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흩날린 4월에 함께 한 주방장의 우리술은
4월이 벌써 지났다니요! 흩날리는 벚꽃 구경하다 보니 만개한 겹벚꽃과 진달래, 철쭉 그리고 푸르른 녹음까지. 쉴틈 없이 봄을 오롯이 느끼다 보니 조금 늦었습니다. 봄에 취했던 <월간 주방장> 4월호로 인사드립니다. 4월은 눈, 코, 귀와 입까지 모든 감각이 행복했던 한 달이었어요. 숨이 탁 트이는 파아란 하늘에 적당히 선선한 기온 그리고 은은한 꽃향기에 화사한 옷차림의 나들이객까지. 생명력과 기운이 넘쳐 어디든 떠나고 싶었던 마음을 잠재우기 힘들었습니다.
주방장은 술 촬영을 핑계 삼아 벚꽃 놀이도 여러 군데로 다녀왔고, 보고 싶었던 지인들도 만나 봄기운을 함께 나누었습니다(물론 술과 함께 나눴겠죠?). 4월엔 혼자 빚기보다는 '함께' 술을 빚어봤어요. <술 빚는 밤> 멤버들과 국화/쑥 단양주를 만드는 소중한 경험을 하나 더 쌓았고,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술 빚기에도 도전하고 있습니다. 꾸준함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시행착오는 변수를 줄이고 경험치를 높여주겠죠? 그렇게 믿으며 다가오는 달에도 열심히 빚습니다.
생동했던 4월에 주방장이 마신 술, '함께' 나눕니다. 이번 달에 마신 술은, 크게 특징을 잡지 않고 기회가 되는 대로 다양하게 마셨습니다. 꼭 테마가 정해지지 않아도 그냥 손길 가는 대로 마시고 싶었거든요.
최근 지역명이나 지역의 랜드마크를 이름을 딴 술들이 자주 보입니다. 수제 맥주에서 자주 보이던 지역명 네이밍(광화문, 평창, 해운대 여수 등)이 우리술에서도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했네요. 서울의 밤이라, 이름만으로도 벌써 마셔보고 싶지 않나요? 잠들지 않는 도시, 서울의 밤은 어떤 맛일까요? 전통주가 고리타분하다는 편견을 깨트리듯 마치 탄산수나 피지 음료 같은 심플함과 깔끔함을 바틀로 주장하는 이 술. 최근 방문한 한 칵테일/위스키 바에서도 바텐더분이 이 술을 마셔봤다며 이야기하시더군요. 네이밍과 바틀만큼 맛도 매력적일까요?
# 정보
식품유형 리큐르
알코올 25%
내용량 375ml
성분 정제수, 매실증류주원액, 벌꿀, 포도당, 노간주나무열매
양조장 더한주류
구매처 우리술방
# 코멘트
“당신이 생각하는 서울의 밤은 어떤가요?”
서울의 밤의 식품유형은 리큐르입니다. 리큐르는 쉽게 말해 증류주를 베이스로 하여 만든 혼성주인데요. 매실을 이용해 얻은 증류주에 벌꿀, 포도당, 주니퍼베리라는 감미료 및 약초 등을 첨가하여 가공시켜 만들어진 술입니다. 전반적으로 부드럽지만 지배적인 진의 느낌을 가졌으면서, 보드카처럼 한 번의 강렬함 끝에 느껴지는 풍부함을 느끼게 해 줍니다. 베이스가 제법 부드럽기 때문에 다른 어느 것들과도 잘 어울릴 수 있고, 여러 방식으로 변형해 마셔봐도 좋은 술이라 생각합니다.
# 어울리는 음식
"삼겹살" 외국 친구들이 한국을 여행할 때, 가장 해보고 싶은 관광 코스로 삼겹살&소주를 찾습니다. 드라마에서 자주 나오는 초록병의 소주가 한국을 대표하는 술이라며 마셔보고 싶다고 하지만, 희석식 소주를 소개하면서도 제 마음이 편하진 않았습니다. 생각과는 달리 알코올 향이 심해서 거부감을 느끼던 친구들에게 초록병 소주 대신 깔끔하고 드라이한 서울의 밤은 어떨까요?
탁주와 약주는 분명 같은 술독에서 파생하였지만, 같으면서도 너무나 다른 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재미납니다. 흔히 블루베리로 만들었다고 하면 향도 맛도 달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꼭 그렇지 않다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물론 첨가제를 넣지 않고도 충분히 술을 달게 만들 수는 있지만 그 단맛은 블루베리 본연의 맛이 아니기 때문이죠. 은은하게 단맛을 자랑하는 주방장의 블루베리 탁주, 과연 어떨지 한 번 마셔볼까요?
# 정보
식품유형 탁주
알코올 약 12%
내용량 약 14L
성분 멥쌀, 찹쌀, 정제수, 누룩, 블루베리
양조장 주방장의 집
빚기 시작한 날 2019년 2월 9일
병입 한 날 2019년 3월 16일
# 코멘트
“와인이라는 표현은 싫지만, 와인의 향이 나는 한국술”
우리술에 와인이라는 표현이 붙는 건 개인적으로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술은 빚는 과정으로만 본다면 맥주에 더 가까울 것이며, 어원적으로 본다면 와인은 포도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와인이 고급술의 대명사로 불리기 때문에 몇 가지 한국술이 '한국식 와인'으로 판매되고 있지만 한국술은 한국술입니다. 코멘트 서론이 길어졌지만, 흥미롭게도 제가 빚은 블루베리 탁주에서는 와인향이 납니다. 와인향이라 한다면 우리가 익숙히 아는 '포도나 베리류의 향'이 되겠네요. 향은 비슷할지라도 맛의 원천은 다릅니다. 와인이 과일의 단맛이라면, 이 블루베리 탁주는 찹쌀이 만들어낸 단맛을 자랑합니다. 같은 발효주지만, 재료에서 비롯된 차이를 느껴보기 좋은 술입니다.
# 어울리는 음식
"알싸하게 매운 낙지볶음" 찬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켜도 낙지볶음의 발칙함은 크게 시 그라 들지 않죠. 그럴 땐 혀를 충분히 감싸줄 수 있는 탁주가 제격일 겁니다. 시중에서 맛볼 수 있는 가벼운 느낌으로는 충분치 않기에, 이 술을 곁들인다면 살짝살짝 느껴지는 블루베리의 향과 찹쌀의 단맛이 알싸함과 금상첨화를 이룰 겁니다.
1호라는 타이틀은 가장 먼저 지정되었다는 메리트 때문인지 몰라도 더 눈에 띄죠. 술에도 붙은 여러 숫자와 호칭이 있지만, 이 금정산성 막걸리의 타이틀은 그런 의미에서 더 독특합니다. 전통 양조 방식 그대로 빚으며 국내 무수한 막걸리 중 유일하게 향토 민속주로 지정되어 있는 대한민국 민속주 1호 막걸리이기 때문이죠. 또 다른 특징으로는 족탁식, 즉 덧신을 신고 꼭꼭 밟는 디딤 누룩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누룩을 베보자기에 싸서 발로 동그랗고 납작하게 빚은 후 누룩방 선반 위에 짚을 깔고 1주일 정도 열이나게 띄우는 방식입니다. 누룩마저 특별한 이 막걸리, 벌써부터 기대되지 않으시나요?
# 정보
식품유형 탁주
알코올 8%
내용량 750ml
성분 정제수, 백미, 밀누룩, 아스파탐
양조장 (주)금정산성토산주
구매처 우리술방
# 코멘트
"은은한 향과 구수한 맛이 일품"
새콤한 맛에 바디감이 적은 편이지만 특유의 산미와 누룩향은 그윽하게 지속됩니다. 이 특유의 곡향과 신맛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꾸덕함은 다른 막걸리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맛입니다. 금정산성이기에 가능한 맛이죠. 마니아도 많은 막걸리이지만 아직 전국에서 쉽게 구하기는 어려운 경상도 지역의 지역 막걸리입니다. 요즘 서울에서는 종종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유명세에 비해선 쉽게 구할 수 있는 편은 아닙니다. 온라인 주문은 다량으로 주문 가능하니, 부산/경상도 지역에 가신다면 꼭 한 번 마셔보길 추천합니다.
# 어울리는 음식
"밀면과 돼지고기 수육" 부산하면 떠오르는 뻔한 대표 메뉴라고 생각할 순 있지만, 금정산성 막걸리와 궁합이 제일 좋은 메뉴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시원한 냉면과 소주가 인기 많은 의외의 조합인 거 아셨나요? 면과 술은 꽤 괜찮은 페어링을 자랑합니다. 특히 매콤 달콤한 비빔냉면과 막걸리의 조합은 맛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맛본 사람은 없을 거예요. 수육은 주인공이 될 수 없어요. 그냥 입가심 용이죠:)
술이 입으로 들어가기 이전에 눈으로 한 번 호강한다고 할 정도로 유려한 자태를 뽐내는 명가원의 솔송주입니다. 사실 도자기 팩키징에 대한 고민은 주변 양조장을 운영하시는 지인들로부터 들은 적 있습니다. 생산도 문제지만 배송 판매에 있어서도 그만큼 힘들다고 말이죠. 저렴하거나 올드한 이미지로 자리 잡은 우리술의 인식을 개선시키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명가원에게 우선 큰 박수 보내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우리술대축제에서 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 걸 꼽아보자면, 바로 이 술 때문입니다. 명가원 부스에서 발견한 이 도자기 에디션은 차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죠. 화려하면서도 유려한 청자빛 도자기에 담긴 술은 얼마나 맛이 '멋'질까요? 그대로 어디 박물관에 전시해도 어색하지 않을 이 술. 처음 마시기에도 조심스러웠던 이 술. 한 잔 따라봅니다.
# 정보
식품유형 살균약주
알코올 13%
내용량 700ml
성분 정제수, 국내산 백미, 누룩, 국내산송순농축액(송순60% 정제수40%) 1.64%
양조장 명가원
구매처 대한민국 우리술대축제 명가원 부스
# 코멘트
"솔잎이 가진 의외의 구수함"
집으로 가져온 지 5개월이 지나서야 큰마음먹고 가족들과의 자리에서 열어보았습니다. 솔잎으로 만든 술이라고 해서 강렬한 스파이시 향이 인상적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처음에는 은은하게 퍼지는 구수함에 놀랐습니다. 흔히 솔향을 생각하면 음료 '솔의 눈'의 맛과 향을 떠올리는데, 솔송주는 그런 '인공적'인 솔향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한 모금 넘기고 나서 코끝으로 치고 올라오는 스파이시한 향이 굉장히 매력적이었고, 구수한 허브향이 입안을 감돌았습니다. 솔향의 편견을 깨 주었다는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운 술입니다. 다만 한편으로 아쉬웠던 점은 살균 약주였다는 점인데, 기회가 된다면 꼭 '생'약주로 마셔보고 싶네요.
# 어울리는 음식
"오리 라비올리" 최근 <술 빚는 밤> 모임에서 한국술과 마리아주를 찾는 쿠킹 클래스를 함께 했습니다. 오리 라비올리와 과하주를 곁들였는데 달달한 과하주도 좋았지만, 끝 맛이 구수한 솔송주와의 페어링도 떠올랐습니다. 솔송주의 은은한 구수함이 오리와 크림의 풍미를 한껏 끌어올렸을 것 같네요. 마리아주와 페어링은 언제 어디든지 있죠. 꼭 한국술이라고 해서 한식을 곁들여야 할 필요는 없어요.
때때로 우리에겐 의도치 않은 모험 정신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처음 보는 술을 만났을 때’라고 생각 드는데요. 오늘도 어김없이 맛있을 것 같아서 골랐다기보다 처음 보기 때문에 집어 들어 봤습니다. 여러 사람들에게 알려주기 위해서 그리고 개인 자료 소장용으로 말이죠(흐뭇). 이 평범해 보이고 수수한 라벨의 소원 생막걸리, 제가 한 번 미셔 보도록 할게요.
# 정보
식품유형 탁주
알코올 6%
내용량 1,200ml
성분 정제수, 백미, 입국, 팽화미, 팽화밀, 누룩, 곡자, 효모, 종국, 아스파탐, 전분당
양조장 소원양조
구매처 N사마트에서 직접구매
# 코멘트
“큰 특징 없는 막걸리”
라벨부터 한 번 살펴보자면, 촌스럽지는 않지만 깔끔하고 왠지 모르게 구수한 느낌의 노란 라벨입니다. 처음 보는 술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거침없이 가져오기엔 충분했어요. 게다가 살펴보니 충남도지사 인증마크를 받은 게 보입니다. 저렴한 출고, 판매가에 우리농산물로만 만들어야 받을 수 있다는 인증마크를 받기까지는 상당한 고민이셨을 텐데 끝까지 이어가 우리술품질인증마크 까지도 함께라면 더 좋겠네요. 적당히 뽀얀 색에 처음 느껴지는 향은 평범하고 익숙한 향입니다. 농도는 물과 같아 혀를 크게 감싸고 넘어간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향에서는 느낄 수 없었지만 맛을 보니 그제야 살짝살짝 올라오는 바나나 향입니다. 게다가 미미하지만 적당한 탄산감은 시원하게 마시니 개운하게 느껴지네요.
# 어울리는 음식
"꽁보리비빔밥 그리고 열무김치 많이" 다가오는 여름을 강타할 또 한 번의 무더위를 피해 다녀온 산행. 하산하고 꽁보리밥에 아삭하고 새콤한 열무김치를 넣고 비빈 꽁보리비빔밥 그리고 중간중간 입을 시원하게 헹궈줄 상큼한 막걸리. 이 둘의 조합이라면 다가올 여름도 조금은 기대해볼 만하겠죠?
2019년 4월호 <월간 주방장>에서는 손길 가는 대로 마신 다양한 한국술을 마시고 소개해봤습니다.
4월에도 어김없이 찾아온 '장원 술과 아쉬운 차석 술' 선정입니다.
이달의 장원(베스트 우리술)은 솔송주이지만, 차석(2% 아쉬운 우리술)은 소원 생막걸리입니다.
5월은 가정의 달이죠! 이번 달엔 가족과 함께 마신 반응 좋은 술들로 늦지 않게 찾아올게요.
다음 달에도 많이 마시고 요리하고 즐기며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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