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싶은 마음에 관하여
쓰고 싶다. 뭐라도 만들고 싶다.
입 안에 뭐가 났다. 아까 낮부터 입안에서 신경 쓰이는 것이 있어 혀를 데굴데굴 굴려봤는데 뭔가 이상한 게 걸린다. 샤워를 하다 말고 거울을 박박 문질러 자세히 들여다봤더니, 설소대에 엄청 큰 염증이 생겼다. 어제 밤새 비가 내리고 천둥 번개가 치는 탓에 잠을 제대로 못 자서 몸이 반응하는 것 같다. 새벽 4시부터 자다 깨다를 반복 했지만 결국 6시에 일어나서 출근했다. 폭우는 나의 출근을 막을 수 없었다.
쓰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마음속에서 뭔가 부글부글 끓어서 손 끝에서 뭐라도 만들고 싶게 한다. 아침 7시에 출근해 하루 종일 회사일에 시달리다 저녁 8시가 다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온 몸은 미치도록 피곤하다. 유통기한이 하루 지난 우동을 끓여 먹고, 밀린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개고, 새 빨래를 널었다. 소파에 앉아서 숨을 돌리고, 몸을 씻고, 로션을 바르고, 머리를 말리려 선풍기 바람을 쐬다가 시계를 보니 10시 반이다. 아, 오늘은 꼭 글을 쓰고 싶었는데 벌써 자야 할 시간이라니. 생을 견뎌내기 위해 온 힘을 다 써버린 인간에게 창작은 사치인 것 같다.
도저히 무언가를 쓸 엄두는 안 나서 책이나 조금 읽다가 자려고 책을 펴 들었는데, 갑자기 숨이 막힌다. 숨이 잘 안 쉬어져서 공기를 크게 들이마 쉬었다가 후 하고 내뱉었다. 가슴이 답답하고 목구멍에 뭐가 턱 하고 들어온 것 같은 감각에 책을 금방 내려놓았다. 지친다는 이유로 모른척한 욕망은 결국 무겁고 뜨거운 돌이 되어 나를 가라앉힌다. 그래, 진정하고 싶은 것은 글쓰기였는데 피곤하다는 핑계로 독서로 회피하려고 했다. 오랫동안 창작 본능에서 도망쳤던 것 같다. 입시 때문에, 연애 때문에, 취업 때문에, 돈 때문에… 항상 다양한 이유로 창작을 행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있다고 믿었고 그것들을 완벽히 이루느라 몸 안에서부터 잠식하고 있는 창작욕을 못 본 척했다.
결국 열병에 걸린 사람처럼 헐떡이다 책상 앞에 앉았다. 이 마음을 적어내고, 남겨두고, 종종 들여다봐야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이 글은 생을 버티기 위한 나의 몸부림이다. 창작욕을 충족하기 위한 짧은 글짓기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