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사랑에는 영 재능이 없는 것이 분명하다.
가수 지망생이 자신이 음치라는 것을 인정할 때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듯이, 결혼 지망생이었던 나는 사랑에 재능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절망했다.
너무 오랫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평범한 연애 후 평범한 결혼이라 어떻게 포기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아주 깊은 마음 한편에는 ‘그래도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이 조곤거린다. 조용히 해, 조용히.
사랑에 재능이 없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낀 것은 20대 후반 무렵이었다. 대학졸업 이후 더 이상 자만추는 불가하다는 생각에 몇 번의 소개팅을 했고, 남자친구가 생겼다. 한눈에 마음에 쏙 들었던 남자는 몇 달의 데이트 후 단점 투성이 남자로 보였고 둘 사이 만남이 길지 않았던 만큼 버릴 추억도 몇 없어 금세 이별을 고했다. 남자는 그런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우리 잘 지냈는데 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 하는 물음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런 연애를 몇 번 더 반복했다. 소개팅을 통해 몇 번의 데이트 후 정식으로 연애를 시작한 뒤, 몇 달이 지나면 단점들이 너무 크게 다가와 견디기 힘들었다. 헤어질 때마다 듣는 얘기는 항상 똑같았다. 별 문제없었는데 왜 그러냐, 내가 고칠게. 고쳐질 문제들이 아니었다. 키가 작은 남자, 다혈질인 남자 등 잔소리한다고 고쳐질 부분이 아닌 고유의 특성들이 거슬리고 또 거슬려 마음이 식어갔다. 만남 자체가 괴롭고 스킨십에 대한 거부감이 생길 때쯤 되면 관계를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헤어지고는 했다.
‘혼자인 것에 대한 불안-소개팅-연애-상대방에 대한 거부감-이별’이라는 사이클을 반복할 때마다 우울은 더 거세게 왔고 점차 지쳐갔다. 사이클을 반복하던 중, 불현듯 깨달았다. 아, 나는 사랑에 재능이 없구나. 못하는 것을 잘하려고 애쓰다 보니 너덜너덜 해지고 있구나. 20대 초중반의 연애를 되돌아봐도 기간의 차이일 뿐이지 종국에는 항상 상대에 대한 거부감으로 인해 이별했다. 헤어지고 나서 슬프기보다는 홀가분한 감정을 자주 느꼈다. 사랑한다고 말하던 남자친구에게 차마 ’나도‘라는 말이 나오지 않아 ’헤어지자‘고 한 뒤 자전거를 타고 집에 가던 길, 엄청난 해방감이 나를 덮쳤던 일은 아직도 생생하다.
연애 끝에 결혼하여 인생의 동반자와 함께 늙어가는 것이 기본값인 사회에서, 나는 어떻게 버텨내야 할까. 프리랜서도 예술가도 뭣도 아닌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고 있는 나의 주변엔 온통 결혼한 이들밖에 없다. 누구를 만나도 연애, 결혼 얘기가 오가고 나에게도 언제 결혼하냐는 질문을 던진다. 그럴 때마다 숨이 막히고 가슴이 답답하여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답변했다. “때 되면 하겠지.”
나는 내 강아지를 사랑한다. 부모님을 사랑한다. 예쁜 카페와 서점을 사랑한다. 여름을 사랑하고 수영을 사랑한다. 하지만 나의 연인을 사랑하지는 않는다. 나는 사랑을 할 줄 알면서 동시에 사랑을 할 줄 모른다. 30살 먹은 성인에게 사랑이 뭔지 알아 갈 시간은 주어지지 않는다. 온 세상이 나에게 사랑하라고 종용한다. 그 안에서 갈피를 잃었다.
여자친구와 100번을 싸우면서도 결혼을 파투 내지 않는 친구가 신기하고 부럽다. 아무리 싸워도 포기하지 않는 것도 사랑이다. 그는 사랑에 강력한 재능을 갖고 있나 보다. 나는 재능이 없다는 것을 인정했으니 이제는 억지로 사랑을 찾는 것을 그만두고 흘러가는 시간에 몸을 맡기려고 한다. 매우 불안하고 또 두렵다. 결국 동반자를 찾지 못하고, 모든 행위의 기본 단위가 ’부부‘인 세상에서 혼자 사무치게 외로워할 내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나의 평범한 직장 동료들과 친구들은 종종 결혼 준비, 신혼집, 육아 이야기를 쑥덕일 것이다. 내가 그토록 바라던 것을 이룬 그들의 대화는 계속해서 나를 찌르고 꼬집어 상처 나게 할 것이다. 완벽히 모든 것을 포기할 때까지, 지금도 깊은 곳에서 ’그래도 언젠가 제대로 사랑하지 않겠어?‘라며 속삭이고있는 악마가 죽어버릴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