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주방장이 향긋하게 즐긴 우리술은
2월은 하루 이틀 부족할 뿐인데, 참 짧게 느껴집니다. 하루 이틀의 차이가 이렇게 크다니요. 2월은 어쩌면 떠나기 아쉬운 겨울과 어서 다가오려는 성급한 봄이 교차하는 달이라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사실 이번 달엔 여러 술을 빚느라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몰랐습니다. 기존에 빚어왔던 술과는 다른 술에 도전 중이라 시행착오도 많은데요. 그만큼 더 다양한 술을 빚어볼 수 있기 때문에 조금씩 성장하는 중입니다. 매달 새롭게 등장할 <월간 주방장>의 주방장표 우리술! 기대해주세요. 어서 많은 사람들이 주방장의 술을 즐겨주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오늘도, 내일도, 앞으로도 정성 들여 빚어보겠습니다.
사실 술을 빚게 되면, 도중에 맛보고, 맛보고, 맛보느라 시판용 술을 마실 기회가 적어요. 고백하자면 오히려 하루 힘들게 술 빚은 날, 초록병으로 수고를 털어버린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매달 새로운 우리술을 즐기고 소개해드릴 수 있음에 다시 힘을 내서 마셔봅니다! 이번 달엔 제가 빚은 술 두 종류와 충청 지역의 술을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밤으로 유명한 공주와 복숭아로 유명한 조치원의 막걸리를 마셔봤습니다.
빠르게 지나간 2월처럼 월간 주방장도 속도감 있게 시작해봅니다.
저는 봄나물 냄새를 맡으며 봄이 성큼 다가옴을 알아차립니다. 시장엔 벌써 겨우내 추위를 뚫고 자라난 향긋한 나물들이 가득하더라고요. 그중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쑥'으로 올해 봄을 열기로 했어요. 사실 도다리 쑥국을 해 먹으려고 사 왔지만, 문득 우리술에 넣어보면 어떨까 싶더라고요. 쑥을 완전 말려 달인 물을 넣고, 고두밥 찔 때도 쑥을 첨가했습니다. 모든 과정에 쑥이 함께 했는데, 봄의 기운을 가득 머금은 쑥과 우리술의 조화. 어땠을까요?
# 정보
식품유형 이양주
알코올 14%
내용량 약 10L
성분 멥쌀, 찹쌀, 정제수, 누룩, 쑥
양조장 주방장의 집
빚기 시작한 날 2019년 1월 15일
병입 한 날 2019년 2월 15일
# 코멘트
"쑥과 우리술의 조합이 좋았쑥!"
한 모금 탁 털어 넣었을 땐 사실 응? 이게 애주가 맞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입을 다무니 오히려 목 끝에서부터 올라오는 향긋한 쑥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 봄이 왔군요..! 사실 쑥을 술에 넣는다는 자체가 생소한 분들이 많을 거예요. 하지만 쑥을 넣은 '애주'는 쑥 애(艾)자를 써서 애주이지만, 애주 마니아들에게는 사랑(愛)의 술입니다. 오히려 강하지 않은 쑥향이 더 계속 찾게 하는 매력 포인트입니다. 생각보다 단맛이 강하게 만들어져서 쑥 맛 때문에 씁쓸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달콤한 오산입니다.
# 어울리는 음식
세발나물 도토리묵무침. 애주 한 잔에 세발나물의 상큼함까지. 캬 봄이 입안에 가득하네요.
국화꽃 향기를 우리술에 가득 담았습니다. 아시다시피 국화는 봄 꽃은 아닙니다. 지인이 지난가을에 따서 잘 말린 국화 꽃잎을 선물해주셨어요. 은은한 가을 꽃향기를 머금은 술을 봄에 빚어보았습니다. 국화주는 빚는 과정에서 연신 사진을 계속 찍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켜켜이 쌓은 하얀 찹쌀 사이에 노오란 국화꽃이 어우러져 정말 예쁘더라구요. 그래서 이번 월간 주방장의 메인 표지를 차지하게 되었죠. 가을의 향기를 담아 봄에 탄생한 주방장의 국화주. 한 잔 꽃향기 마셔볼까요?
# 정보
식품유형 이양주
알코올 14%
내용량 약 10L
성분 멥쌀, 찹쌀, 정제수, 누룩, 국화
양조장 주방장의 집
빚기 시작한 날 2019년 1월 16일
병입 한 날 2019년 2월 16일
# 코멘트
"노란 국화의 꽃말처럼 '짝사랑'에 빠지는 술.."
사실 노란 국화의 꽃말을 술을 빚고 찾아봤습니다. 여러 의미 중에 '짝사랑'이 눈에 띄었습니다. 완성된 국화주는 정말이지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맛이었습니다. 너무 자화자찬인가요? 하지만 정말 향긋하니 맛있는 술이 나왔습니다. 국화차에서는 국화의 '향'만 느꼈다면, 국화주는 찹쌀과 조화를 이루어 오히려 '달달한' 국화의 향이 부각되었습니다. 풋풋 씁쓰름한 향이 가득하던 애주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술입니다.
# 어울리는 음식
잔치국수. 몇 해전, 절에서 주최한 국화 축제에 간 적 있습니다. 그곳에서 맛 본 슴슴한 잔치국수와 곡차로 함께 내온 국화주의 맛을 잊지 못합니다. 두 조합은 주방장이 아직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홀로 짝사랑 중 이랍니다.
공주 하면 밤, 밤 하면? 밤막걸리! 공주시 사곡면의 이름을 딴 사곡양조장의 알밤막걸리는 우리나라 전 국민이 밤막걸리를 생각하면 바로 떠오를 밤 막걸리 대표주자입니다. 어디서 밤막걸리를 맛보고 사랑에 빠졌다면, 아마 사곡 알밤막걸리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만큼 전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특히 대전 충남지역에서는 쉽게 마실 수 있는 지역민의 사랑을 듬뿍 받는 막걸리입니다. 이렇게 유명한 밤막걸리를 이제 소개한 이유는, (꿀꺽).
# 정보
식품유형 탁주
알코올 6%
내용량 1000ml
성분 정제수, 밤, 팽화미, 밀가루, 치자, 사카린, 아스파탐
양조장 충남 공주 사곡양조장
구매처 대형마트
# 코멘트
"지나친 단 맛과 지나친 밤 향"
밤 막걸리 좋아하시는 분들 참 많죠. 제 주변에도 막걸리는 싫어하지만, 모순적이게도 밤막걸리는 좋아하는 친구들이 참 많습니다. 아마 바밤바를 녹여 막걸리로 만든 듯한, 찐한 밤 단맛을 좋아하기에 그럴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직접 술을 빚기 시작하고서부터는 이 막걸리의 '인공적인' 향이 지나치다고 느껴져서 최근에는 즐겨마시진 않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막걸리 입문자에게 가장 먼저 소개하기 부담 없는 술이라는 사실!
# 어울리는 음식
산채나물 비빔밥. 부모님을 따라 등산을 다녀오는 길이면 늘 근처의 식당에서 산채비빔밥을 한 그릇 씩 뚝딱 해치우곤 했습니다. 그때마다 아버지께서는 달달한 음료와 같은 밤막걸리를 한 잔 씩 주문해 드시곤 하셨어요. 당시에는 이해를 못했지만 지금은 환상의 조합이라는 걸 너무 잘 알죠.
대표주자에겐 경쟁자가 있어야 선의의 경쟁이 이루어진다고 하죠. 그런 의미에서 사곡 알밤막걸리에게 훌륭한 러닝메이트가 될 백제원 공주알밤 생주입니다. 백제원 밤막걸리는 공주 옆에 위치한 부여의 백제원 주조에서 탄생한 막걸리입니다. 과연 사곡의 명성을 뛰어넘을 만큼 쟁쟁한 경쟁자의 맛일까요?
# 정보
식품유형 기타 주류
알코올 6%
내용량 1000ml
성분 정제수, 쌀, 소맥분, 전분당, 아스파탐, 아세설팜칼륨, 치자, 입국, 효모, 밤 향
양조장 백제원 양조장
구매처 농협 하나로마트
# 코멘트
"분밤해야 할 맛"
개인적으로는 사곡 밤막걸리를 넘으려면 조금 더 분발해야 할 밤막걸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분밤해야 할 맛이라고 적었습니다. 밸런스가 잘 맞진 않습니다. 첨가한 밤 향이 너무 강해 술의 다른 요소들이 감추고 있습니다. 게다가 사곡에 비해 조금 묽어서 꾸덕한 밤막걸리를 기대하는 분들이라면 아쉬울지 모르겠네요.
# 어울리는 음식
매콤 주꾸미 볶음. 빨간 고춧가루와 청양고추를 넣어 매운맛 위주로 만든 주꾸미 볶음과 함께라면 꽤나 괜찮은 조합이랍니다. 개인적으로 거슬린다고 생각되는 구운 밤 향이 매콤함에 단맛을 더해서 감칠맛처럼 느껴지니까요!
충남의 또 다른 자랑, 조치원의 복숭아를 담은 막걸리입니다. 조치원은 이제 세종으로 편입되었지만, 복숭아의 고장이라는 사실은 영원할 것입니다. 복숭아 철에 조치원에 가면 길가에서 박스채로 복숭아를 파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아직 복숭아 철이 되려면 3개월 정도 더 기다려야 하니 복숭아 막걸리로 아쉬움을 달래 봅니다. 향긋한 복숭아를 막걸리에 어떻게 담아냈을까요?
# 정보
식품유형 탁주
알코올 6%
내용량 750ml
성분 정제수, 입국, 팽화미, 알밤, 밀가루, 복숭아 농축액, 아스파탐, 사카린
양조장 천지인
구매처 농협 하나로마트
# 코멘트
"상콤달콤, 근데 복숭아 맞아?"
복숭아 캔디 맛을 그대로 담아낸 막걸리입니다. 처음에는 익숙한 향에 한 입 마셔보지만, 이내 단향+단맛에 살며시 갸우뚱하게 되는 맛입니다. 복숭아 음료에 우리가 익숙한 막걸리를 섞은 맛이랄까요. 그래도 밤막걸리처럼 처음 막걸리를 마시거나, 기존 쌀막걸리보다 이런 과일 막걸리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좋아하실 맛입니다. 그러나 생 복숭아의 풋풋하면서 싱그러운 생과 맛을 기대하셨더라면, 차라리 복숭아를 사서 드시는 걸 추천드려요!
# 어울리는 음식
냉우동샐러드. 다가올 여름, 시원하고 탱글하게 준비한 냉우동샐러드 그리고 복숭아 막걸리에 얼음 한두 개쯤 띄워서 상큼하게 어떠세요?
2019년 2월호 <월간 주방장>에서는 향기로 가득한 우리술들을 소개했습니다. 쑥향, 국화향, 밤 향, 복숭아 향까지. 우리술의 변화무쌍한 조합은 아직도 많이 남았으니 월간 주방장에서 함께 해요. 더불어 주방장의 홈 양조장은 쉴 틈 없이 돌아갈 예정이니, 더 다양한 가양주를 기대해주세요.
기해년에도 어김없이 찾아온 '장원 술과 아쉬운 차석 술' 선정입니다.
이달의 장원(베스트 우리술)은 애주, 차석(2% 아쉬운 우리술)은 조치원복숭아막걸리입니다.
더 맛나고 향긋한 우리술들로 찾아올게요.
다음 달에도 도전하는 마음으로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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