택한 나라들은 어딜까? 대한민국, 멕시코, 칠레, 터키 그리고 이스라엘. 이렇게 총 5개의 국가에서 종가세를 채택했으며 이 나라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존재한다. 그건 바로 고도주를 중심으로 주류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소주’
멕시코의 ‘테킬라’
칠레의 ‘피스코’
터키의 ‘라크’
이스라엘의 ‘아락’
우리나라의 경우 소주가 세금 때문에 소비가 위축되는 일을 막고자 종가세를 택했다고 한다. 생산 관리의 편리성만을 추구했기 때문에 종가세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싶다. 술 종류나 도수를 세분화시킬 것 없이, 단순히 가격만으로 세금을 매기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다양성이 자랑인 우리술은 저가의 원료구입과 주정 수입을 통해 원가 절감에만 목매게 되는 그런 술로 전락했다.
5%라는 상대적 낮은 세율이 적용되고 있는 탁주는 전통주로 지정되면 추가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증류주와 맥주의 과세율이 72%라는 점에 비해 탁주에게 주어지는 세금 특혜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종가세의 굴례를 쉽게 벗어날 순 없다. 세금도 싸니까 양질의 원료로 술을 고급화시키고, 그 혜택으로 좋은 병에 담아서 팔면 되는 거 아니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막걸리는 소비자 가격 대비 원가의 비중이 높은 술이다. 여러분이 즐기는 맥주보다 분명 원가가 비싸지만 탁주로 분류되어 있기 때문에 세금이 낮아 구매할 때 최종 가격이 맥주보다 낮게 형성되는 것이다.
종가세처럼 출고가에 과세를 하게 되면 원가가 비싼 우리술 같은 경우는 품질을 높이기 어렵다. 양질의 원료로 술을 빚고, 오래 숙성시켜 좋은 병에 담게 되면 출고가가 또 오르고 이에 비례해 제조자가 낼 세금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막걸리도 다른 주류와 세금을 같이 매겨 비슷한 가격 선상에서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세금을 올려 판매마진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종량세로 바뀌게 된다면 출고가를 낮출 수 있어 도수별 다양한 고품질의 우리술을 기대할 수 있다. 이제 정말 51년간의 낡은 제도를 버리고 가격 경쟁이 아닌 품질 경쟁을 이끌어내야 할 때이다.
삼해주, 과하주, 호산춘, 석탄주, 방문주, 황금주, 백하주, 애주, 녹파주, 청명주 등
비단 유럽의 와인이나 일본의 사케 그리고 독일의 맥주만 다양한 게 아니다. 본래 우리술의 참 매력은 다양성이라 할 수 있다. 위에 나열한 술들도 높은 도수를 자랑하는 다른 매력을 지닌 우리술이다. 그러나 이렇게 다양성을 자랑하던 우리술이 어느샌가 수입쌀을 원료로, 발효 후에 물을 타고 비슷한 알코올 도수를 맞춘 대량생산의 찍어내기 결과물로 전락했다. 게다가 증류주의 통칭이기도 한 소주(燒酎)는 어느새 우리나라 술 시장의 잇속에 따라 주정에 물 탄 소주(燒酒)로 바뀌어 지금의 저렴한 초록병을 통칭하게 되었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는 전통 방식이 아닌 현대화된 방식으로 술을 빚기 시작했고, 집에서 빚는 술은 밀주로 여겨져 철저히 통제당하였다. 분명 가양주 금지와 현대 제조 방식을 도입시킨 장본인은 일본이었고, 이후 죽어버린 우리술을 심폐소생술 할 기회는 얼마든지 많았다. 그러나 전통성보다 생산성과 편리성만을 추구하며 지금까지 변화 없이 이어져 왔다. 전통을 이제 어느 시기를 기점으로 잡아 시작해야 하는지 조차 모르겠다. 지금이 아닌 다음 세대 아이들에게는 공장식 막걸리가 전통이라 생각할 수 도 있다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난다.
최근 농촌진흥청이나 소규모 양조장, 연구소를 통해 우리술을 배우고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대형 주류 업체들만 성행하는 현 상황에서 이런 유행은 반갑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올해도 어김없이 종량세로 개편한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맥주에만 국한된다는 이야기도 있고, 탁주와 소주를 포함한 모든 주류를 대대적으로 개편할 것이라도 한다. 허나 분명한 사실은 30년도 더 된 주세체계에 묶여 국내 주류산업 발전이 더 더뎌졌다는 것이다.
세금제도가 바뀐다고 해서 우리술이 얼마나 발전될 것인가라고 물을 수 있지만, 제조업자에겐 큰 짐을 덜게 되는 것이다. 더 다양하고 맛있는 술을 부담 없이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현재 우리술 발전에 있어 가장 시급한 것이다. 제도는 시대의 흐름과 상황에 따라 알맞게 개편되어야 하고,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하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한다. 지금이라도 다시 종량세 개편이 재조명되는 일은 환영할만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