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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방장 양조장 Dec 05. 2018

<월간 주방장> 12월호

2018년의 마지막 한 달간 주방장이 마신 우리술은

수고 많으셨습니다!


너무 이른 인사인가요? 한 해를 마무리하느라 정신이 없어질 그대들을 위해 주방장은 조금 앞서 연말 인사를 올립니다. 12월은 여러분께 어떤 느낌인가요? 제게 12월은 일 년의 끝이라는 생각보다, 내년을 한 달여 앞둔 재정비와 준비의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몸을 움츠리고 정리하며 마무리 하기보단, 새롭게 뭘 해볼까 두근거리는 달입니다. 제게 2018년은 '시작', '자극', '결심'의 시간이었네요. 혼자만 사모하던 우리술에 대한 애정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어 배설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브런치 같은 좋은 터에서 우리술 콘텐츠 제작자로 첫 삽을 떴네요. 더불어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고자 전문가들의 높은 지식과 탐나는 작업들을 보며 끊임없는 공부와 성장에 대한 자극을 받았고, 마지막으로는 이런 욕심을 계속 품고서 내년엔 새롭고 재밌는 우리술 크리에이터가 되겠다는 결심을 다잡았습니다. 


더 매력적인 주방장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올해 12월은 깔끔한 약주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투명하고 깨끗한 약주처럼 그때의 초심을 잃지 말고, 아쉽고 섭섭한 마음은 끝맛 없는 약주처럼 툴툴 털어버리며 내년을 맞이해보아요. 










1. 문경바람


사과가 바꾼 세상 속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스 트로이 전쟁을 발발시킨 파리스의 <황금사과>, 만유인력을 발견해 물리학의 토대를 만든 <뉴턴의 사과>, 스위스 독립운동에 불씨를 당긴 <빌헬름 텔의 사과>,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고 한 희망의 상징인 <스피노자의 사과>, 그리고 21세기 들어서 가장 매혹적이며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인 <스티브 잡스의 사과>까지. 

우리나라에도 한 마스터 블랜더에 의해 여느 사과보다 매력적인 사과를 탄생시켰다고 하는데, 얼마나 제 마음을 사로잡을지는 한 번 마셔보고 이야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 정보

식품유형    증류주    

알코올       40%

내용량       375ml

성분          문경사과 90.9%, 설탕, 효모         

구매처       온라인 몰 제공



# 코멘트

"묵직하진 않지만 은은한 사과향이 모든 걸 설명해주는 술"

아주 맑은 문경사과로 와인을 빚은 뒤 증류한 사과 증류주입니다. 향에서 그렇게까지 강하지는 않지만 상큼한 단 향이 납니다. 알코올 도수가 40%인 만큼 입 안에 머금었을 때 묵직하진 않지만 코 끝으로 치고 올라오는 거칠지 않은 사과향을 느낄 수 있어요. 게다가 향을 느낀 뒤 신맛이 올라와 상큼한 조화를 이룬 덕에 바디감이 더 산뜻하게 느껴지는 듯합니다. 



# 어울리는 음식  

애플파이 그리고 시나몬 파우더. 사과맛x사과향=사과사과맛향 이겠죠? 사과의 단맛을 끌어올린 디저트에 사과향을 품은 술을 곁들여보세요. 온 감각이 사과로 가득 찰 거예요. 






2. 려


작년에 일본의 가고시마에 다녀와 본격 소주라고도 불리는 '고구마 소주'를 마셨습니다. 이름만 들으면 군고구마의 구수한 향을 상상할 텐데, 오산입니다. 처음에는 특유의 향미가 있어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냄새를 향기로 느껴 즐길 수 있도록 최소 세 번 이상을 마셔보기를 권장하곤 합니다. 그럼에도 다가가기 어려울 때는 물이나 얼음으로 희석해 마시기도 합니다. 알코올 비율을 줄여가면서 말이죠. 일본에서는 고구마소주가 대중적인 술이지만, 한국에서는 비교적 비싼 가격에 거래되어 쉽게 즐기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백세주로 유명한 국순당에서 여주 고구마를 이용해 저렴한 가격대의 증류주로 소주 시장에 출사표를 내걸었다고 합니다. 우선은 용기만으로도 박수치고 싶으며 과연 그들이 대안으로도 부족함 없는지 한 번 마셔보겠습니다.




# 정보

식품유형    증류식 소주

알코올       25%

내용량       375ml

재료          고구마 증류원액 100% 

구매처       E사 대형마트



# 코멘트

"수입이어서 비싼 가격이 아닌, 저렴하게 즐기기엔 부족함 없을 듯"

처음으로 느껴지는 향은 증류주임에도 불구하고 고구마의 은은하게 달콤하고 부드러운 향이 납니다. 입에 딱 머금었을 때 꽤나 묵직한 바디감, 감칠맛과 함께 미미하지만 단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고구마소주답게 치고 올라오는 쌉싸름한 맛이 존재하는데요. 향미에서는 기존에 알고 있던 다양한 풍미와 특유의 응축 감은 부족하다고 느끼지만, 기존의 소주 시장에 출사표를 내건 용기만으로도 박수받을만하다고 생각합니다. 



# 어울리는 음식  

찹쌀떡, 날씨가 추워지며 생각나는 대표 간식으로는 군고구마와 찹쌀떡인데요. 고구마는 이미 증류해 준비했으니 두 대표 간식의 조합으로 추워지는 겨울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요?






3. 한산소곡주


<앉은뱅이 술>로 더 유명한 충남 소곡주는 서천에만 60여 곳 이상의 다른 양조장에서 생산 중입니다. 이 독특한 별명의 역사를 뒤따라 밟아보면, 조선시대 과거를 보러 가던 선비가 한산에서 쉬다가 술맛에 눌러앉아 과거시험을 보러 가지 못했다거나, 며느리가 술이 잘 됐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젓가락으로 찍어먹다가 취해서 일어나지 못했다는 등의 여러 설들이 존재합니다. 양조장에 따라 맛도 색도 다른데. 아 잠깐... 만요? 취기가 올라오기 시작하는데요...?



# 정보

식품유형    약주

알코올       16%

내용량       750ml

재료          정제수, 찹쌀(국산), 백미(국산), 누룩(밀), 멥쌀(국산), 대두, 구절초, 효모

유통기한    제조일로부터 6개월 이내

구매처       온라인 몰 제공



# 코멘트

"안주 없이도 잘 넘어가는 고소한 버터맛 술"

한 입 머금게 되면 주된 맛을 이루는 단맛과 고소한 맛에 달짝지근이라는 표현이 떠오릅니다. 다른 제조사의 한산소곡주에 비해 빛깔이 옅으며, 옅은 색인만큼 큰 특징인 묵직함, 끈적거림 또한 엷어 부드럽게 넘어가네요. 목 넘김 후에는 버터향이 스치듯 올라오고 이내 구수함과 군내와도 비슷한 밀누룩향이 천천히 치고 올라옵니다.



# 어울리는 음식  

녹두삼계탕. 식전주나 식후주 모두로도 손색없어요. 안주가 없이도 잘 넘어가는 술이지만 구수한 푹 고아져 냄새만으로도 건강해지는 삼계탕과 함께라면 금상첨화!






4. 미소하루


술 이름만 들으면 "이랏샤이마세-!"라고 종업원이 환영하는 일본 이자카야에서 마셔야 할 술 같지만, 한국에서 만들어진 우리술입니다. 여러모로 일본 외색이 느껴지는 술이랄까요. 이름도, 맛도, 향도 묘하게 일본이 연상됩니다. 한 일식당에서 페어링하기 위해 제작한 술이라고 하는데, 하지메마시떼.




# 정보

식품유형    

알코올       17%

내용량       750ml

재료          정제수, 쌀, 정제효소제, 종국, 효모       

구매처       온라인 몰 제공


# 코멘트

"독특한 향, 너 의도된 거 맞지?"

저온 발효공법으로 부드러운 맛을 살렸다고 하는데, 제게는 적당한 단맛과 독특한 향이 더 특징적으로 다가왔어요. 술 이름처럼 일본식 된장인 '미소'향이 나서 잔에 따르고 향을 맡았을 때 조금 놀랐답니다. 된장이나 간장도 아니고 술에서 이런 향이 난다니요. 난다요. 전문가 소견으론 제조 과정에서 살균이 잘못되었거나, 누룩이 잘못 띄워지거나, 보관상의 문제 때문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음식의 맛을 살리기 위한 의도한 콤콤향이라면 성공이네요!



# 어울리는 음식  

복지리/해물탕, 실제 모 이자카야에서 페어링을 위해 만든 술이기 때문에 그들의 선택을 저는 존중합니다. 술 한 모금이면, 굳이 장국을 마시지 않아도 미소향을 코끝으로 즐길 수 있어요. 







5. 니모메


트위터에서 재밌는 글을 보았습니다. 제주도 사람이라고 다 귤농사짓고 그런다는 거 편견인데!....실제로 귤나무 하나씩은 키운다는 귀여운 글이었죠. 이제 호호 불어가며 먹는 호빵보다, 따듯한 장판 위 이불 덮고 귤 까먹는 게 더 좋은 겨울이 왔어요. 귤 세 개면 밥 한 공기 칼로리라지만, 포기할 수 없어요. 소중한 귤. 그런데 이 소중한 귤을 술에 담으면, 얼마나 더 소중한 걸까요?




# 정보

식품유형    살균 약주

알코올       11%

내용량       375ml

재료          백미(국내산), 누룩(국내산), 진피(국내산), 정제수

                효모(팽창제, 향미증진제), 조효소제, 정제효소, 액상과당, 구연산, 스테비올배당체

구매처       양조장에서 직접 구매



# 코멘트

"잘 빚은 약주 그리고 디자인의 승리"

시음해보기 전에 병의 디자인을 보고 제주산 귤의 산뜻함을 떠올리며 구매했습니다. 처음 병을 열고 향을 기대하며 맡았을 때는 의외였어요. 진피의 향이 진하게 나는 유자차 같은 술 일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니모메는 귤 맛과 상큼함의 과유불급을 잘 지킨 술이에요. 귤향이 연하지만 은은하고 적당히 상큼하게 술을 감싸고 있습니다. 그래서 질리지 않게 한 병을 비울 수 있었어요. 니모메는 정말 잘 빚은 약주에서 숙성을 시키며 생겨난 시트러스 계열의 과실 향 약주입니다. 하지만 이게 당연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도 쌀과 밀누룩만을 이용해 술을 빚고, 발효가 진행 중인 과정에 진피를 넣었기 때문입니다. 



# 어울리는 음식  

향기를 증폭시켜볼까요? '미나리 꼬막 무침'으로 시트러스의 귤향과 싱그럽고 풋풋한 미나리 내음을 한 입에 머금는다 생각하면, 벌써부터 '봄'이 다가오는 것만 같네요. 꼬막은 거들뿐이죠. 






6. 풍정사계_춘


춘하추동으로 나뉘어 만들어진 풍정사계의 술 이름보다, 2017년 한미 정상회담에서 만찬주로 사용되어 이제는 '만찬주'로 더 잘 알려진 약주입니다. 사계절을 누릴 수 있는 나라는 복 받은 나라라고 하죠. 모든 계절을 오롯이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거예요. 풍정사계도 각기 다른 계절의 매력처럼, 각기 다른 우리술의 특징을 담아낸 술입니다. 풍정사계_춘은 어떤 봄의 맛과 향을 담고 싶었을까요?



# 정보

식품유형    약주

알코올       15%

내용량       500ml

재료          찹쌀, 향온곡(녹두)

구매처       양조장에서 직접 구매



# 코멘트

"이한상, 이혜영 대표님의 정성과 고집이 느껴지는 맛"

명성이 높으면, 기대도 높아지고, 높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맛이라면 실망이 더 크겠죠. 하지만 풍정사계는 그 높은 명성을 술맛으로 증명합니다. 봄은 특히 단맛을 최대한 끌어올려 한 모금 만으로도 '아 달다'라는 탄성이 나옵니다. 부드럽게 목을 넘기고, 끝 향을 더듬어보면 봄의 맛은 이런 걸까 생각해봅니다. 


향온곡은 녹두로 만드는 곡자인데요, 궁중에서 빚을 때 사용하던 곡자인 만큼 고급술에만 사용할 정도로 빚기도 까다롭습니다. 그런데 다른 것도 아닌 이 향온곡을 이용하고, 만드는 방법도 까다로운 설기를 이용하는 걸로 보아 두 분의 정성 그리고 고집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 어울리는 음식  

밀푀유나베 아시나요? 고기와 배추를 켜켜이 쌓아 냄비에서 뭉근히 끓여내는 눈과 입이 동시에 즐거운 국물 음식입니다. 풍정사계는 식전주로 입맛을 돋워주기 좋은 술이지만, 동시에 반주하기도 좋아서 담백하게 야채 육수로 맛을 낸 밀푀유나베와 함께 추위를 녹이기엔 제격이라고 생각합니다. 






7. 문배술


문배술은 왠지 익숙하지 않나요? 네, 주방장 로고의 주인공이기도 하죠. 가장 우리술이 가진 오래된 편견을 깨는 팩키징의 술을 찾다가, 문배술을 보고 '아 이거다' 싶었습니다. 딱 보기엔 비싼 이온 음료 같기도 하고, 화장품 스킨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세련된 병에 담긴 이 술은 드라이함 속 과실 향이 은은하게 나는 우리술 문배술입니다.




# 정보

식품유형     증류식 소주

알코올        23%

내용량        375ml

재료           정제수, 증류원액(조, 수수, 쌀, 국, 효모, 정제수)

구매처        E사 대형마트



# 코멘트

"복잡한 향이지만 깔끔한 매력"

이름이 문배술이기 때문에 '배가 들어간 술'이며, '배 향'이 나는 줄 알고 마신 첫 잔은 생각보다 거칠고 까끌한 맛이었습니다. 뒤에 원료를 보니 배가 아닌, 수수와 조 그리고 잡곡이 재료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쌀을 원료로 하는 증류식 소주에서는 누룩향이 강하지만, 문배술에서는 복잡한 향에 보다 강렬하게 느껴졌습니다. 입 안에 충분히 머금고 천천히 삼켜보았더니 강하지는 않지만 곡류가 숙성될 때 나는 은은한 과실의 잔향을 코 끝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23, 25도에는 부드러운 맛을 위해 쌀이 첨가되었으며, 40도는 오로지 수수, 조 그리고 밀누룩으로만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그만큼 더 문배술을 자세히 느낄 수 있다는 말인데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는 40도에 도전해봐야겠습니다. 



# 어울리는 음식  

자체적으로 독특하고 복잡한 향을 가졌기에 음식 역시 강렬한 향이나 기름진 음식과 보다 잘 어울리겠다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혀가 얼얼해지도록 매운 닭발도 생각했지만, 역시 홍샤우로우(红烧肉)가 좋겠습니다. 지역마다 만드는 방식도 다르지만 돼지껍데기와 기름이 충분한 삼겹살 부위를 중국의 여러 향신료를 넣고 졸인 음식입니다. 










<월간 주방장> 12월호에서는 다양한 약주를 마셔보고 음식과의 색다른 페어링을 제안해보았습니다. 깔끔한 맛인 만큼, 우리의 걱정도 애환도 다가오는 내년에 대한 두려움도 깨끗하게 넘겨버리시기 바랍니다. 


한 해를 그동안 제가 마신 술로 마무리한다는 것은 참 멋진 일이네요. 

그래서 이번 달도 어김없이 찾아온 '장원과 아쉬운 술 선정하기'입니다.

이달의 장원(베스트 우리술)은 문배주, 차석(2% 아쉬운 우리술)은 미소하루입니다.


하지만 순위는 중요하지 않아요.

모든 것은 주방장의 주관적인 소견일 뿐이니 여러분의 순위를 한 번 매겨보는 건 어떨까요?


더 맛난 우리술들로 찾아올게요.

다음 달에 다시 만나요.

아니,

우리 내년에 다시 만나요. 




* 우리술 정보에 <구매처>를 적은 이유는 여러분 주변에서 우리술을 생각보다 쉽게 구할 수 있음을 알려드리고 싶어서입니다. 특정 대형마트나 판매처와 전혀 관련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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