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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경 Oct 24. 2021

오븐 속 일기8- 살짝 다른 초콜릿 쿠키

익숙함에서 살짝 벗어나 보기.

요즘 들어 잔잔하던 나의 일상에 새로운 일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다. 


지금 쓰고 있는 브런치를 시작으로 안 해본 일들, 안 한 지 오래된 일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안정적이고 익숙한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나름 혹독한 스케줄을 소화 중이다. 

쉽게 새로운 것을 택하지 않는 성격에 정말 고심 끝에 선택한 일들이라 

그중 어느 것도 후회되는 일은 없다. 

결심을 되돌리고 싶지는 않은 만큼, 나의 결정을 훌륭히 책임지고 싶어 져 마음이 무겁다.


여러 과제들 때문에, 눈 뜨고서부터 24시간 고민이 머릿속에서 돌아간다. 

절전모드로 사용 중이던 뇌가 오랜만에 풀가동되니, 당이 떨어지는지

달달한 게 그렇게 당겼다. 

오랜만에 홈메이드 쿠키를 만들어서 하루 종일 입에 물고 있을 작정으로

초콜릿 쿠키를 준비했다.


즐겨먹던 초콜릿 청크 쿠키(오븐 속 일기 첫회 속 쿠키!)를 대신해,

오늘은 내 상황에 결을 맞춰 쿠키도 살짝 다른 걸 해볼까 싶어 새로운 쿠키 레시피를 찾아봤다.


내가 만들었던 쿠키랑 비슷하면서도 재료나 밀도면에서 살짝 다른 쿠키를 만드기로 결정했다. 


이번 쿠키에는 새로운 재료가 2가지 등장한다.

시나몬 파우더와 오트밀.

두 손님을 다크초코칩, 다진 호두와 함께 잘 모셔본다. 


단골손님 두 분, 첫 손님 두 분 모셨습니다.


늘 먹던 쿠키에는 초콜릿과 호두뿐이었는데, 오트밀이 더해지니 벌써부터 더 다채로워질 식감이 기대된다.

베이킹에는 휴지를 시킬 때가 많은데, 이 쿠키는 바로 모양을 잡아 오븐에 넣으면 된다.

여유가 없는 하루에 아주 적합한 레시피를 고른 것 같아 기분이 산뜻해졌다.


빠른 시간 안에 세상 밖으로 나와 준 나의 쿠키들.

저번 쿠키보다 크기는 작지만, 여러 재료 덕분에 더 알찬 느낌이다.

있는 그대로, 하던 대로를 고집하던 나에게 요즘 같은 일상과 이 쿠키는 매우 낯설다.

처음으로 쓴 재료들이 새로운 자극이 되어 식감이 더욱 다채롭고 풍요롭게 느껴지자,

모든 자극을 전부 피할 필요는 없겠다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오히려 피하기보다는 과감하게 들고 이리저리 만진 후에 한 입 맛보면 내 편으로 만들 수도 있겠다 하는 용기마저 든다.


"아프다는 건 좋은 거야, 동굴에서 벗어났다는 뜻이거든."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 속 호퍼 아저씨 말을 곁들이며 힘차게 먹어본다. 

앞으로 다가 올 새로움도 용기를 쩌억 벌려

과감하게 씹어보도록! 

혹여나 어떤 건 맛이 없어도 괜찮다. 

어떤 것이든 해봤다는 경험만으로도 다른 무언가에 또 한 번 입을 벌릴 용기가 되어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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