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깨지고 저렇게 깨지는 동안 벌써 4번째 월급을 받았다. 이상하게 뒤돌아서면 월급이 들어오고 뒤돌아서면 월급이 들어오는 느낌이다. ㅎㅎ 이게 뭔가 싶다.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러간다. 국가직 공무원 월급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낮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많이 들어오는 것 같다. 순전히 개인적 느낌이다. 다른 동기는 월급이 너무 적어서 허망한 느낌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여하튼 주 7일 일해서 들어오는 월급인데 순간 내 머릿속에서 주 5일 일해서 들어오는 돈으로 인식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나의 행복을 위해 나의 뇌가 행하는 적극행정(ㅎ) 같기도 하다. 최근 어마어마한 적극행정의 늪에 빠져 분노에 찬 글을 쓴 후(글을 쓰고도 한참 고민하고 고민하다 올렸다) 이틀 정도 시간이 흐르자 그러한 것들이 봄날의 하룻밤 꿈같은 현실 같았다.
분명 현실인데 그 모든 것들이 그냥 아무렇지 않게 나를 통과해 내가 일처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 꿈만 같았다. 계장님인 남편은 일이 많으면 팀장에게 말하라고 했지만 그렇게 말을 하면 내 일은 옆의 동료에게 넘어갈 것을 알기에 나는 그냥 꼬옥꼬옥 씹어서 내가 소화시키기로 했다.
내 캐비닛울 가득 채운 서류들
여름의 냄새를 가득 안은 계절이 왔다. 점심을 먹은 후 동료와 함께 뜨거운 태양 아래 시원한 달고나 라테를 한 잔 마시니 이 모든 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장난 같기도 하고 아무튼 근거도 없고 대책도 없는 긍정의 힘이 샘솟으며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 내가 그동안 돈벌이를 하면서 국민을 위한 일을 한 적이 있었던가. 너무 거창한 거 같지만 실제로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육아를 위해 업무시간을 단축한 국민들을 위해 지원금을 지급하고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했지만 출산을 하면 출산휴가 급여를 드리고 배우자가 아이를 출산해 집에서 배우자를 돌보면 급여를 지원하는 일들을 내가 어디서 해보겠는가. 자부심을 가져보자. 소명의식을 가져보자.
어느 노랫말처럼 지나치는 꽃들 속에서,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고노부의 향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고용노동부의 법과 제도, 정책은 우리 생활 곳곳에 살아있다. 알고 있다면 도움받을 일이 참으로 많다. 사실 나도 아직 우리 고용노동부가 어떤 일을 하는지 100프로 알지 못한다. 내가 속해 있는 팀에서 하는 업무와 나머지는 동기들이 속해 있는 팀을 보며 어렴풋이 알 뿐이다.
언젠가 나도 '행정이 체질'이 되는 날이 오겠지? 아니 올 것이다. 오고야 말 것이다. 문득 내가 좋아하는 김연수 작가의 '사월의 미 칠월의 솔' 소설 제목처럼 칠월엔 더도 말고 '솔'즈음이라도가 있기를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