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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람 Oct 14. 2022

커피를 끊었다

20년간 마셨던 커피를...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건 20대 중반부터였다.

그 이전엔 커피가 나에게 맞지 않다고 생각하여 마시지 않았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시험을 준비하던 내게 건네준 친구의 자판기 커피가 그 시작이었다.

 친구의 성의를 무시할 수 없어 마셔본 달콤 쌉쌀한 맛의 커피가 졸음까지 쫓아 주는 신박한 음료였다는 것을 알고는

그때부터 커피를 즐겨 마시게 되었다.

 

시작은 자판기 커피였지만, 커피믹스, 아메리카노, 까페라떼, 카페 모카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커피라면 모두 즐겨 마셨다.

 

피곤하면, 피곤해서 마시고, 불안하면 불안해서 마셨다.

기분이 좋으면 좋아서 한잔,

친구를 만나면 만나서 또 한잔...

이렇게 마시다 보니, 처음에 하루 한잔만 마셔도 잠을 잘 못 이루던 내가 나중에는 4~5잔을 마셔도 잠을 자는데 큰 불편함이 없었다.


한 해 두 해 마시다 보니 어느덧 20년 가까운 시간을 커피와 가까이하게 되었다.

이젠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생 음료, 아니 물 같은 존재로 커피는 내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전에도 여러 번 커피를 끊으려는 노력은 있었다. 커피를 끊으려 했던 이유는

커피가 없으면 크게 불안해하는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큰 발표나 프로젝트를 앞두고, 업무평가나 집안의 행사가 있을 때에도 , 습관적으로 찾게 된다.

장거리 운전을 앞두고, 야근하거나 밤을 새야 할 때도, 커피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커피 수혈을 받는다'는 말이 나에게 맞는 말이었다.

 

딱히 커피가 그 불안을 잠재워 주거나, 두려워하는 일들을 편안하게 바꾸어 줄 수는 없다는 걸 알면서도

약간은 광기 어린 눈으로 커피를 찾고 있는 나를 보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빈 속이라도 커피를 꾸역꾸역 마셔줘야 하루가 시작이 되었다.

속이 쓰리고, 위장이 나빠졌지만, 애써 무시했다.

 

커피가 주는 기분 좋음과 피로를 잊게 하는 효과가 너무 매력적이었다.

깔끔하면서도 쌉쌀한 끝 맛 까지도.

이미 나는 중독 수준의 커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커피를 끊고 싶었다.

그 어떤 것에도 내가 종속되어 나를 조정하게 맡기고 싶지 않았다.


중독: 술이나 마약 따위를 계속적으로 지나치게 복용하여

그것이 없이는 생활이나 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다음 사전>


이미 나에게 커피가 '그것이 없이는 생활을 못하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또 지나친 카페인 섭취가 피부 탈수를 일으키고, 콜라겐의 생성을 더디게 해서 피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렇지 않아도 세월의 흐름에 너무도 충실한 나머지

주름이 생겨나고, 탄력 없는 피부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다.

 

그래서 과감히 커피를 끊을 타임을 물색하다가

3주 전부터 커피를 하루아침에 끊어 버렸다.

3잔에서 2잔으로, 2잔에서 1잔으로 이렇게 서서히 줄여볼까 생각도 했지만,

줄이는 게 더 힘이 들었다.

오히려 눈 딱 감고 하루 만에 끊어 버리니 차라리 나았다.


물론 하루 이틀은 갑자기 공급되던 카페인이 공급이 끊겼다며 몸에서 비상등이 켜졌다.

이틀 동안 호되게 카페인 두통을 앓고, 3일 째부터 조금씩 안정이 되었다.


커피를 끊었던 3주 동안 내 몸을 잘 관찰해 보았다.

이젠 불안해도, 피곤해도 커피를 찾지 않는다.

피부도 조금씩 탈수를 벗어나는 듯하다.(아직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다 ㅠ)

정 피곤하면 30분이라도 잠깐 눈을 붙인다. 그러고 일어나면 몸이 개운해진다.

물론 직장에선 눈을 붙일 수 없으니

잠깐 10분 이내의 산책이나 바람 쐼으로

머리를 식혀 준다.

피곤을 잠시 잊게 해 주는 커피로 나를 속이는 것이 아니라,

쪽잠이나 산책을 통해 피로를 없애주는 것이다.  


커피 대신 몸에 좋은 차들을 마시려고 노력하고 있다.

커피가 몸에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커피도 이미 각종 암들을 예방하는데 큰 효과가 있다는 논문들이 많다.

 

그러나 나에게 커피는 없으면 불안한 존재가 되었기에,

커피가 나를 쥐락펴락하는 그러한 상황이 싫었다.

그러한 상황을 이겨내 보고자 커피를 끊었던 것이다.


3주 차 햇병아리가 "커피를 끊었다."라고 자신 있게 외칠 순 없을 것이다.

언제 또 커피를 다시 찾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3주간 커피 없이 주체적으로 살게 된 내 모습이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20년 동안 커피를 끊을 자신이 없어 끊지 못했던 내가 이번 일을 통해 '너 이런 것도 가능하구나, 너란 사람 참 멋지다' 하며 자기 칭찬도 해 본다.


그리고 이젠 무엇을 도전해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생긴다.

 

이제 다이어트만 남았다.

커피보다 더한 과제이자 도전이다. 이것도 무사히 해 낼 수 있도록 나 자신에게 용기 내어 본다.

"할 수 있다. 다이어트! "



#커피, #다이어트, #아메리카노, #커피 끊기,

#까페라떼, #까페모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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