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방장 양조장 Jan 31. 2019

<월간 주방장> 1월호

새로운 해 2019년을 맞이하며 주방장이 들이킨 우리술은 

황금돼지의 해라는 2019년 기해년의 첫 달. 시작 잘하셨나요? 매년 새해가 밝으면 저는 제 자신과 약속을  합니다. (사실 새해 목표라고 하기엔 너무 거창하기에, 약속이라고 칭하여 부담의 무게를 덜어냅니다.) 올해 여러 약속의 방향은 '도전'으로 향합니다. 작년이 시작과 자극과 결심의 해였다면, 올해는 주저하지 않고 새로운 일에 거침없이 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첫 시작인 1월의 기운 때문일까요? 벌써 꽤 많은 도전을 했고 약속을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1) <집에서 빚는 술>을 본격적으로 도전했고, 시행착오를 통해 꽤 많은 가양주들을 제 손으로 빚어냈어요. 2) 짝꿍과 함께 양조과정을 담은 간질간질한 연애 에세이 <술로 마음을 빚다> 쓰기에도 도전 중입니다. 3) 가슴 뛰는 제안을 받아 새로운 인연을 만날 감사한 기회가 생겼구요. 4) 서툴긴 하지만 영상 제작에도 도전하여 유튜브 채널도 오픈했답니다. 


2019년 월간주방장 시작은 도전의 작은 결실들을 담았습니다. 직접 빚은 막걸리와 생소했던 DIY 키트, 그리고 새로운 장소에서 만난 술까지. 최근 여러 술들을 빚고 있는데 더 많은 술들이 주방장의 손을 거쳐 탄생한다면, 멋진 네이밍을 붙여주어야겠습니다.


그럼, 올해도 주방장은 '도전'이라는 단어를 마음에 품고, 2019년의 월간주방장 시작합니다. 










1. 딸기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마시기 좋은 우리술을 빚어보기로 했습니다. 보다 특별한 날이기 때문에 이양주 형태에 딸기를 넣고 딸기주로 빚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색이 초록과 빨강인데, 초록색 술을 만들긴 이상해서 빨간 딸기를 선택했습니다. 겨울 하면 역시 비타민 풍부한 딸기죠!




# 정보

식품유형    이양주    

알코올       14%

내용량       750ml

성분          멥쌀, 찹쌀, 정제수, 누룩, 딸기         

양조장       주방장의 집

빚기 시작한 날  2018년 11월 21일

병입 한 날         2018년 12월 23일



# 코멘트

"딸기 축제가 우리술에도 열렸습니다."

겨울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딸기를 원 없이 먹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호텔 레스토랑과 패밀리 레스토랑에서나 열릴 법한 딸기 축제를 우리술에도 열었습니다. 주변 반응은 예상대로 폭발적이었습니다. 가장 친한 가족과 지인들에게 떨리는 맘으로 시음을 부탁했을 때, 한 모금 마시고 순식간에 반짝이던 그들의 눈빛을 기억합니다. 

연분홍의 맑은 빛깔로 처음 눈길을 사로잡고, 생딸기를 오롯이 담은 듯한 향기에 마음을 두 번 뺏기고, 달콤하고도 강력한 딸기의 맛에 세 번 감탄하는 맛입니다. 거른 후 따로 물을 첨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농도가 제법 있는 편이지만, 적당히 치고 올라오는 산미에 부드럽게 느껴지기만 합니다. 잔에 얼음 두세 개를 넣고 시원하게 마시며 적당히 원하는 도수를 맞춰 마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어울리는 음식  

삼겹살. 단짠의 조합은 언제나 옳죠! 거기에 기름진 고기가 함께한다면, 14%의 술이 보다 깔끔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2. 단양주


단양주는 온도 22-25도에서 숙성시키는 이양주 이상의 술과는 다르게 30도 정도에서 단기간에 만들어집니다. 만드는 방법도 단순하고 단시간 내에 빚을 수 있는 술이기 때문에 초심자들도 쉽게 도전하는 술입니다. 하지만 처음 빚어본 술에서 좋은 향이 나고 맛이 나길 기대하는 것은 욕심일지 모릅니다. 좋은 것으로 가는 모든 길은 쉽지않죠. 실패와 시행착오를 통해 멀리 돌아가기도 하지만, 다양한 경험을 발판삼아 원하는 곳으로 도착할 수 있습니다. 




# 정보

식품유형    단양주

알코올       6%

내용량       750ml

재료          찹쌀, 누룩, 정제수

양조장       주방장의 집

빚기 시작한 날  2018년 11월 7일      

병입 한 날           2018년 11월 14일



# 코멘트

"누구나 쉽게 빚을 수 있으며 보다 풍부한 맛을 지닌"

재료라곤 찹쌀, 물, 누룩. 이렇게 세 가지로 누구나 손쉽게 빚어볼 수 있습니다. 단 어느 정도의 열정과 참을성이 필요하긴 합니다. 직접 내 손으로 빚어 마신다는 점에서 보람찬 맛이 더해집니다. 기대보다 산미가 강해 모르는 사람이라면 '진행 중인 술'이라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와인을 고를 때 산미를 고려하는 것처럼 우리술의 맛에서도 다양성을 이해할 수 있다면 넓은 한국 술의 세계에 빠지실 수 있습니다. 


# 어울리는 음식  

갈비찜, 처음에는 이렇게 어울릴 거라고 생각을 못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발견한 아주 매력적인 조합입니다. 갈비찜의 달달하지만 텁텁한 끝 맛을 새콤한 맛으로 리셋시켜줄 주방장표 단양주!





3. 통곡물 현미하우스 막걸리


술빚기 키트는 똑딱 비닐을 뜯기만 하면 되는 간편한 상품으로 큰 통과 물, 휘저을 막대만 준비하면 됩니다. 영화 <리틀포레스트>에서 김태리가 쉽게 막걸리를 만드는 모습을 보고 주변에서 자주 물었습니다. 막걸리 직접 만들면 더 맛있냐고. 대답은 '물론' 맛있습니다. 집 막걸리에 한 번 맛 들이면 다시는 사 먹는 공장형 막걸리를 못 마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시간과 정성 그리고 실패를 대담히 받아들이고 즐길 자신이 없다면, 이런 키트를 먼저 사용해 빚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래서 보다 솔직한 후기를 나눠보기 위해 직접 키트를 구매해 만들어보았습니다. 레시피에서 시키는 대로 그대로 만들었습니다. 


주방장의 유튜브 채널에서 귀여운 <막걸리 빚기 과정>을 확인해보세요!



# 정보

식품유형    탁주

알코올       6%

내용량       1.5L

재료          하우스 막걸리 분말, 효소제, 정제수

빚기 시작한 날  2018년 12월 17일

병입 한 날        2018년 12월 18일

구매처             2018 우리술 대축제


# 코멘트

" 번쯤 해볼 만한 재미거리"

만들고 하루 지나 냉장고에 차게 보관했다가 마셔보았습니다. 처음 병입 했을 때는 제법 막걸리구나 싶었는데, 부유물이 다 가라앉고 나니까 ‘응?’ 싶네요. 부유물이 적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시피 굉장히 묽은 농도이며, 점도는 전혀 없고 일반 물과 같습니다. 일반적인 막걸리의 향이 아닌 미숫가루의 향을 풍기며 곡물의 구수한 맛과 단 맛이 느껴집니다. 여름에 더울 때 시원하게 얼음 동동 띄워 마신다면 크게 나쁘지는 않을 맛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접해온 질감과 산미가 어우러진 균형적인 맛의 막걸리를 원한다면 크게 추천할 막걸리는 아닙니다.


# 어울리는 음식  

감자전 키트로 만드는 감자전. 즉석 막걸리를 만들어보았다면, 안주는 즉석식품으로 함께 즐겨보면 어떨까요? 마트에 장보러 갔다가 <즉석 감자전> 제품이 있어 한 번 데려와봤습니다. 생감자의 맛을 기대할 순 없지만, 갈아서 직접 만든 감자전의 쫀득한 식감은 제법 살아있었습니다. 감자를 깎고 갈고 이런 복잡한 과정이 귀찮다면, 오늘은 즉석 감자전 제품도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4. 솟대 막걸리


'솟대'는 요리주점이자 자가 양조하고 판매도 하는 양조장이기도 합니다. 전통주 교육기관을 통해 알게 된 지인이 운영하여, 매번 가본다고 말만 하다가 이번에 드디어 가보게 되었습니다. 함께 교육받을 때도 사장님의 술은 다른 이들이 만든 술에 비해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오랜만에 찾아뵌 사장님께서 내 자식 자랑하시듯 뿌듯하게 꺼내오신 '솟대 막걸리'. 서울 내 위치한 가장 작은 양조장의 막걸리는 과연 어떤 맛일까요?




# 정보

식품유형    

알코올       8%

내용량       750ml

재료          찹쌀, 정제수, 누룩   

양조장       솟대 내 자가 양조장

구매처       솟대



# 코멘트

"보다 완성도 높은 단양주를 즐기고 싶다면 솟대로!"

사장님의 자부심이 돋보이는 단양주였습니다. 앞서 제가 빚었던 단양주 보다 살아있는 탄산을 느낄 수 있었고, 가장 큰 차이로는 산미가 덜했습니다. 보통 막걸리 주점을 갔을 때 그곳에서 빚은 술을 맛보기란 정말 어려운 경험이죠. 솟대 막걸리는 가게와 양조장이 하나의 형태로 이뤄진 곳인 만큼, 살아있는 가장 신선한 단양주의 맛을 선사합니다. 


# 어울리는 음식  

매콩(매운콩나물오징어). 가게의 대표 안주인 이유는 있었습니다. 맛있게 매운 오징어무침에 담백함을 더해주는 콩나물이 완벽함을 이룬 안주입니다.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메뉴이지만, 이 맛은 솟대에서 밖에 맛볼 수 없을 것 같네요.





5. 백하


네이밍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죠. 사람 이름이 첫인상이 되듯, 술의 이름도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백하(白霞)>는 첫인상이 좋은 우리술입니다. 술이 익어가는 모습이 마치 하얀(白) 노을(霞)과 같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진 백하는 보틀 디자인도 눈길을 끕니다. 통통하면서 유려한 곡선이 매력적인 주병에 붓글씨로 큼직하게 자기 정체성을 뽐냅니다. 이름과 디자인만큼이나 멋진 맛을 자랑하는 술일까요? 




# 정보

식품유형    살균 약주

알코올       12%

내용량       330ml

재료          정제수, 옥수수전분(미국산), 쌀(국내산), 액상과당, 백설탕, 주정, 젖산

양조장        배상면주가

구매처       2018 우리술 대축제



# 코멘트

"독특한 끝 향으로 기억되는 술"

달지 않은 술입니다. 적당한 도수에 술의 균형이 잘 맞아 좋았어요. 저온숙성을 거친 부드러운 맛도 매력적입니다. 특이한 점은 살균 약주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독특한 끝 향입니다. 첫 향과 맛은 일반 살균 약주와 비슷하다 생각했는데, 목을 넘어가고 코 끝으로 향을 느끼는 순간, 매력을 뒤늦게 알아차렸습니다. 이름으로 첫 시작이 좋았던 만큼, 매력적인 끝 향으로 좋은 마무리를 선사해주네요. 


# 어울리는 음식  

양장피, 알싸한 겨자 향이 톡 쏠 때, 백하 한잔. 현명한 선택이었습니다. *급하게 안주를 준비해야 해서 마트의 힘을 빌렸습니다. 요즘 마트 조리음식, 아주 괜찮아요. 안주 만들기 부담스러울 때, 마트로 가세요!








2019년 1월호 <월간 주방장>에서는 다양한 도전을 담은 우리술들을 소개했습니다. 앞으로 주방장의 홈양조장은 쉴 틈 없이 돌아갈 예정이니, 더 다양한 가양주가 탄생할 거에요. 기대해주세요! 


기해년에도 어김없이 찾아온 '장원 술과 아쉬운 차석 술' 선정입니다.

이달의 장원(베스트 우리술)은 딸기주, 차석(2% 아쉬운 우리술)은 통곡물 현미하우스 막걸리입니다.


제 자식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고 하죠. (솟대 막걸리도 너무 맛있었지만, 주방장표 딸기막걸리 반응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뿌듯!)


더 맛난 우리술들로 찾아올게요.

다음 달에 도전하는 마음으로 다시 만나요.




* 올해부터는 우리술 해당 양조장에 대해서도 알았으면 하여, <양조장> 정보도 기록합니다. 양조장에 대한 주방장의 경험과 정보를 함께 담아 전달해드릴게요. <구매처>를 적은 이유는 여러분 주변에서 우리술을 생각보다 쉽게 구할 수 있음을 알려드리고 싶어서입니다. 특정 대형마트나 판매처와 전혀 관련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Copyrightⓒ2019 by 주방장.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사진 불펌 및 사용은 금지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월간 주방장> 12월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