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도 '아빠'라는 직장동료 없이 말이다. 게다가 '아이'라는 z세대 신입사원을 집에서 데리고 나오면서 '아빠'동료들에겐 '자유'라는 통 큰 선물을 안겨주었다. '엄마'과장님들의 외출은 이리도 아름답다. ^^
한 회사에서 10년 이상 다니면 윗사람 멱살을 잡고 쌍욕을 날리지 않았다면 '과장'정도는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녀들은 2007년부터 2009년 사이 '엄마'회사에 입사했다. 모든 입사 동기들이 그렇듯 그녀들의 나이도, 몸무게도, 옷 입는 스타일도, 머리 길이도 달랐다.
우린 참고로 투잡이었다.
엄마 회사는 비영리기관이라 '돈'을 벌기 위해 '돈'을 주는 다른 회사를 입사해야만 했다. 우리는 그렇게 두 번째 회사에서 만났다. 콜센터에서 4,5시간 일을 하는 교대제라서 오전 근무를 할 땐 퇴근 후 밥을 먹으면서 '엄마'회사의 주요 멤버들(시댁, 남편, 아이)이 상처를 주거나 스트레스를 주는 일들을 말하며 마음에서 무거움을 덜어내 버렸다.
오후 근무를 할 땐 근무 시작 전 한두 시간 전에 만나 '엄마'회사에서 받은 각종 갑질들을 폭로했다. 특히 z세대 신입이 들어온 이후로는 아예 1년 정도 신입의 수발을 적극적으로 들기 위해서 '돈'주는 회사를 쉬기도 했다.
이렇게 저렇게 추가되는 z세대 신입사원들이 생기면서 그녀들은 '엄마'회사에선 '전문 수발러'의 길을 걸었고 두 번째 회사에서도 20분씩 이상 자기 한탄을 늘어놓거나, 다짜고짜 욕을 해도, 뜬금없이 화를 내는 민원인을 만나도 가볍게 스위트하게 '나의 말'을 할 수 있는 나이스한 콜센터 상담원이 되어갔다.
'엄마'회사 경력 10년 차 이상, 과장님들에겐 주특기가 한 개씩은 있다. 그중 선망의 기술을 가지고 있는 과장님이 있었는데 그분은 바로 강 과장님이었다.
그건 바로 '혼자 텐트 치는 캠핑'기술.
한때 모두 신입사원을 채용해야 할 즈음. 하 과장님이 이란성쌍둥이로 아들과 딸을 동시에 신입사원으로 받았을 때 부러움의 대상인 적도 있었다. 신입사원 한 명 채용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과 에너지가 투입되는 것을 알기에 거의 '로또'당첨된 사람에게 보낸 눈빛과 찬사를 쏟아냈었다.
이제 10년 차 과장님들 답게, 신입사원은 됐고 ^^
우리의 관심은 '커버린 신입사원들과 어떻게 재미나게 노느냐'였다. 그런데 첫 번째 신입사원들이 초등학교 5학년 이상이 되자 '전문 수발러'들을 찾는 횟수가 줄기 시작했다.
이젠 수발을 들어준다 해도 싫다고 방문을 열고 들어가 '친구'동료와 카톡을 하며 한참을 웃더니 잠깐 거실에 물 마시러 나왔다 다시 방에 들어가 좋아하는 유튜버들의 영상들을 보면서 배꼽 잡고 웃는다. 우리는 말한다. "이제 첫째들은 게임과 유튜브에 줘버렸다."라고 말이다. 인정해야 마음이 편하다.
그나마 둘째 신입사원들은 '엄마'과장님들을 아직 찾는다. 그래서 '엄마'과장님들은 큰 마음먹고 엄마와 아이들만의 캠핑을 계획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은 강 과장님의 아빠 동료 없이 혼자 텐트와 타프를 치는 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강 과장님은 전국을 신입사원만 데리고 주말마다 캠핑을 가는 캠핑계의 보기 힘든 여장군이었다. 캠핑장비야 말해 뭐하랴. 텐트 안에 티브이를 설치할 수 있고 타프 안 쪽으로 미니 냉장고가 있고 그 이상의 캠핑 신식 문물들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입을 다물수 없을 정도였다.
특히 도자기 재질의 넓은 화이트색 고기구이 판은 정말 예뻤다. 여하튼 7살부터 12살까지 z세대 신입사원 8명과 엄마 과장 6명의 일명 '떼캠'이 강 과장님의 계획하에 일사불란하게 진행됐다. 8명의 아이들의 밥과 간식들이 에버랜드의 카니발 판타지 퍼레이드처럼 칸칸이 지나갔다. 또한 놀이들은 끊임없이 강 과장님의 통솔 하에 삐걱거림 없이 물 흐르듯 진행됐다.
최대한 다양하게 z세대 신입 시원들이 즐길 수 있게 숙소도 구성했다. 텐트도 치고, 사슴벌레 카라반도 빌리고, 혹시 '방'에서만 자야 하는 z세대 신입이 있을 수도 있으니 캠핑장 위쪽에 등급이 낮은 호텔방도 하나 예약했다.
산속에 이슬이 내리기 시작하는 밤이 되자 '엄마' 과장들은 여러 개의 영화를 미리 다운로드하고, 텐트 안은 영화관처럼 꾸며서 z세대 신입들을 불러 모았다. 신입들이 영화를 2시간 정도 보는 동안 우리들의 '맥주'타임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쨘 ~~~ 맥주잔을 부딪치며 엄마 과장님들의 수다타임이 시작됐다.
우리의 시작은 늘 그랬듯 칭찬하고 손뼉 치기부터이다. 거의 한 달 전부터 '떼캠'을 기획하고 각본을 짠 박 과장님의 수고로움이 빛을 발했다며 박수를 쳐주고 강 과장님의 화려한 캠핑 기술과 장비들에 또 한 번 박수를 치고 유난히 치우는 것을 좋아한 김 과장님 덕분에 깨끗한 캠핑이 되었다며 자축했다. 우리 모두 '수고했어'라는 전우애의 눈빛을 교환했다.
김 과장님이 말했다.
"나는 아이가 태어난 이후로 12년간 한 번도 4시간 이상을 자본적이 없는 거 같아요. 항상 아이랑 같이 자면서 여름엔 에어컨을 켰다 껐다 창문을 열었다 닫았다 겨울엔 이불을 덮어주면서 중간중간 계속 깼어요.
그런데 괜찮아요. 하도 이런 생활이 반복돼서 그런지 힘들지 않아요."
듣고 있던 박 과장이 한마디를 더했다. "그게 힘든 거야, 힘든 건데 힘든 건지 모르잖아, 그러다 병 걸려, 내가 그랬어." 박 과장은 몇 년 전 유방암을 발견하고 현재는 완치했다.
하 과장님도 이어 말했다.
"나는 쌍둥이를 각자 방에 자게 하는 건 성공했는데 밤에 무서운 꿈 꾸면 내 옆 와서 자다가 계속 뒤척이니까 잠을 깊게 못 자요. 나는 새벽에 한 번 깨면 다시 잠을 들지 못해서 그다음 날 너무 피곤해요." 부족한 수면은 공황장애를 만들기도 했다.
이때 강 과장님이 그랬다.
"나는 그래서 캠핑을 시작한 거야. 아이가 아주 피곤하면 아예 푹 자버리니까. 차라리 낫더라고." 이 집 신입은 아토피가 심했다. 밤마다 피나게 긁어대는 아이의 손을 잡았다. 응급상황도 여러 번 겪었던 강 과장님은 캠핑으로 그 모든 숨 막힘을 이겨내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요즘 정말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한 10년을 전속력으로 달려온 거 같아. 쉼 없이 말이야.
지치니까 아이하고도 자주 싸우고, 갱년기도 오는 거 같고, 한 시간 만이라도 혼자 멍 때리고 싶어."
얘기를 하다 보니 서글퍼졌다.
20대에 서로의 짝을 만나 '엄마'회사를 설립하고 열정을 불태우고 30대 후반 40대 중반의 나이가 되니 내 몸에 남아있는 것은 열기가 90프로는 빠져나가버린 타고 남은 까만 숯뿐이었다.
고질적인 직업병인 '수면장애' 정도는 가벼운 수준이고 대상포진, 피부질환, 심각하게는 '암'까지 얻어가며 우리의 청춘을 바쳤던 '엄마'회사. 하지만 앞으로 더 키워가야 하는데 우리의 열정이 예전만큼이지 않아 걱정스러운 엄마 회사. (아 -- 이 우울한 현실 어쩌란 말이냐)
분위기는 쳐지고 있었다.
자-- 분위기를 바꿔. 박 과장님의 잘생긴 신랑 이야기를 하려는 찰나, 저기서 "엄마" 찾는 소리가 들렸다.
z세대 신입들의 영화 시청시간은 1시간을 넘지 못했다. 연령대 범위가 넓었던 만큼 영화 취향의 범위(스펀지밥부터 마블 액션 히어로)도 넓어서 어떤 영화를 볼지에 대해 합의를 보지 못한 채 한 두 명씩 텐트를 이탈해서 '엄마'과장들을 찾기 시작했다.
조금 더 얘기를 했으면 눈물이 날 뻔했던 '엄마'과장들의 수다타임은 백 퍼센트 타의적으로 끝이 났다.
우리는 희망했다.
다음엔 '우리'끼리'만 오자고 말이다.
그래 이런 캠핑은 오늘로 끝.
그런데 우리는 안다. 끝이 날 수 없다는 것을, 이렇게 한두 번 더 오겠지.
그때도 우린 또 그렇게 말하겠지.
"다음엔 정말 우리끼리 오자고"
ps: 나는 그녀들의 20대, 30대를 기억하고 있다.
내가 꼭 오랫동안 기억하고 있을게
내가 자주 기록해 놓을게, 나의 그녀들.....
슬퍼마요. 기억하고 있는 동안
흐릿해지지 않을 거야.