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술 '식품명인'에 대한 넓지만 얕은 지식
홈쇼핑에서 식품을 판매할 때, 자주 보이는 단어 '식품명인'. 잘 알지는 못하지만 '식품명인'이라는 단어만 봐도 왠지 모를 신뢰가 더해진다. 명인이라고 하니, 전통 음식을 잘 만드는 사람일까? 아니면 정부에서 문화재처럼 인증을 받은 사람일까? 실제 얼굴 한 번 마주한 적 없지만, 상상 속에서는 늘 한복에 옛 한옥집에서 살 것만 같은 그분들. 오늘은 우리와 같은 동시대에 살고는 계실까 싶을 정도로 생소한 한국술 '식품명인'에 대해 한 번 얕지만 넓게 파헤쳐보도록 하자.
전통의 맛을 지키고 이어가는 큰 역할을 하는 '식품명인'은 단연 국가가 지정하는 최고의 권위로 인정받고 있다. 이번에 새로 지정된 9분의 신규 명인까지 포함해서 현재 총 85분의 명인이 있으며, 77분께서 활동 중이시다. 그중 주방장이 몸담고 있는 한국술 관련 식품명인은 이번에 새로이 지정된 제79호 김영세 연잎주(신평양조장)와 제84호 김희숙 고소리술을 포함해 총 25분이 계신다.
명인이라는 칭호가 희소성 있을 것 같지만, 최근 온라인 기사나 식품 광고를 보다 보면 우리나라에 명인이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로 자주 눈에 띈다. 이는 '명인'이나 '명장'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일반명사이기 때문에 정부가 단속을 할 권한 및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명인을 선발하는 정부 인가 단체는 농림축산식품부 단 한 곳에 불과하다.
전통의 맛을 지키고 이어가기 위한 취지로 1994년 송화백일주 제조기술 보유자인 조영귀 씨를 시작으로 이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전통식품의 계승 및 발전과 명예를 위해 지정하여 보호와 육성하는 제도가 바로 '식품명인제도'다. 분류로는 전통식품과 전통식품 외의 일반식품 등 두 분야로 구분하여 운영하고 있다.
'명인'이라는 칭호는 아무에게나 쉽게 주어지는 타이틀이 아니다. 한 분야의 식품에 20년 이상 활동했거나 전통방식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실현할 수 있는 자. 또는 명인으로부터 보유기능에 대한 전수 교육을 5년 이상 받고 10년 이상 업계에 종사한 이들 중 농림축산 식품부가 시ㆍ도지사의 추천을 받아 지정된다.
이렇게 막상 지정되기까지도 어려운 명인을 생각하다 보면 또 하나 떠오르는 게 있다. 바로 무형문화재이다. 주변에 물어보면 '명인이면 무형문화재 아니야?'라고 답이 돌아오곤 한다. 둘은 엄연히 다른 존재이지만, 심사를 받는 기관이 다르기 때문에 명칭이 다른 것일 뿐 실력의 차이로 나눈 것은 아니다.
농림축산 식품부에서 식품명인을 선발한다면, 무형문화재는 문화재 보호법을 근거로 문화재청장이 지정해 지속적으로 유지 및 전승되도록 하는 제도이다. 분야의 폭이 보다 넓을 뿐 생각 외로 취지 및 선발기준은 식품명인과 비슷한 편이다. 허나, 넓은 만큼 주류에 관련해서도 선발된 인원이 많을까 싶지만 그건 아니다.
지난 <알맛술>에서 주세법을 다루며 전통주의 정의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 있다. 다시 한번 떠올려보면 전통주가 되기 위해서는 1. 주류 부문 중요 무형문화재와 시ㆍ도지정문화재 보유자가 제조한 술이거나 2. 주류 부문의 식품명인이 제조한 술 또는 3.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주원료로 제조한 술이어야 한다.
위의 세 가지 조건처럼 무형문화재의 술 역시 전통주의 범주에 속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주류로 문화재청에서 국가무형문화재로 인정한 술은 문배주/면천두견주/교동법주* 이렇게 세 가지뿐이다. 심지어 문화재청에서는 1986년 이후 상품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통주에 관한 무형문화재 선발을 중지시켰다고 한다.
1. 술이 익으면 문배나무의 향이 난다고 하는 평안도 지방의 토속주이기도 한 문배주
2. 충남 당진시 면천면의 우물을 사용하여 진달래 꽃을 섞어 빚는 면천두견주
3. 경상북도 경주시 교동의 최 씨 집안에서 여러 대에 걸쳐 빚어온 경주 교동법주
식품명인제도 글을 준비하며 든 생각은 한국술 식품명인제도야 말로 한국술의 명맥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중요한 판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제도로 인한 명칭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명인에게는 우리 술에 대한 수십 년의 지식과 정성, 삶과 가치가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역사가 유구한 한국술을 위해서라도 명인의 정신은 제도를 통해서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술의 식품명인 제도는 전수자와 이수자를 육성시키고 한국술을 발전시키는데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이런 이수자, 전수자에 대한 정보와 식품명인의 이모저모에 대해 더 자세히 다루어보고, 더불어 식품명인 제도를 만난 주방장의 경험도 이어진다. 알고 마시면 정말 더 맛있는 우리나라 술의 매력은 끝은 어딜까? 아직도 전달할 정보가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