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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방장 양조장 Aug 07. 2019

우리 술은 맛있드래요~

강원도 홍천 예술, 산수 양조장 그리고 명륜미술관 탐방기 

[숨겨져 있던 '양조장' 이야기 vol.3 : 강원도 홍천 '예술' 양조장]


여름 냄새가 제법 나던 지난 6월 중순, 가양주연구소로부터 반가운 모임 소식이 날아들었다. 총동문회인 '양온서'에서 강원도 양조장 투어를 떠난다는 것! 사실 대전에서 강원도까지 하루 만에 양조장 투어를 떠나기는 쉽지 않다. 소문이 자자했던 강원도의 양조장들도 구경하고 동문들과 함께 떠나는 투어이기에 덥석 신청했다. 예상처럼 강원도로 가는 길은 녹록지 않았다. 대전에서 서울로 올라가서 다시 강원도로 이동하는 왕복 8시간의 대장정이었기 때문이다. 동이 트는 아침에 대전에서 출발해서 서울 방배동에 집결한 뒤, 다시 2시간을 달려 강원도 홍천 '예술 양조장'에 도착했다. 


푸릇푸릇한 홍천 <예술> ⓒ주방장


푸릇푸릇한 자연경관과 새파랗고 높은 하늘에 취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양조장은 예술이라는 이름답게 양조 시설뿐 아니라 공간 하나하나까지 신경 쓴 게 보였다.(예술은 '예로부터 내려온 술'의 약칭이기도 하며, 술 빚는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 같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양조장을 빠르게 훑어본 후 <전통주 창업의 이론과 실제>에 대한 예술 대표님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모였다. 혼자 찾아갔더라면 절대 들을 수 없었을 진지하고도 다양한 양조장 스토리를 듣게 되었다. 


예술의 정회철 대표님 ⓒ주방장


첫 시작은 '어떤 술을 만들 것인가'로, 이는 대표님 스스로도 많은 고민을 하셨던 주제이며, 모든 양조인들과 예비 양조인들이 화두로 삼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누구나 맛있고, 자신만의 개성 있는 술 빚기를 원하지만 현실은 모두의 입맛을 맞추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회철 대표는 확실한 컨셉과 타겟층 선정을 강조하고, 재료에 대한 이해를 중요시하였다. 이어서 창업에 대한 부분을 현실적으로 직시하며 이야기해주셔서 모두 공감과 함께 아쉬움을 나누었다. 


증류주 숙성실 ⓒ주방장


보다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나누고 싶었지만 아쉬움을 뒤로한 채 본격적인 양조장 투어로 이어졌다. 탁, 약주가 빚어지고 발효, 숙성실 있는 '양온소'부터 예술의 핵심이기도 한 누룩실, 증류실까지 모두 둘러보며 진심 어린 손길이 닿지 않은 곳 하나 없음을 알 수 있었다. 수많은 실패와 노력 끝에 탄생한 누룩실을 이야기해주시면서는 눈물 훔치는 모습도 보이셨는데 얼마나 정성을 쏟아부으셨는지 느낄 수 있었다. 현재 전국에 약 천 개가 넘는 양조장이 있다고 하는데 이렇게 각 지역에서 재료 하나에 정성을 다하고 연구하는 분들의 진가가 더 알려지지 않는 것이 아쉽다. 술 한 병엔 단지 술만 들어있는 게 아니다. 눈물 젖은 누룩과 재료에 대한 신념, 그리고 수백 번의 시도에 걸쳐 안정적으로 뽑아낸 맛과 철학이 담겨있는 것이다. 




이 날 <예술> 양조장에서 시음한 술들을 간단한 코멘트와 함께 소개합니다. 


예술의 스피릿 <무작53>

상압 소주 특유의 거친 맛에, 첫 향부터 곡물의 향과 함께 은은한 과실 향이 퍼진다. 53도의 고도주답게 묵직한 바디감이지만 달고, 상압식으로 두 차례 증류를 해서일까 부드럽게 목을 타고 넘어가 인상적이다.

무작53 ⓒ주방장


식품유형    소주(증류식 소주)

알코올       53%

내용량       500ml

성분          정제수, 홍천쌀, 곡자

양조장       예술








하나가 되는 술 <동몽>

'하나가 된다'는 의미의 이름처럼 찹쌀의 단 맛, 단호박이 술과 하나가 된 듯한 맛이었다. 분명 묵직한 단 맛이지만 과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단호박이 들어가서일까 쌀로만 빚은 약주보다 노란색을 띠며 입 안에 퍼지는 특유의 은은한 달콤함이 오래 머물렀다. 

동몽 ⓒ주방장

식품유형    약주

알코올       17%

내용량       500ml

성분          홍천쌀, 정제수, 단호박, 곡자

양조장       예술







예술적인 복분자 약주 <동짓달 기나긴 밤>

예술에서만 맛볼 수 있고, 구매할 수 있는 술인 복분자 약주 <동짓달 기나긴 밤>이다. 복분자를 고두밥과 직접 혼합하는 방식이 아닌 즙을 1년 이상 숙성시킨 후 고두밥에 섞어 발효시켰다고 한다. 그래서였을까 무겁지 않고 보다 깔끔하고 산뜻했던 술이었다.

동짓달 기나긴 밤 ⓒ주방장

식품유형    약주

알코올       16%

내용량       500ml

성분          정제수, 쌀, 국, 복분자

양조장       예술







찹쌀 100% <만강에 비친 달>

처음에는 시큼한 향에 한 번 놀란다. 그리고 이어서 올라오는 은은한 달콤한 향에 또 놀란다. 자세히 맡아보면 달면서도 풋풋한 단호박의 향도 올라온다. 제법 묵직하지만 신맛에 단맛이 어우러져서 한편으로는 부드럽게 느껴진다. 입 안에 향기가 오래 머물러 자꾸만 생각나는 맛이다.

만강에 비친 달 ⓒ주방장

식품유형    탁주

알코올       10%

내용량       500ml

성분          홍천쌀, 정제수, 단호박, 곡자

양조장       예술






홍천강의 청정한 이미지를 담은 <홍천강 탁주>

찹쌀과 멥쌀을 주원료로 한 탁주로, 전체적으로 드라이한 편이다. 150일 이상 저온 발효를 해서인지 탄산감은 없으나 꽃 향을 품고 있다. 적당한 산미가 있어 깔끔하게 느껴지며 한 자리에서 오래 마셔도 질리지 않는 맛이다.

홍천강 탁주 ⓒ주방장

식품유형    탁주

알코올       11%

내용량       500ml

성분          홍천쌀, 정제수, 곡자

양조장       예술







 







[숨겨져 있던 '양조장' 이야기 vol.4 : 강원도 홍천 '산수' 양조장]


한 편의 예술 작품과도 같았던 예술 양조장을 뒤로하고, 다시 차 타고 1시간을 달려 도착한 '산수 양조장'. 홍천이 이렇게 넓었나 싶을 정도로 더 산자락 안으로 들어갔다. 산수 양조장은 <호모 루덴스>와 <동정춘> 그리고 <백자주>라는 워낙 유명한 술들을 만드는 곳이기에 기대가 컸다. 양조장에 다다르자 안병수 대표님이 반갑게 맞아주셨고, 양조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놓으셨다. 


산수 양조장의 대표이자 한의사이기도 한 대표님은 1년 넘게 서울-홍천을 다니며 물 좋은 곳을 찾아다닌 끝에 지금의 자리에  양조장을 차렸다고 한다. 일부로 알고 찾아가도 '설마 여기가'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외딴곳에 위치해 있으며, 바로 옆에서는 산골짜기를 따라 작은 계곡에서 흐르는 소리가 잔잔하게 퍼진다. 양조장의 이름 또한 산속 지하 암반수를 이용해 만든 술이기에 붙인 이름이다.


산수 양조장 ⓒ주방장


대표님의 간단한 양조장 소개에 이어 바로 시음으로 이어졌다. 이 날 시음주로 제공된 술은 진한 단 맛에 술 자체만으로 디저트가 되기도 하는 <동정춘>과 홍천의 특산물인 잣을 이용한 <백자주>였다. 



술 자체만으로 디저트가 되는 <동정춘>

옛 문헌에서 명주로 불린 술로 술을 빚을 때 물 보다 쌀이 많이 들어가 빚기도 어렵고, 얻어지는 술의 양도 적어 고급 술로 불린다. 쌀의 함량이 높아 첫 향은 구수하며, 여느 술 보다 솔직하고 묵직한 단 맛이다. 목을 넘기고 올라오는 풍미는 분명 단 향이지만, 깔끔하다. 어느 안주와 어울리는 술이라기보다 그 자체만으로 즐겨도 훌륭한 술이다.

동정춘 ⓒ주방장

식품유형    탁주

알코올       8%

내용량       500ml

성분          정제수, 쌀, 국

양조장       산수







우리나라 최초의 과실주 <백자주>

향과 맛 모두 재료 본연의 맛이 도드라지는 탁주로, 목을 넘기고 나서도 입 안 가득 상당한 풍미를 자랑한다. 탄산이 전혀 없으며 크림처럼 부드럽고 크리미해 텁텁할 수 있지만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다. 쌀의 단 맛이 고소한 잣과 잘 어우러져 마치 한 잔의 쌀 음료를 마시는 듯하다. 지친 여름 시원한 곳에서 콩국수처럼 국수를 말아먹으면 과연 취할까?

백자주 ⓒ주방장

식품유형    탁주

알코올       10%

내용량       500ml

성분          정제수, 쌀, 누룩, 홍천잣

양조장       산수







드라이한 고급 탁주 <호모 루덴스>

멥쌀로 빚은 술로 잔잔한 향 속 드라이하고 절제된 단 맛이다. 상온에 두고 마셔보니 드라이함 에서 과일과 같은 단 맛들이 담백하게 피어오른다. 유희의 인간이라는 뜻을 담은 탁주답게 평소에 경험해보지 못한 다양한 감각들을 깨워주는 술이다. 

호모 루덴스 ⓒ주방장

식품유형    탁주

알코올       12%

내용량       500ml

성분          정제수, 쌀, 효모, 분말종국

양조장       산수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홍천 옆,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명륜 미술관'. 가양주연구소 동문이 운영하는 곳이기도 하며, 특이주 빚기로 유명한 쉐프님이 음식을 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름만 들어서는 예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을 법 싶지만, 米(쌀 미)에 酒(술 주)를 사용한 센스 넘치는 이름이다. 동문들을 위해 편하게 마련된 자리에서 특이주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쉐프님과 함께 안주와 술의 마리아주에 대해서도 나눌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  


'명륜 미술관'에서 대표님과 '특이주의 대가' 서석 쉐프님 ⓒ주방장





다다르기까지 거리는 멀었지만,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빚어지는 술이 얼마나 맛있는지 몸소 느낀 시간이었다. 주방장은 양조장 투어를 떠날 땐 항상 가방을 하나 더 챙긴다. 양조장에서 시음을 하고 설명을 들으면 구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강원도 양조장 여행에서도 양 손 두둑이 맛있는 한국술을 수확해왔다. 


이번 동문 여행의 '수확물' ⓒ주방장





*소규모 양조장 방문 및 인터뷰는 주방장이 선정하며, 특정 양조장의 지원을 받지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This article is not sponso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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