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공군 행정학교 조교가 되었다며 매우 좋아했고, 한동안은 걱정 없이 지내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군대는 인생에서 큰 어려움 없이 여기 까지 온 아들을 위한 하나님의 훈련의 장소였습니다. 이집트 왕궁에서 40년의 교육 이후 광야의 단련이 기다리고 있던 모세와 같이 아들에게도 여러 시련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이 이후에 표현되는 글은 군대 내 일부에서 일어난 일임을 말씀드립니다. 모든 군대나 상사가 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
군대에서는 간부의 일과 병사의 일이 나뉘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아들은 그곳에서 처음 한 두번 간부의 행정일을 해 드리다 보니, 어느덧 그 일이 아들이 해야 되는 일이 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병사가 하는 일이 아님에도 몇몇 간부들이 자신의 일을 하게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 일의 양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아들은 조교로 교육하는 일 외에 간부가 맡긴 행정업무를 하였습니다. 그일을 맡긴 간부는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면서 업무는 아들에게 맡기고 자기는 업무시간에 게임을 하기도 했습니다. 병사가 휴가를 나가면 자신이 다시 그 일을 해야 하고, 힘들어 지므로 온갖 핑계를 대며 아들이 휴가를 나가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이후 온갖 부당한 일들을 시키고, 밤에 라도 맘 편하게 잠을 자면 좋겠지만 병사들은 생활관에서도(일과 후에도) 간부들을 만나야 하므로 마음이 편치 못했습니다.
아들은 부모인 우리가 걱정할 까봐이 모든 일들을 최대한 순화하여 우리에게 말했지만, 사실은 말로 표현하지 못한 가혹한 일들이 많이 있었을 거라 짐작만 할 뿐입니다.
결국, 아들은 고민끝에 병영생활 고충상담을 할 수 있는 <국방 헬프콜> 에 상담을 신청을 했습니다. 하지만 상담자가 배치된지 얼마 되지 않은것 같은(군 내 상황을 잘 모르는) 여성 분이었던데다 상담이 아니라 줄 곧 원칙만 이야기 하는 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상담원이 계속 말하고 있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상담을 요청한 것인데, 상담이 진척이 없자 결국 상담을 그만 두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상담을 한번이라도 신청 하면 해당 부대로 내용이 전해지는지, 상사의 괴롭힘은 더욱 교묘하고 심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상사에게 아들은 <국방 헬프콜>에 전화를 했다는 이유로, 괘씸죄 까지 더해져 더욱 미움을 받게 되었습니다.
아들은 그동안 사회생활 하면서 교수님들에게나 어른들에게 예의 바르고 어른들을 잘 섬긴다며 칭찬을 받고, 모범생으로만 살았는데, 이렇게 상사들에게 미움을 받고, 괴롭힘 당하는 상황이 되고 보니, 집으로 전화를 할 때마다 너무 힘들고 억울하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아들의 괴로워 하는 전화를 받을때 마다, 저는 아들이 혹여 탈영이나 나쁜 생각을 할까봐 걱정이 되었습니다. 뉴스에선 휴가 나온 장병들의 안타까운 소식들도 종종 들었기에 혹시라도 이러다가 나쁜 결과를 가져올 까봐 매일이 조마조마하고 걱정이 되었습니다.
"예루살렘의 딸들아 나를 위하여 울지 말고, 너희와 너희 자녀를 위하여 울라" (눅23:28)
저는 아들의 무탈한 군 생활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였습니다. 저만의 기도의 골방, 출 퇴근 하는 차안에서,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오직 자식을 둔 어미만이 드릴 수 있는 가슴찢어지는 아픔을 기도에 담아 하나님께 말씀 드렸습니다.
큰 아이의 삶을 주관하시는 하나님께서 이 아이를 가장 선한 길로 인도해 주시길 기도했습니다. 시련중에도 나쁜 생각 하지 않고, 하나님을 찾아 깊이 만나는 시간 될수 있기를 기도했습니다.
그것 밖엔 엄마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매일 출근하는 차 안에서 간절히 기도하다 보니, 아침에 분명 화장을 하고 나왔지만, 직장에 도착하면, 온통 눈물로 화장에 얼룩이 생겨, 다시 화장실에 들어가 화장을 고쳐야 하는 날이 종종 있었습니다. 가끔 저와 카풀을 하길 원하는 직원이 있었지만, 소중한 기도의 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정중히 거절하며 매일 혼자 차를 타고 다니며 기도의 시간을 확보 하였습니다.
아들이 22개월 군 복무를 마치는 날까지, 저는 아들의 삶 뿐 아니라, 군대와 모든 장병들을 주관하시는 하나님께 온전히 맡기며 기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나중에 들으니 아들도 저 만큼이나 그곳에서 하나님께 간절히 부르짖는 시간들 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들의 악의적인 괴롭힘 속에서도, 따돌림 속에서도, 나쁜 생각하지 않고, 인내하고 군 제대를 할 수 있었던 것도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결국 그렇게 무사히 어려운 고비 고비들을 넘으며 22개월 군생활을 잘 마치고 제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군대 이야기를 하면 손사래를 치며 다시는 말하고 싶지도 않다는 아들입니다만, 지금도 꿈에서 군대에 끌려가는 악몽을 꾸곤 한다는 아들입니다만, 이렇게 무사히 돌아와 저와 이런 이야기를 농담으로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할 뿐입니다.
자녀가 아파할때, 위기에 처해 있을 때, 자녀를 위해 가장 간절히 기도해 줄 수 있는 이는 부모 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