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길거리에서 입양된 반려묘 포도는 날이 갈수록 온 가족의 사랑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하지만 잘 먹지 않는 식성과 하루종일 포도 혼자 집에 있어야 하는 부분은 늘 안쓰럽고 미안하다.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 뒤편엔 낮은 언덕이 있다. 이곳에는 갖가지 꽃도 피고, 여러 작은 동물들이 놀러 오는 곳이다. 가끔 다람쥐, 꿩, 이름 모를 예쁜 새들, 길 고양이들도 이곳에 놀러 와 놀다가 간다.
지저귀는 예쁜 새소리를 들으며, 초록초록한 자연을 바라보며 근무하는 것에 늘 감사하고 있다.
올 해도 길고양이들이 몇 마리 지나다녀 그런가 보다 했는데, 근처에 새끼를 낳았나 보다.
새끼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간간이 들렸다. 정확히 어디에 낳았는지는 나무와 수풀에 가려져 잘 알 수 없었으나 멀지 않은 곳임은 분명했다.
지난주 금요일 오후, 퇴근을 하려고 일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뒤편 언덕에서 새끼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울음 소리가 귀여워 한참을 나가 찾아보았지만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고양이 찾기를 포기하고 사무실로 들어오려던 순간,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아장아장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아니 정확히는 아장아장 걸어 낭떠러지 쪽으로 가는 것이었다. 그쪽은 바위가 있는 쪽으로, 절벽이 3~4m에 가까워 만약 떨어지면 아기 고양이가 크게 다치거나 죽을 수 있었다. 누구도 들어가지 못하도록 철제 난간을 높게 해 놓은 곳이라 내가 그쪽으로 갈 수도 없었다.
' 그쪽으로 가면 안 돼, 이쪽으로 오렴, 아가야...'
계속 가면 떨어질게 뻔했다. 제발 내 쪽으로 와 주길 빌고 또 빌었다.
나의 간절한 마음을 알았는지, 아기 고양이는 가던 방향을 바꿔 내 쪽으로 비틀비틀 걸어왔다.
오면서도 가시나무에 찔리고, 수풀에 여러 번 막혀 넘어졌다.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온다. 아직 난간 이쪽으로 넘어오지 않은 상태라 나의 팔이 고양이에게 닿지 않았다.
'조금만 더 힘을 내, 어서 여기로 와, 힘내 아가야!'
나는 온 마음으로 응원했다. 손을 뻗을 수 있을 만큼의 거리가 되자 손을 뻗어 고양이를 집어 올렸다.
고양이는 손바닥보다 조금 작은 크기에, 양쪽 눈이 많이 아팠다.
또 오랫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듯 보였다.
처음 구조했을 때의 아기 고양이 모습 - 눈이 많이 아파 보였다.
처음 고양이를 발견했을 땐, 집을 찾아 가게 해 주고 싶었다. 그러나 고양이를 가까이서 보니 빠른 시일 내에 눈을 치료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주위에 다른 새끼 고양이나 어미 고양이가 없었다.
이 아이도 어미 고양이가 건강한 새끼들만 데리고 자리를 옮긴 것 같다.
오랫동안 못 먹었는지, 몸무게는 보이는 것보다 더 가벼웠다.
이 아이가 나에게 온 것도 어쩌면, 이 가여운 아이를 구조해 주라는 하늘의 뜻이 아니었을까?
퇴근할 때까지 1시간 남짓 시간이 있었다. 우선 상자를 찾아 천을 깔아 주고 싶었지만, 사무실에 마땅한 천이 없어, 그곳에 부직포를 깔아주고 깨끗한 물도 주었다.
아직 낯설었는지, 고양이는 머리를 벽 쪽으로 향하고 조용히 있어 주었다.
오히려 울지도 않고, 축 늘어져 조용히 있는 모습이 더욱 짠하고 안타까웠다.
정시 퇴근을 하며 바로 동물병원으로 향하였다. 병원까지 거리는 5분 정도의 시간이었지만, 정말 길게 느껴졌다.
병원에선 수의사 선생님께서 아이가 너무 가볍고, 바이러스에 감염이 된 것 같다며 1주일 동안 지켜보자고 말씀하셨다. 아마도 내 생각에, 이 아이가 살 수 있을지, 없을지 몰라 지켜보자고 하신 것 같다.
우선 먹을 영양제와 눈약을 처방받아 가져왔다.
집에 돌아와 계획에 없던 아기 고양이의 자리를 급하게 만들었다.
배가 많이 고픈 것 같아, 베이비용 습식 사료를 살짝 데워 주었다.
아니...... 그런데 웬걸... 이 아이, 보기보다 대식가이다.
처음 준 사료를 모두 먹어 치우고는 그릇을 깨물어 먹고 있다.(물론 깨물어지지 않았지만)
두 번, 세 번을 주었어도 만족함 없이 계속 달라고 한다.
배가 빵빵 해 질때 까지 먹고 또 먹었다.
새로운 아가와 놀아주고 있는 막내 아이
그동안 많이 굶었나 보다. 이 아이도 엄마에게 버림받고, 정서적으로 허한 마음을 먹을 걸로 달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